혜미, 공백기 중 생활고로 아프리카 BJ로 나서
노래 한 곡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해체한 그룹도 부지기수
화려한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아이돌 그룹의 어두운 이면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블랙스완 전 멤버 혜미가 지인의 돈을 갚지 않아 사기 혐의로 피소 된 것이다. 고소인 A씨는 혜미와 인스타그램으로 만났으며 집안일을 이유로 500만원을 빌려가기 시작한 후 생활비, 식비, 월세 등으로 총 5000여만원을 빌려갔지만 갚으라고 요구하자 연락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혜미는 다음날 A씨는 아프리카 BJ활동을 잠시 할 때 수도 없이 별풍선을 제공한 아프리카 회장(별풍선을 많이 협찬하는 사람)이며 고마운 마음에 만남을 가졌던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남자친구가 되고 싶다며 잠자리를 요구하는 등 과도한 요구를 해 기피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2011년 데뷔한 라니아는 '닥터 필 굿'으로 해외에서 먼저 반응을 얻으며 섹시한 콘셉트 걸그룹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혜미는 2015년에 멤버로 합류했지만 잦은 멤버들의 탈퇴와 합류 등으로 정상적인 활동을 이어가기 어려웠다. 2017년 '빕빕빕'(Beep Beep Beep)을 발표한 후 2020년 블랙스완으로 재데뷔하기까지 3년이란 공백기가 있었다. 혜미는 이 기간에 아프리카 BJ로 나선 것이다. 디알뮤직 관계자는 "활동을 하지 못해 수익은 없고, 혜미도 생활은 해야 하니 BJ 활동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크레용팝으로 데뷔한 엘린도 비슷한 사례로 논란에 휘말렸다. 크레용팝은 2013년 메가히트곡 '빠빠빠'로 사랑 받았지만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의 곡을 발표하지 못하고 결국 소율의 탈퇴, 계약만료로 해체했다. 엘린은 인지도가 높은 멤버가 아니었고, 그룹이 해체하자 BJ로 전향했다. 이후 한 남성이 엘린에게 10억을 쓰고 로맨스 스캠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엘린은 즉각 부인했지만 결국 자신의 행위를 인정했다. 현재 엘린은 BJ로 높은 수입을 자랑하며 자리를 잡았지만 '로맨스 스캠'이란 꼬리표를 달게됐다.
현재 방송 중인 MBN '미쓰백'에서도 아이돌 그룹의 뒷면을 또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걸그룹으로 활동했지만 현재는 무대에 서지 못한 멤버들에게 다시 기회를 주기 위한 기획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으로, 이 과정에서 출연자들은 생활고에 시달렸던 과거를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외에도 스피카의 양지원, 베스티 다혜, 레인보우 노을이 생계걱정으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은 바 있다.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가요계에 뛰어들지만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성공을 손에 넣기란 쉽지 않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세븐틴 등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아이돌 그룹이 있는가 하면 노래 하나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사라져간 아이돌 그룹도 부지기수다. 올해 스펙트럼과 프리스틴 전 멤버들의 재데뷔로 화제를 모았던 희나피아가 해체했고 소녀주의보가 재정문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해체를 선언했다가 재계약한 멤버를 중심으로 3인으로 재정비했다.
일각에서는 한방을 기대하고 아이돌 그룹을 배출하는 기획사들의 무분별함이 이같은 아이돌 그룹 멤버들을 계속 만들어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요계에서 자리를 잡기까지 받쳐줄 돈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차별성 없이 트렌드에 편승하려는 마음가짐이 문제라는 것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이 데뷔 음반 한 장 내려면 멤버들 트레이닝 비용부터 음반, 뮤직비디오 제작비, 마케팅 비용 등 최소 10억은 들어간다. 그리고 멤버들의 수가 많아질 수록 의상과 헤어 메이크업 비용은 자연스레 늘어난다. 요즘은 처음부터 뜨는 아이돌 그룹이 없다. 대형 소속사 아이돌 그룹도 최소 3년은 계속 음반을 내고 활동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그 안에 반응을 얻지 못하면 회사의 부채는 늘어나고 빛을 보지 못하는 아이돌 멤버들은 계속 무대가 아닌 곳에 내몰리게 된다"고 전했다.
아이돌 그룹 출신 한 멤버는 "얼굴이 알려지니 사람 많은 데서 아르바이트 하는것이 조심스럽다. 그래도 요즘은 BJ나 유튜버 등 연예인의 끼를 살릴 수 있는 직업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어 그쪽으로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그룹이 해체 한 후 생활고까지 고민한 적은 없지만 다른 멤버는 다시 재기를 노리다가 쉽지 않아 아예 이 업계를 떠나 공부를 시작했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도 회사에만 의지해 반드시 성공할 거란 기대보다,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무기쯤은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