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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국회의원이 감사원장·검찰총장 겁박하는 나라


입력 2020.11.16 09:00 수정 2020.11.23 13:25        데스크 (desk@dailian.co.kr)

민주주의 無知 자랑한 여당 의원

문 대통령 공약사업은 성역인가

원전 조기폐쇄 국민 명령이라니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데일리안 DB

“분명히 경고합니다. 선거를 통한 대의민주주의 근본을 부정해서는 안 됩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문재인 정부는 그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부입니다. 선을 넘지 마십시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협박조의 글을 올렸다. 무지와 교만이 어우러진 조폭스러운 ‘경고장’이다. 그 경고를 듣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뜻일까? 마치 자신이 최재형 감사원장과 윤석열 검찰총장을 내쫓거나 벌을 줄 권한을 가진 것 같은 말투다.


민주주의 無知 자랑한 여당 의원


윤 의원은 이 글에서 월성 1호기 폐쇄는 ‘19대 대선 공약’이었고 선거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은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 지지를 받은 정부가 공약을 지키는 너무나 당연한 민주주의의 원리를, 감사원과 수사기관이 위협하고 있으니까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선거에 이겼으니까 그 후보가 내걸었던 공약은 불가침의 영역에 편입되었다는 논리인 것 같다. 대통령 후보는 수많은 공약을 제시한다. 선거는 이 공약들을 국민으로부터 승인받는 절차가 아니다. 선거는 후보가 선출 공직을 쟁취하는 과정이고, 공약은 유권자의 표심을 꾀는 미끼에 불과하다. 공약은 권한·권리가 아니라 후보와 그 소속 정당의 일방적인 약속일뿐이다. 그런데 그걸 마치 국민으로부터 승인받은 권리인 것처럼 주장하며 “건드리지 마!”라고 협박까지 한다. 도대체 민주주의 교육을 어떻게 받은 것인가.


이야말로 대의민주주의의 근본을 부정하는 인식이다. 월성 1호기 폐쇄를 공약하고 당선됐으니까 그 권리를 확보한 것이라고 한다면 대의기관도 사법부도 소용이 없다. 대통령이 공약사업을 배타적 권한으로 시행하면 된다는 것 아닌가. 대통령이 됐으니 그 특권으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사업이나 풀어내고자 하는 과제에 대해서는 그의 결단에 맡겨야 한다는 논리는 민주국가 어디에서도 통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런 대통령의 특권이 필요하단다.


문 대통령 공약사업은 성역인가


“대통령이 공약했고, 대통령이 지시한 일에 대해 감히 감사원·검찰 따위가 감사·수사를 시도하다니!” 이런 기분인 모양인데, 이 같은 인식을 가진 사람이 ‘대의민주주의 근본’을 운위하는 걸 보면 개그가 따로 없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집요하게 공격하던 사람들이 아예 ‘절대왕정’하의 총신을 자처하는 것 같아 한심하고 가엽다.


게다가 이 사람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가 ‘국민의 요구’라는 궤변까지 늘어놓고 있다. 차라리 ‘문재인 대통령의 소신’이라면 이해하기 쉬울 텐데, 거기에 왜 ‘국민’을 동원하는지 황당하다. 국민의 요구라고 하려면 최소한 국민 대의기관인 국회에서의 논의-심의-의결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 아닐까? 그렇게 까지 할 일이 아니라 하더라도 연구·검토·논의과정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뜻에 맞추려고 ‘속도전’을 벌였다. 월성 1호기를 2년 반 동안 더 가동하겠다고 보고한 공무원에게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이 “너 죽을래?”라고 겁박할 정도로 대통령의 말은 ‘지엄’했다는 것 아닌가.


윤 의원은 “문서 파기 등 정책 집행 과정의 오류나 행정적인 과오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감사도, 수사도 가능합니다”라고 썼다. 그런데 감사원과 검찰이 월성 1호기 폐쇄 자체를 건드리고 있다며 “이는 선거 제도를 무력화하는 위험한 행태”라는 것이다. 그는 감사원과 검찰이 ‘분명히 선을 넘고 있다’는 말을 보탰다.


①‘폐쇄 자체’도 이유가 있다면 감사하고 수사를 하는 게 당연하다. 대통령은 오히려 감사원과 검찰이 본연의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옳다. 민주정치를 표방하는 정부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 ②더욱이 최 감사원장은 월성 1호기 원전의 경제성 평가와 관련한 문제점을 파헤친 것일 뿐 정책 자체의 당부(當否)에 대해 판단한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검찰도 감사원 감사보고서 안에서 수사를 하고 있다. 윤 의원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한 부분이다. 그런데 왜 ‘선’을 넘었다고 경고할까?


그의 억지 주장은 점입가경이다.


원전 조기폐쇄 국민 명령이라니


“선거를 통해 문재인 후보에게 월성 1호기 폐쇄를 명령한 것은 바로 국민입니다. 그런 국민을 상대로 ‘적법성’을 따지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이 바로 지금 모습입니다. 심각하게 선을 넘었습니다. 정책 수립 과정을 놓고 ‘범죄 개연성’ 운운하는 감사원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주의의 기본을 모르는 듯 싶습니다.”


국민은 그런 명령을 한 바가 없다. 투표 결과는 국민의 명령이 아니다. 이런 궤변으로 국민의 정서를 자극해서 감사원과 검찰을 궁지로 몰려는 것은 전형적인 대중 선동 작태이다. 민주주의의 기본을 잘 아는 사람은 이런 억지를 부리진 않는다. 민주주의에 대한 무지가 그의 만용을 부추기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윤 의원 한 사람만이 아니고 집권 민주당의 모든 의원들이 일제히 임기 말 대통령의 철갑(鐵甲) 역할을 자임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다투어 나서서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를 저지해야겠다고 안달하는 모습이 처연해 보이기까지 한다. 건드려서는 안 될 정권적 차원의 비밀 비리 혹은 무리가 있어서 그러는 것일까?


문 대통령이 정말로 민주정치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면 이 사람들을 말려야 한다. 지금 범정권적 차원의 ‘무지(無知)・억지 대 경연’이 펼쳐지고 있다. 이런 상태로 임기가 끝나면 문 대통령은 황당 개그의 어설픈 주역 배우로 역사에 기록될 수도 있다. 아무리 핑계와 이유가 궁하다고 해도 이건 너무 심하다. 추미애 법무QN장관만 그러는가 했더니 이젠 이낙연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개그 무대에 오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아니면 누가 이들을 말릴 수 있겠는가.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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