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산업 발전포럼…"내연기관차 퇴출은 기술혁신 기회 놓치는 것"
"저탄소사회로 전환 시 막대한 비용…속도 조정해야"
국가기후환경회의의 2035년 혹은 2040년 내연기관차 판매금지 제안에 대해 자동차업계가 "산업 존립 기반을 위협하는 정책"이라고 우려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저탄소사회로의 전환'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국민 수용성을 고려해 전환 속도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및 자동차산업연합회는 26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산업 및 에너지 분야 전환 과제'를 주제로 제6회 산업 발전포럼 및 제11회 자동차산업 발전포럼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정만기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탄소배출 감축은 불가피하나, 이는 세계 각국과 우리의 여건을 잘 살펴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최근 전 세계 탄소 배출량 중 28.4%를 차지하는 중국은 2060년 탄소중립 선언을 했고, 14.6%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언급했다.
그는 “전 세계 배출량 중 1.8%만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가 이 국가들보다 앞서가는 감축 방침은 우리의 산업 여건과 탄소배출이 많은 나라들이 더 감축해야 한다는 당위성 측면에서 적절한 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경우 높은 제조업 비중(2019년 GDP 대비 25.4%, OECD 국가 중 2위 수준), 에너지 효율이 충분히 높아 탄소 감축이 쉽지 않은 철강, 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 상황, 재생 에너지 자원 부족과 원전 확충의 어려움 등으로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는 탄소배출 감축이 쉽지 않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국내 제조업의 탄소배출량 중 40%를 감축하려면 제조업 생산의 44%와 130만 개 일자리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산업연구원 자료를 인용하면서 “온실가스 감축과 일자리 유지 문제를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지혜로운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국가기후환경회의의 2035년 혹은 2040년 내연기관차 판매금지 제안에 대해 정 회장은 “이 문제는 우리가 자동차 생산국이라는 점을 충분히 감안해 다룰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정부의 전략적 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일본은 2050년을 제시했으나, 하이브리드 경우엔 일본차의 경쟁력을 감안해 그 이후에도 판매를 허용할 방침이고, 미국은 캘리포니아주 정부만이 2035년으로 제시했으며 독일은 2016년 상원에서 2030년을 제시했었으나 하원에서 아직 계류 중인 상황에서 판매금지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중국만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금지를 선언했으나, 이 선언도 환경보다는 세계 전기동력차 시장을 주도해가겠다는 자동차산업 육성 측면의 전략이므로 이를 충분히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르웨이 2025년, 네덜란드 2030년 등 내연기관차 판매금지를 서두르는 나라들은 자동차생산국이 아닌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내연기관차의 전기차 전환을 위해서는 발전설비, 충전인프라 확충, 전기차 부품업체 육성 등 사전준비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면서 "현재 운행 중인 2300만대 자동차가 모두 전기차로 전환되고, 이들 차량 중 70%가 동시 충전한다 해도 2034년 전력생산 예측치 104GW와 유사한 102GW의 전력의 추가 소요가 발생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전 102기 발전량에 해당하는 전력생산 설비 구축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지적하며 “태양광발전으로만 전력을 생산한다면 서울시 면적 대비 약 2.2배의 면적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태양광은 밤에 발전하기 어려우나 전기차 충전은 주로 밤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설비 확충은 더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특히 내연기관차 퇴출정책은 자칫 온실가스 발생을 자동차에서 발전소로 옮기는 결과만 가져올 수 있는 점을 지적했다.
정 회장은 “세계에는 약 13억대 차량이 운행 중인데 2035년까지 다른 것은 일정하되 모든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전환되고, 이중 절반만 동시 충전한다 해도 3000GW의 현 발전설비 규모는 7500GW 규모로 확대돼야 한다”면서 석탄발전량 증가를 우려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경우 현재 전체발전량 중 68%는 석탄발전이 차지하는데, 지금도 100GW의 새로운 석탄발전소를 건설 중이고 앞으로도 150GW를 추가 건설 예정인 상황에서, 내연기관차 퇴출로 인한 탄소배출 감축분과 전기차용 석탄발전에서 나오는 탄소배출 증가량을 비교하면 내연기관차 퇴출이 답이 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내연기관차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줄이는 기술혁신 노력은 진행형이어서 어떤 에너지원을 쓰는 차량이 Well to Wheel(유전부터 바퀴까지) 관점에서 친환경적인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점과 전기차만 판매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배터리 원료 조달 애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배터리의 대부분 원료는 중남미, 아프리카, 중국 등에 집중 매장돼 있고, 중국 기업들이 전 세계 광산을 장악해가고 있어 우리 기업들은 언제든지 원료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점도 대비해야 할 것”이라며 “이러한 점을 고려해 전기차, 수소차, 경유차, 바이오메탄차, 가솔린차 등 에너지원별 자동차 산업의 포트폴리오는 오히려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정 회장은 "내연기관차 퇴출은 기후변화 대응 관련 다양한 기술혁신 기회를 스스로 놓치게 하는 일"이라며 정부의 냉정하고 과학적 접근을 주문했다.
이날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에너지 소비의 전기화는 에너지 공급의 탈탄소와 더불어 국가 에너지 수급 및 관련 산업구조의 대대적인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에너지 소비, 공급, 전달체계, 산업 등 에너지시스템 전반에 걸친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전력수요가 당초 국가 전체 전력수요(목표) 대비 약 2.5배 수준으로 증가하며, 산업부문과 수송부문의 전력수요는 기존 목표 대비 각각 약 3배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임 위원은 “2050년 발전 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총발전량의 80% 수준까지 확대가 불가피하며, 이를 위한 투자에 183조9000억원, 백업설비 설치 및 계통 보강에 최대 325조8000억원 등 500조 원 이상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위원은 “탄소중립은 장기적으로 지향해야 하고, 적정 속도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하며 “발전·산업·수송·건물 등 온실가스 감축 주체들의 비용 분담 문제의 합리적 해결과 탄소중립을 위한 비용과 편익에 대한 대 국민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민경덕 서울대학교 교수는 “전기·수소차도 생애 전 기간 중 에너지 사용을 평가(LCA)하는 경우 발전·생산 등의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므로, 청정에너지 생산정책과 친환경차 정책이 보조를 맞춰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전기차 보급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청정 전력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충전 인프라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과 대도시 지역의 전력망을 개선하는 등 전력수요 증가와 편의성 강화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민 교수는 이어 “현재의 전력 Mix를 고려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전주기에서 발생하는 CO2 배출량은 유사한 수준”이라며 “수송부문의 정확한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을 위해 현재의 Tank-to-Wheel(연료탱크-주행) 기반이 아닌 Well-to-Wheel(에너지원 채굴-주행) 또는 LCA 기반의 연비·온실가스 정책이 도입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보조금 위주의 전기·수소차의 보급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므로, 배터리 가격과 수소차의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장기적인 R&D와, 인프라 구축, 그리고 중단기적으로 비용 대비 효과가 우수하고 안정적인 발전과 전환을 대비할 수 있게 하는 하이브리드차 보급정책을 장려하는 Two-Track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 도로수송 분야의 CO2 발생의 40% 정도 차지하는 중대형차의 CO2 개선을 위해서는 지속적 효율 향상과 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로부터 생산되는 E-fuel(합성연료)의 도입도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제발표 이후 이기형 한양대학교 교수의 주재로, 배충식 KAIST 교수, 이종수 서울대학교 교수, 김용원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본부장, 최상호 대한건설협회 본부장,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실장이 패널토론에 참석해 산업·에너지 전환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토론과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배충식 KAIST 교수는 “수송부문의 온실가스 저감 목표와 규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에 맞춰 LCA 기반하여 단계적으로 설정돼야 하고, 미래 자동차의 동력원은 시장 선택에 맡겨 기술개발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내연기관의 탄소 저감과, 전기·수소차 기초기술 개발 지원하고, 중장기적으로 청정연료 기반의 내연기관 가격경쟁력 확보와 전기·수소차의 보급을 지원하는 등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이종수 서울대학교 교수는 “저탄소사회로의 전환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국민 수용성을 고려하여 전환 속도를 조정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발전부문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의 고용인원 감소, LNG 등의 핵심기술 국산화와 원전 등 기저발전 대체 시 비용 증가, 전력 수급의 불안정성 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수송부문에서는 미세먼지 발생원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연료가격 조정과, LCA 측면에서 환경피해 비용을 고려한 전기차 확산정책 추진, 저탄소 전환 과정에서 정유업계의 산업경쟁력 보전 방안 등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김용원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본부장은 “친환경차 정책은 내연기관 중심의 국내 부품산업 생태계의 친환경차 전환 속도, 차량 전주기평가(LCA)를 고려한 에너지 전환 정책과 비용, 충전인프라 구축 등 보급 여건이 고려되어 수립되어야 한다”며 “이러한 3가지 측면을 고려할 때 지난 11월 23일 발표한 국가기후환경회의의 ‘2035년 또는 2040년 내연기관 판매금지 정책제안’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친환경차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자체 부품업계 실태조사 결과, 부품 1종 개발에 평균 13억 원의 자체 자금을 활용했고, 3~6년간의 기간이 소요되는 데 반해 미래차 전환 기업 중 17.8%만이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내연기관 위주의 국내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친환경차 산업구조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향후 10년 이상 캐시 카우 역할을 하는 내연기관차의 판매가 담보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탄소중립에 최대 500조 원 이상의 설비 투자가 필요한 점을 감안하면 향후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대폭적인 전기요금 상승이 불가피해 소비자 부담 증가로 전기차 보급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아파트 재건축 허용 연한이 30년이고, 현재 신축 아파트의 충전기 의무비율이 3%인 점을 고려하면 2035년에 전기차만 판매할 수 있는 충전 여건 확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친환경차 보급확대를 위해서는 내연기관 판매금지와 같은 규제 위주의 급격한 친환경차 보급정책보다는 인센티브 정책을 통해 자연스러운 시장확대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의 경우, 2019년 7월 전기차 보조금을 전년 대비 40~60% 축소하고 규제를 통한 보급 확대를 추진했으나, 전기차의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2020년 3월 기준 44.8%)해 다시 보조금 지급을 연장(2020년 4월)한 만큼, 우리 친환경차 보급정책도 내연기관 판매금지와 같은 규제가 아닌 인센티브 위주의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실장은 “제철 공정의 친환경화를 위한 수소환원제철 공법을 위해서는 환원제로 사용될 그린수소 연 434만t(2040년 국내 수소공급계획량의 83%)이 kg당 0.68달러(현재 대비 1/10 수준)의 가격으로 공급돼야 하고, 연 214.8TWh(2018년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약 4배)의 전력이 MWh당 35달러(현재 대비 40% 수준)의 가격으로 공급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남 실장은 "수소환원제철기술 등 혁신기술 R&D, 그린에너지 공급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 국가 차원의 전폭적 지원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최상호 대한건설협회 본부장은 “기후변화로 인한 건설 분야의 규제 강화 시 설계·시공·유지관리·운영·철거 등 생애주기비용(LCC) 측면에서 비용이 증가하고, 이는 주거비용 상승으로 직결된다”고 우려하며 "특히 사용 자재, 공법 변경에 따른 공사 기간 증가와 건설폐기물 최소화 및 재활용 등에 대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에너지 절약설계 의무화와 녹색 리모델링 등을 통한 에너지절약형 건축물의 확대 공급과 그린 인프라 시장 확대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