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네이버페이 누가 관리"…금융위-한은 밥그릇 싸움 '점입가경'


입력 2020.11.27 06:00 수정 2020.11.26 12:28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한은 "금통위 권한 무력화 우려…충돌 뻔한 개정안을 금융위가 슬쩍 얹어"

이주열 총재도 직접 나서 비판…금융위와 평행선 속 국회서도 갈등 재현

핀테크사들의 지급결제 관리감독권한을 둘러싸고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데일리안

핀테크사들의 지급결제 관리감독권한을 둘러싸고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간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금융위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한국은행이 이례적으로 수 차례에 걸쳐 정면반박에 나서는가 하면 두 기관 간 신경전이 정치권으로도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7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 오전 금융통화정책위원회 설명회에서 "지급결제 시스템 관리는 중앙은행의 고유 기능"이라며 "예외는 없다"고 못박았다. 현재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추진 중인 금융위원회를 직접 겨냥한 것이다.


한은은 하루 전인 지난 25일 입장자료를 통해서도 이같은 입장을 확고하게 밝혔다. 한은은 “금융기관 간 청산절차가 필요없는 빅테크·핀테크업체의 내부거래까지 지급결제시스템에서 처리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과잉규제”라면서 “이는 한은이 수십 년 동안 안정적으로 관리해 온 지급결제시스템에 불안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은이 언급한 내용은 금융위가 이달 중순 정무위원장 윤관석 의원실에 제출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일부다. 금융위가 핀테크·빅테크에 대한 관리 일환으로 전자지급거래청산업을 신설하고, 금융결제원(전자지급거래청산기관) 등에 대한 허가·취소, 시정명령, 기관 및 임직원 징계 등 권한을 갖도록 하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핵심으로, 이에 금결원에 영향력을 행사해오던 한은이 영역 침해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한은은 “만약 금융위 개정안대로 시행될 경우 이는 결국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권한을 무력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특히 전문가 멘트를 인용해 이번 개정안을 ‘트로이의 목마’에 비유하는가 하면 “한은의 역할과 충돌할 것이 뻔한 방침을 금융위가 혁신목록에 슬쩍 얹었다”며 금융위를 향한 맹공을 이어나갔다.


반면 금융위는 시중은행 등 일선 금융권과 달리 아직 도입 초기여서 실시간 감시체계가 없는 네이버나 카카오페이 등 지급결제수단에 대한 관리감독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또 한은 주장과 달리 이미 민법상 사단법인에 대한 감독권과 징계권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자체를 금결원에 대한 권한 강화로 보기 어렵고, 금결원에 대한 한은의 경영권 행사나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편 두 금융당국을 관할하는 국회 기재위(한국은행)와 정무위(금융위원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구도가 형성되는 모양새다. 지난 20일 국회 기재위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빅테크 업체의 지급결제제도 전반에 한은의 관리권한을 부여한 한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은이 디지털을 이용한 자금이체, 결제업무 등에 대한 결제리스크 관리방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 이 법안의 골자다.


같은 당 소속인 윤관석 정무위원장도 이미 예고된 바와 같이 이르면 이달 중으로 금융위가 제출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입법 발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한은과 금융위 간 업무권한을 둘러싸고 같은 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면서 핀테크 지급결제 감독 권한을 둘러싼 의견 조율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국 관계자는 "그동안 공백상태였던 핀테크 지급결제 관리감독권에 대한 범위와 책임소재를 명확화하기 위해 최선의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며 "입법 논의 과정에서 기관 간 입장 차 좁히기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배근미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