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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적 외교' 주창해온 문정인, 한미동맹 강조한 이유는?


입력 2020.12.11 04:00 수정 2020.12.10 23:07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중국보다는 한미동맹에 관심 둬야"

바이든 대중전략 감안한 '사전 정지작업'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자주적 외교'를 주창해온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한미동맹에 대한 관심'을 주문하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 '외교 브레인'으로 꼽히는 문 특보는 10일 연세대에서 개최된 '2020 한반도 평화정책 국제심포지엄'에서 미중 대립이 한국 교역·안보에 끼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문 특보는 중국을 '전략적 협력관계'로 미국을 '유일한 동맹'으로 규정하고 "전략적 파트너보다는 한미동맹에 대해 좀 더 관심을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중 대립이 '어려운 과제'라면서도 "중국도 필요하고 미국도 필요하다. 우리가 원하는 시나리오는 미국과 중국이 신냉전의 적대적 관계를 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동맹에 '확실한 방점'을 찍은 문 특보의 이날 발언은 그간 견지해온 노선과 차이가 있다. 문 특보는 동맹을 '수단'으로 규정하며 '동맹 파기'를 시사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아 왔다.


그는 지난해 한 방송에 출연해 "결국 지난 70년 동안 쌓아온 신뢰할 수 있는 동맹으로서의 미국이라는 그림이 깨지면 우리도 다른 생각을 많이 해야 된다"며 "그 답을 (지금) 드릴 수는 없겠지만, 동맹이 우리 '목적'은 아니지 않나. 동맹은 우리 국익을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올해 초 미국 현지 세미나에선 "우리 정부는 기본적으로 '미국하고 같이 간다'고 분명히 정했다"면서도 "(대북협상에) 계속 진전이 없고, 국내 정치적으로 어려워지고, 한반도와 동북아 상황이 어려워지는 방향으로 가면 문 대통령이 어떻게 (미국과) 계속 같이 갈 수 있겠나. (노선을) 수정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해당 발언은 "중국에 기울어진 한국이 미국 손을 놓으려 한다"는 미국 조야의 우려를 더욱 키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 특보의 '한미동맹 때리기'는 미중 신냉전 구도가 구체성을 띤 이후 한층 누그러진 모양새다. 다만 그는 한국이 신냉전 구도에 포획되지 않도록, 고래 싸움에 등 터진 새우가 되지 않도록 '제3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


문 특보는 지난달 27일 한국공공외교학회 화상회의 기조연설에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같은 '줄타기 외교'가 지금과 같은 긴장 관계에서는 매우 위험하다"며 "한국이 미국도 중국도 아닌, 진영 외교에서 자유로운 새로운 국제 질서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미중 샌드위치 신세를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초월적(transcending) 접근'을 거론하며 "일본·호주 등과 신냉전을 막을 수 있는 경제·안보 공동체를 발전시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미국과의 거리두기'에 주저함이 없던 문 특보가 '한미동맹에 대한 관심'을 강조하고 나선 건 내년 초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를 고려한 영향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국과 연대해 대중 압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중관계를 모색하기 앞서 한미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결국 문 특보가 주창해온 자주적 외교의 관점에서 미중 신냉전 구도 속 제3의 길을 확보하기 위해 '사전 정지작업' 측면에서 한미동맹에 대한 관심을 언급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신냉전 시대를 맞아 미국이 한국에 거는 기대를 감안하면 문 특보 구상이 빛을 보긴 어렵다는 관측이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9일(현지시각) 미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가 주관한 화상토론회에서 "미중 문제와 관련해 한국에 대한 미국의 기대감이 크다"며 "한국에서 '선택을 강요받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미국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힘들다. 미국은 한국이 이미 (미국을) 선택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은 부통령 신분으로 한국을 찾았던 지난 2013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 면전에서 "미국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고 못 박은 바 있다.


윤 전 대표는 "미국과 한국은 전략적 동맹 관계인 만큼 '혼인'을 한 상태"라며 "한중 관계는 '혼외 연인'에 더 가깝다"고도 했다. 한국이 미국을 선택하지 않는 것은 '이혼', 즉 파국을 뜻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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