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공정거래법·노조법 통과로 사상 최악 기업환경 만들어
문 대통령, 새해 기업인 만나 무슨 염치로 경제 활성화 요구할까
기업은 투기자본 앞에 무장해제(감사위원 분리선임)되고, 대표이사는 줄소송에 휘말리게 됐으며(다중대표소송), 노동조합에는 전문 시위꾼이 판치는 세상(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기업인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마련한 선물(?)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매년 초 기업인들을 만나 경기회복을 위한 투자와 고용에 힘써줄 것을 당부해 왔다. 과거엔 그 자리가 경제단체에서 주최하는 신년인사회였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감히 무엄하게 대통령을 오라 가라 하느냐’는 듯 기업인들을 청와대로 소집하는 자리로 바뀌었다.
장소와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니 이걸 두고 잔소리를 길게 할 생각은 없다. 문제는 만나서 오갈 얘기들이다.
국가원수와 굴지의 대기업을 이끄는 기업인들이 겨우 환담이나 나누려고 자리를 함께할 만큼 한가한 이들은 아니다. 서로 원하는 걸 주고받아야 아깝지 않은 시간이 될 것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으로서 기업인들에게 요청할 사안들은 뻔하다.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경제 활성화에 힘써주고, 일자리 안정을 위해 채용을 늘리며, 정부의 그린뉴딜 사업과 연계해 미래 성장동력 육성에 힘써달라는 등의 당부일 것이다.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 기업인들은 대통령이나 고위공직자들을 만날 때마다 규제철폐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 것을 요청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이미 상법과 공정거래법, 노동관계 3법을 밀어붙여 국회를 통과시키며 기업들의 목줄을 죈 상태다. 경제단체들을 통해 전해진 보류와 재검토 호소는 무시당했다.
나아가 문 대통령과 뜻을 함께 하는 진보진영에선 ‘목줄을 죈 김에 아예 숨통을 끊어버리지 그랬냐’는 듯 ‘의결권 3% 제한 완화’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유지’에 대해서도 반발하는 상황이다.
이런 처지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운운하는 게 말하는 쪽이나 듣는 쪽이나 곤혹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다.
서로 이런 상황을 뻔히 아는데 대체 만나서 무슨 얘기를 주고받을 것인가. 개혁에는 고통이 따른다며, 앞으로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 등 고통스런 법안들이 줄줄이 통과될 테니 잘 견뎌보라고 할 것인가. 기업인들은 이에 대비해 쓰린 속을 부여잡고 외교적 수사를 덕지덕지 바른 원론적인 답변을 준비해야 하는 건가.
서로 불편한 자리는 안 갖는 게 상책이다. 당사자들 뿐 아니라 지켜보는 국민들도 거북하다. 반기업 정서로 똘똘 뭉친 정치적 동지들의 폭주를 저지할 생각이 없다면 적성에도 안 맞아 보이는 ‘경제 살리기 코스프레’는 그만 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