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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사각지대' 은행 집단대출, 영끌 바람 속 '복병'


입력 2020.12.15 06:00 수정 2020.12.15 09:44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4대銀 관련 여신 증가세 전환…두 달 만에 2.2조↑

아파트 분양가 상승에 느슨한 규제 맞물려 가속도

국내 4대 은행 집단대출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시중은행들에서 나간 집단대출이 최근 들어 갑작스레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두 달 동안에만 2조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파트 분양을 받은 이들이 중도금이나 잔금을 치르기 위해 받는 공동 대출로, 부동산 정책으로 강화된 여신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탓에 수요가 몰리는 모습이다. 특히 영혼까지 끌어 모아 집을 산다는 이른바 영끌 바람과 맞물려 이 같은 확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집단대출이 불어나는 가계 빚을 둘러싼 부작용을 키우는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달 말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개 은행들이 보유한 집단대출 잔액은 총 117조4989억원으로, 올해 9월 말보다 1.9%(2조1997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은행들의 집단대출이 지난 3분기 석 달 동안 115조3729억원에서 115조2992억원으로 다소(0.1%·737억원) 줄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대비되는 흐름이다.


집단대출은 일정 자격요건을 갖춘 특정 차주들에게 공동 실행되는 여신을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신규 분양 혹은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입주 예정자 전체를 대상으로 취급되는 대출이 여기에 속한다. 통상 중도금과 이주비, 잔금 대출 등으로 구분된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의 집단대출이 조사 대상 기간 동안 32조1519억원에서 32조5000억원으로 1.1%(3481억원)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또 하나은행 역시 31조1008억원에서 31조6164억원으로, 국민은행은 28조2475억원에서 29조367억원으로 각각 1.7%(5156억원)와 2.8%(7892억원)씩 해당 액수가 늘었다. 신한은행의 집단대출도 23조7990억원에서 24조3458억원으로 2.3%(5468억원) 증가했다.


이처럼 은행들의 집단대출이 확대된 배경으로는 우선 꾸준히 오르고 있는 아파트 분양 몸값이 꼽힌다. 그 만큼 감당해야 할 중도금과 잔금이 늘어난 상황에서, 이에 대해 미리 신청해 뒀던 집단대출이 최근 들어 집중적으로 실행된 영향이다.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최근 1년 간 전국에서 신규로 분양된 민간 아파트의 단위면적(㎡)당 평균 분양가격은 382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353만9000원) 대비 8.0%(28만4000원)나 상승했다.


여기에 가능한 많은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영끌 열풍도 집단대출 확장에 속도를 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치솟는 분양 가격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아니면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할 수 있다는 패닉 바잉 현상이 번지면서, 무리해 빚을 내더라도 아파트를 소유하려는 경향이 강해진 까닭이다.


더불어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하게 적용되고 있는 특성도 많은 이들이 보다 손쉽게 집단대출에 접근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집값을 잡으려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일환으로 이전보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상당히 까다로워졌지만 집단대출은 이런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어서다.


집단대출은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돈을 빌리는 형태인 만큼, 집값이 얼마냐 되느냐가 대출 가능 금액의 절대적 기준이 된다. 즉, 차주 개인에 대한 개별 대출 심사가 따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결국 집단대출은 이전보다 꼼꼼하게 차주의 빚 상환 능력을 따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이 예고한 대로 최근 주택담보대출의 한도를 책정하는 지표는 총부채상환비율(DTI)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로 대체됐다. DTI는 차주의 연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만을 계산하지만, DSR은 여기에 신용카드 미결제액과 자동차 할부금 등 모든 부채의 원리금까지 계산해 대출 상환 능력을 따진다. 가계가 무리하게 빚을 내 주택 구입에 나서는 일을 막아 보겠다는 취지다.


이렇게 몸집을 불리고 있는 집단대출에 우려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가뜩이나 부담스런 가계대출 증가 추세를 부채질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이 늘어나는 가계 빚에 대한 속도조절에 들어간 상황에서 집단대출이 사각지대로 남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염려의 목소리다.


실제로 당국 역시 최근 가계대출 상승 곡선을 밀어 올리고 있는 원인으로 집단대출을 지목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은행들의 가계대출이 지난 달에만 13조6000억원 늘어나며, 관련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이래 월간 기준 최대 증가폭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세자금대출 확대폭은 축소됐지만 집단대출 실행이 늘면서 가계대출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미 4대 은행에서 나간 가계대출 잔액만 지난 11월 말 기준 540조581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8.5%(42조2721억원)나 증가한 상태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이들의 가계대출이 467조4411억원에서 498조3096억원으로 6.6%(30조8685억원) 늘어났던 것과 비교하면, 아직 올해가 다 가기도 전에 연간 가계대출량이 10조원 넘게 확대된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에 힘입은 시중 유동성 확대 흐름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어 부동산 시장을 향한 투자 자금 유입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와중 규제의 영향을 덜 받는 집단대출이 과도한 영끌 빚투를 떠받치는 요소로 작동하고 있는 건 아닌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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