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직원 성범죄에 대해 사용자 책임 인정한 판결
아르바이트생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직원을 두둔한 공공기관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22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은 아르바이트생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공공기관 직원 A씨와 해당 공공기관에 대해 2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대학원생 B씨는 2016년 서울 한 공공기관에서 일하던 중 A씨로부터 주말에도 근무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B씨가 집안내 상사(喪事)로 미뤄 놓았던 업무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A씨는 B씨에게 재계약 권한이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했다.
그로인해 B씨는 장례식 직후 상경해 일요일임에도 출근해 홀로 업무를 했다.
그런데 그날 A씨는 사무실 나타났고 돌변해 B씨를 성폭력하려고 했다. B씨는 격렬하게 저항했고, 성폭행은 미수에 그쳤다. 이후 범행 현장을 벗어난 B씨는 이 사실을 회사에 신고했으나 팀장 C씨는 이를 무마하기에만 급급했다.
C씨는 A씨가 처벌을 받게 되면 자신까지 불이익이 생긴다며 "그냥 넘어가자"고 말한 것. 또한 C시는 피해자 B씨를 도와주려는 다른 팀원까지 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B씨를 향해 "원래부터 목소리가 야했다"며 오히려 B씨에게 책임을 돌리기까지 했다.
이에 B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도움을 호소하면서 해당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해당 공공기관은 범죄행위가 휴일에 단둘이 있을 때 발생했으며, 가해 직원은 인사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개인적인 일탈행위에 불과해 사무집행 관련성이 없고, 따라서 사용자 책임이 없다는 항변이었다. 아울러 평소 성희롱 예방교육, 성폭력 고충전담창구 운영 등 나름의 감독상 주의의무를 다했다며 반박했다.
법률구조공단의 송영경 변호사는 해당 사건이 공공기관 사무실에서 발생했고, 피해자는 가해자의 소개로 별도의 심사 없이 채용된 이후 업무지시를 받았던 점 등을 들어 사무집행 관련성을 적극 주장했다.
재판부는 "가해자와 공공기관은 공동으로25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공공기관이 성희롱예방교육과 가해자 해임 징계처분을 한 사실은 인정되나, 위와 같은 조치만으로 성추행을 하지 않도록 그 선임 및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다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 측의 주장 대부분을 수용 결과다.
가해자 A씨는 대법원까지 이어진 형사재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형이 확정됐다.
송영경 변호사는 "회사 직원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한 경우 회사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사용자가 예견할 수 없는 성폭력 범죄에 대해 사용자 책임이 인정되는 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나, 이번 판결이 사용자 책임 기준 확립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