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 병상 23일까지 104개 지정
연말까지 총 328개 확보
전문가들 '병상 부족' 경고에도 아랑곳 않더니
뒤늦게 상급종합병원·국립대 병원에 병상 확보 행정명령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 감염 확산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증환자 병상이 확보되지 않아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병상확보에 나섰지만, 병상과 인력이 준비되는 속도가 확진자와 중환자 발생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의료체계가 위기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자택이나 요양병원에서 대기하다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42명이 확진되고 1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부천 효플러스 요양병원에서 또다시 사망자 5명이 추가됐다.
부천시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이 요양병원 환자 5명이 전날 숨졌다. 사망자는 90대 여성 1명, 80대 여성 3명, 70대 여성 1명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70대 여성 1명은 전담병원 이송 후 숨졌으며, 나머지 4명은 모두 병상에서 대기하다가 숨을 거뒀다.
이 요양병원의 누적 사망자는 22명인데, 이들 중 병상대기 중 숨진 확진자가 20명에 달한다. 나머지 2명은 의료기관에 이송된 후 숨졌다.
병상을 기다리다가 숨지는 사례가 급증하는 원인은 병상을 기다리는 확진자들 대부분이 기저질환을 앓고 있거나 '고위험군'인 노년층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하루라도 빨리 병상 배정이 이뤄져야 하지만, 방역당국의 대응이 늦어 병상 확보가 늦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 위중증 환자 수 97명→284명 급증
23일 0시 기준 수도권에서 병상을 배정받지 못해 하루 이상 자택에서 대기 중인 코로나19 확진자는 183명이다. 지난 17일 수도권의 병상 대기자는 548명으로 치솟았으나 20일부터 368명→354명→248명→183명으로 다소 줄었다.
그러나 촌각을 다투는 위중증 환자의 수는 이달 초 97명에서 현재 284명으로 늘어나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통상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위중증으로 건강이 나빠지는 데까지 일주일 정도 걸리며, 확진자 중 2~3%가 중환자로 발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확진자가 1000명대로 폭증하면서 최근 위중증 환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와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22일 기준 전국에 남아 있는 중증환자 병상은 전국에 42개, 수도권에 12개가 있다.
즉시 사용 가능한 중환자실은 충청권과 경북권에 각각 1개, 호남권 2개, 경남권 6개, 강원 9개, 제주 10개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난 18일 상급종합병원과 국립대병원에 '중환자 병상 확보' 행정명령을 내리고 이날까지 중환자 병상을 104개 추가 지정했다. 당국은 오는 26일까지 199개, 연말까지 328개의 중환자 병상을 더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서울아산병원은 22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20개, 삼성서울병원은 14개 병상을 연말까지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며 "경희대병원, 인하대병원, 조선대병원은 목표 병상 수의 100%에 해당하는 병상을 이미 확보했거나 확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립대병원 중에서는 강원대병원이 목표 대비 183%를, 서울대병원은 목표 대비 111%를 확보했다"면서 "경북대병원과 칠곡경북대병원도 목표 대비 100%에 해당하는 병상을 확보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정부 행정명령 발동에 상급종합병원·국립대병원 '혼란'
정부가 갑작스럽게 중환자 병상 확보 행정명령 카드를 꺼내들면서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하나를 확보하려면 중환자 병상 2~3개, 또는 일반 병상 7~8개를 줄여야 해 당장 26일까지 병상을 마련해야 하는 의료현장에서는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고유량(high flow) 산소요법, 인공호흡기, 에크모(ECMO·체외막산소공급), 지속적신대체요법(CRRT) 등의 치료를 받는 환자를 위·중증 환자 병상을 마련하기 위해선 준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중환자를 볼 수 있는 인력을 재배치하는 데도 시간이 소요되는데 코로나19 중환자를 받기 위해선 일반 중환자의 4~5배 많은 수의 의료진이 배치돼야 한다.
일각에서는 충분한 준비 없이 급하게 코로나 중환자 병상을 늘리는 바람에 일반 중환자들의 진료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3차 대유행 속에 중환자 병상이 부족해 급하게 내린 행정명령이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병원 인력을 재배치하고 병상 수를 조정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미리미리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면서 "일반 중환자들에게 코로나 중환자보다는 덜 시급해 보이니 나가달라고 하기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