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협력 통한 신속한 주택공급 약속했지만
정부 ‘규제’ 정책 기조는 그대로...시장 “모순 아니냐” 지적
“주택공급 확대는 공공의 역량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으며, 민·관의 모든 역량을 결집시킬 필요가 있다.”
“민간의 공급을 위축시키는 규제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개선사항을 말씀해 달라. 간담회에서 제기되는 내용은 관계부처 및 기관과 적극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5일 주택공급 관련 기관들과 정책간담회를 열고 민간에 ‘SOS’를 요청했다. 민관협력을 통해 주택을 신속히 공급하겠다는 의지다.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이 지난 2017년 취임식부터 줄곧 “부동산 과열 원인은 공급 부족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정부가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고 공급대책에 큰 변화를 줄 것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정부의 규제 정책 기조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주재 신년 첫 국무회의서 “혁신적이며 다양한 주택공급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하겠다”면서도 “투기 수요 차단, 주택 공급 확대, 임차인 보호 강화라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변 장관은 간담회서 “민관협력을 통해서 패스트트랙을 적용해 주택을 신속히 공급하겠다”며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제도개선과 인허가 절차를 지원할 수 있다. 공공기관은 컨설팅, 부지확보, 선투자로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민간은 창의적 설계, 시공능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역세권 등 가용용지를 활용해 도심 내 충분한 물량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면서 “서울 시내에 저밀 개발돼 있는 지하철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서울 도심에서도 충분한 양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를 대상으로 역세권·준공업지역·저층주거지·도시재생 연계 정비사업 등 다양한 도심 내 공급 방식을 검토하고, 기존 공공택지와 학교·공공기관 부지 활용 및 신규 공공택지 지정 추진까지 하겠다는 계획이다.
변 장관은 “특히 민관협력 사업에 참여하는 토지주들은 리스크 저감, 인허가 절차 간소화, 강력한 인센티브를 지급 받아 수익성 확보는 물론, 신속한 사업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발이익은 사회적 합의로 적정하게 배분하고, 투기수요는 선제적으로 방지해야 한다”며 “개발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투기수요 유입과 시장 자극에 대해서는 억제장치를 마련해 적극적으로 차단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시장에서는 변창흠표 공급대책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면서도 ‘민간 공급확대, 투기 수요 차단’이라는 투 트랙 정책은 모순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시장에서 원하는 민간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것도 아쉽다고 말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결국 불로소득 환수라는 숙제를 어떤식으로 풀어나갈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개발이익 환수를 전제로 하는 개발사업은 역세권·준공업지역 토지 소유주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남은 1년 반 동안 과속에 가까운 공급정책을 내놓다 보면 부작용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급정책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정속으로 가야하는데, 지난 3년 반동안 저속으로 가다가 갑자기 과속으로 달리면 결국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기반시설 등을 축소하고 단순히 주택비율만 늘리면 이후에는 난개발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단순히 주택공급에만 초점을 맞춰 방향을 설정하는 것에 의구심이 든다”며 “지역변화나 국가적 성장으로 보면 부가가치를 형성할 수 있는 상업공간이나 비즈니스 개발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