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광풍 땐 "거래금지 검토"…"내년부터 과세 대상" 달라진 정부
'투기적 버블'이란 부정적 인식 여전…"과세가 가상자산 제도화 아냐"
거대한 유동성 물결 속에서 가상화폐의 대표 주자인 비트코인의 기세가 거세지면서 이를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시각도 바뀔지 주목된다. 2017년 코인광풍 때나 현재의 열풍에서나 금융당국의 "비트코인은 투기적 자산"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은 여전하다.
하지만 과거 가상화폐를 '돈 놓고 돈 먹는' 일종의 도박으로 보고 거래중지까지 검토하던 정부도 내년부터 거래에 과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달라진 시장의 흐름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시장에선 비트코인이 주류 금융시장에 한 발 가까워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며 내년부터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를 팔아 얻은 연간 소득이 250만원을 넘으면 20%의 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상속이나 증여로 암호화폐를 넘겨받을 때도 세금을 내야 한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번 과세가 가상자산 제도화가 아니다"고 강조했지만, 시장에선 가상자산도 엄연한 '투자자산'으로 인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제도금융권이 비트코인 투자에 뛰어들고, 시장에서 '디지털 금'으로 거론되는 분위인 만큼 금융당국의 고민도 클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급등 추세에 관련주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가상화폐 급등 상황에서 불법 거래 등으로 소비자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4년 전 당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결국 비트코인 거품이 빠질 것"이라고 단언했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고 거래소 폐쇄까지 하겠다"던 시절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는 평가다. 2017년 12월 금융위원회는 유권해석을 통해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틀어막기도 했다.
업계 "2017년 광풍 때와 다르다" 당국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까지 정부가 바라보는 비트코인의 입지는 모호한 상태다. 우선 정부와 국회는 지난해 3월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을 통해 비트코인 등을 '가상자산'으로 정의했다. 경제적 가치가 있고, 동시에 거래가 가능한 무형의 자산이라고 본 것이다.
대신 '금융'이라는 지위는 부여하지 않았다. 기재부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를 통해 소득이 발생한 경우 이를 '기타소득'으로 신고해야 한다. 기타소득은 근로소득이나 이자소득 등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이 아닌 복권 당첨금처럼 일시적·우발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을 통칭한다. 주식 등 금융 상품을 거래해 소득이 발생한 경우 이를 금융소득으로 분류하는 것과는 다르다.
시장에서 가상화폐가 갖는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6000억달러를 넘어서며 삼성전자 시가총액을 앞질렀고,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도 올해들어 처음으로 1조달러를 넘어섰다.
비트코인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7일 오후 2시 기준으로 비트코인은 개당 4202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2000만원 선을 넘기면서 최고가를 경신한 뒤 한 달여만에 2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문제는 그만큼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다. 비트코인 광풍의 절정이었던 2018년 1월에는 개당 가격이 한 달만에 800만원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는 투자시장에서 불신을 사는 핵심 요인이자 금융당국이 가장 크게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투자자들은 "2017년 광풍 때와 다르다"고 하지만 당국은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비트코인이 지금처럼 잘될 때는 모르지만, 폭락했을 때 '당국은 뭐했느냐'면서 규제방안 내놓으라고 난리법석일 것"이라며 "현재의 열기는 위험한 수준을 넘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우리 금융권이 참고할만한 해외사례도 마땅치 않으므로 상황을 지켜보면서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