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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조건부 출마선언'…개인과 당 입장 고려해 내놓은듯


입력 2021.01.08 01:00 수정 2021.01.08 05:26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출마 명분 찾기·체급 재조정의 의도 있으면서

"대선에서 단합된 힘 확실히 담보하자"는 맥락

安 응하면 '통합 위해 내려놨다'로 '원죄' 청산

안 응하면 서울시장 보선에 들어갈 명분 마련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조건부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야권 단일화를 위해 안철수 후보께 간곡히 제안한다. 국민의힘으로 들어와 달라. 합당을 결단해 주시면 더 바람직하다"며 "그러면 나는 출마하지 않고 야권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당대당 통합'을 통해 내부 경선으로 들어올 것을 제안하며, 이에 응하지 않으면 오 전 시장 자신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개인적인 입장과 당의 입장을 함께 고려한 정식 출마선언 전의 '승부수'로 읽힌다.


오세훈 전 시장은 7일 오전 국회에서 연 긴급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후보가 합당을 결단해주면 나는 출마하지 않고 야권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합당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제1야당 국민의힘으로서는 후보를 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출마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조건부 출마선언'은 개인적 차원에서 보면 경선에 들어가기 위한 디딤돌을 마련하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 그간 많은 사람들이 대권 직행을 선언했던 오 전 시장을 찾아와 "결자해지하라"며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권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시장 스스로도 "유구무언이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안철수 대표가 지난해 연말 전격적으로 출마선언을 하며 '결자해지'를 선점했다. 오세훈 전 시장이 출마하려면 명분의 선회가 필요해졌다. 안 대표가 끝내 통합에 응하지 않으면 이에 책임을 돌리며 출마할 명분을 찾는 과정이라는 분석이다.


잘못 설정된 '체급'을 재조정하는 의도도 엿보인다. 안철수 대표가 출마선언을 한 뒤,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오세훈 전 시장의 비공개 회동 사실이 알려졌다. 게다가 후보 단일화를 논의한 것처럼 보도가 이뤄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철수 대표가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오세훈 전 시장이 힘을 합쳐 상대해야할 존재처럼 비쳐져 버렸다"며 "(나 전 원내대표와 오 전 시장은) 졸지에 '쩜오(0.5)'가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세훈 전 시장이 안철수 대표를 향해 '당대당 통합'을 제안한 것은 동렬의 맞상대로 체급을 다시 맞춰가는 과정이라는 분석이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이날 오세훈 전 시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빠져버린 것은 이런 의도를 읽었기 때문일 수 있다. '체급'을 1대1대1로 재조정해가는 과정이라는 해석이다.


또,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오세훈 전 시장이 '합당 통첩'에 나선 것은 내년 3·9 대선을 앞두고 지금과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압박으로 볼 수 있다.


안철수 대표는 전날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입당·합당을 하지 않더라도 국민의힘 지지자와 조직은 자신을 적극 도울 수밖에 없다며 "제1야당이 현재 선거에서 4연패를 했는데 5연패를 할 경우, 당이 공중분해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02석 제1야당이 '공중분해되기 싫으면 나를 전심전력으로 도우라'는 안철수 대표에게 끌려가는 형국이다. 이러한 상황이 당면한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인데, 1년 뒤의 대선에서 똑같은 양상이 또 반복될 수 있다는 게 국민의힘의 고민이다.


지금은 3석 군소정당의 원외 당대표지만 안철수 대표가 서울시장이 되면 이를 '플랫폼'으로 활용해 다양한 준비를 할 수 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그가 범야권 후보로 서울시장이 되면 독자노선을 걸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민선 서울시장은 조순 전 시장 이래 예외없이 대권주자 반열이었다. 여론의 주목을 유지하기도 용이하다. 안철수 대표가 지금은 야권의 여러 대권주자 중 한 명 정도의 위상이지만, 서울시장이 되면 윤석열 검찰총장 다음 가는 존재로 격상될 수 있다. 만약 향후 정국 전개에 따라 윤 총장의 정계 진출이 불발되는 경우가 나온다면,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의 시선은 안 대표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당장은 안철수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하면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정치는 생물'이라 상황과 입장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며 "안철수 대표가 나중에 '지금 서울시장이 중요하냐'며 내려놓고 대선에 다시 나선다면 또 같은 상황이 되는데, 안 대표가 제1야당의 밖에 있는 이상 이같은 위험은 근본적으로 해소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세훈 전 시장이 "입당이나 합당 후 경쟁하는 방안이 더욱 중요한 다음 대선까지의 단합된 힘을 담보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며 "양당의 결합만이 양대 선거, 특히 대선의 승리 가능성을 최대한 높일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이러한 맥락으로 읽힌다.


정치권 관계자는 "만약 안철수 대표가 응해서 합당으로 물꼬가 돌려진다면 오세훈 전 시장은 통합을 위해 자신의 출마를 내려놓은 게 되기 때문에 2011년 문제의 그 (서울시장 중도사퇴) 사태 이래의 안 좋았던 인상을 털고갈 수 있다"며 "(안 대표가) 응하지 않으면 서울시장 경선 참여와 완주의 명분이 생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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