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투자 확대, 셰일오일 규제 여파
美 국내 회복 위해 양적완화 지속 전망
先 핵 축소·인권 회복 後 대화 예상돼
20일 워싱턴DC 연방의사당에서 미국 바이든 신정부가 출범한다. 세계 최강국 통수권자의 정책 행보에 따라 국제유가와 환율이 오르내리고 타국 산업·경제·외교 분야에 전방위적 영향을 주는 만큼 한국 정부도 기민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문태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팀장은 "바이든 정부 출범에 따라 통상 불확실성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은 대외의존도가 큰 한국경제에 기회요인인 것은 맞지만 유가와 환율의 향방은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와 기업은 미국의 정책기조 변화 및 거시·금융지표 추이를 면밀히 분석해 이에 맞는 대응전략을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먼저 국제유가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바이든이 친환경 에너지 투자를 확대하고 셰일오일 개발을 규제하겠다고 공약한 만큼 원유 공급이 줄어 단기적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단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이란 간 핵협상이라는 변수가 있다. 국제무대에서 고립을 자처한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무역 관계를 중시하는 다자주의적 통상 전략을 복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이 이란을 핵협상 테이블로 순탄하게 데려올 경우 원유 공급이 원활해지면서 유가가 다시 하락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원화와 위안화 동반 강세를 보일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바이든은 미국 제조업 부흥, 일자리 창출을 통해 코로나19로 악화된 국내 경제를 적극적으로 회복하는데 방점을 뒀다. 코로나19로 이미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에 달러 공급이 더 늘어나면서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바이든은 임기 4년 동안 기후변화 대응에 2조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달러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미국 재정적자가 늘어날 여지를 키운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는 오르게 돼 우리나라 자동차, 전자 등 수출기업들의 수출액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대중 견제 방법에 변화가 예상되는 점도 환율을 떨어뜨리는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적인 대중 관세를 통해 중국을 압박한 것과 달리 바이든 정부는 동맹국과의 연대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일방적인 관세 부과는 미국 내 수입제품 가격을 상승시키고 중국의 보복성 대미 관세 인상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서다.
바이든의 정책으로 달러 공급이 늘고 대중 관세가 완화될 경우, 금융·외환시장에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달러 대비 원화 및 위안화 가치가 절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만큼 두 나라 경제의 상관관계가 깊고 그만큼 환율도 유사한 흐름으로 움직인다"면서 "미중 갈등 해소로 위안화 가치가 절상되면 원화 가치도 덩달아 절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국내 수출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을 상실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감안해 우리 기업들이 올해 경영전략과 수출·조달 전략을 세우고 디자인·품질 향상, 신기술·신제품 개발 등 비가격경쟁력 향상에도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북미 관계도 변화를 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의 대선 불복에 따른 내부 분열 수습,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회복이 시급한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에 대북정책 추진은 후순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북 가치관도 트럼프 대통령과 천양지차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8월 민주당 대선 후보 수락연설에서 "동맹국과 함께 서는 대통령이 되겠다. 독재자들 비위를 맞추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을 우리의 적들에게 분명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2차 TV 토론에서는 정상회담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이 핵 축소에 동의하는 조건으로만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인권을 옹호하는 민주당 출신인 만큼 북한의 인권 유린 상황에 대해 냉정하고 단호하게 처신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점을 고려하면 바이든은 핵 축소·인권 회복 등 이행을 전제로 북미 대화에 나서는 '선(先) 이행, 후(後) 대화 대책'을 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북 정책을 강경하게 펴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적과 같은 남북미 3자회동은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극동문제연구소는 "바이든 정부의 대북 문제 해법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복원하고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방식으로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며 "올해 상반기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좌우할 골든타임으로 문 대통령이 바이든 당선인이 최대한 이른 시일에 만나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