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전례 없이 강력해"
딸 위해 탈북 결심했다는 입장도 밝혀
지난 2019년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진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외신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비핵화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31일(현지시각) 보도된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핵은 정권 안정성과 직접 연결돼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탈북 정황이 공개된 이후 류 전 대사대리가 공개 언론 인터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생존의 열쇠'로 간주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 핵무기 감축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를 전면에 내세워 북한이 받기 힘든 협상안을 제시했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 핵 문제를 해결한 경험을 토대로 북한 핵 문제를 현명하게 다룰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류 전 대사대리는 대북제재와 관련해 "북한을 상대로 한 제재는 전례 없는 수준이고 강력하다"며 "대북 제재는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권은 도덕성의 문제이고, 북한 정권에서 인권 문제는 민감하고 심각하다"고 부연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인터뷰에서 탈북 배경으로 10대 딸의 '더 나은 삶'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 딸을 학교에 데려다주는 척하며 "엄마·아빠와 함께 자유를 찾자"고 제안했고, "딸은 충격을 받았지만 곧 '좋아'라고 답했다"고 한다.
다만 류 전 대사대리는 북한에 남은 가족들에 대해선 "그저 그들이 오래 살기를 바란다"며 "내가 한 일 때문에 그들이 벌 받는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북한엔 그의 83세 노모와 세 명의 형제자매가 남아있다고 한다.
류 전 대사대리는 김정일·김정은 '금고지기'로 알려진 전일춘의 사위로 알려져 있다. 전일춘은 북한 지도자의 비자금을 담당하는 '노동당 39호실'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19년 9월께 가족과 함께 국내에 입국했으며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이름은 주민등록 과정에서 개명한 이름으로 알려졌다.
류 전 대사대리는 21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공사 등과 함께 최근 망명한 북한 고위급 인사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