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부동산 대책 도움 되지 않을 것’ 응답 비율 53.1%
차가운 여론 “실효적인 주택공급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
정부가 2·4대책을 통해 서울에 32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32만가구는 분당 신도시의 약 세배, 수도권 3기 신도시 총량에 버금가는 대규모 물량이다.
일각에서는 주택 공급 목표를 너무 낙관적으로 잡은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보내고 있지만,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오히려 보수적으로 잡았다”며 목표물량을 자신했다.
그러나 공급물량 대부분은 조합이나 토지소유주 등 민간의 동의를 얻어야 확보할 수 있다. 정부가 ‘역대급’ 공급물량을 약속하며 부동산 민심 어루만지기에 나섰지만, 국민 반응은 예상보다 냉담하다.
9일 국토부에 따르면 32만가구 서울 공급물량 대부분은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과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역세권·준공업지역·저층주거지역) 등이다. 공공택지 물량은 없으며, 신축매입 물량은 2만5000가구에 그쳤다.
정부는 공공주도로 사업 속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지만 정비사업과 도심공동주택복합사업 등은 민간의 동의가 절대적이다. 즉 토지소유주들이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사업에 나서지 않으면 32만가구 계획은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옛 뉴타운 지역 등 그동안 수익성이 없어 사업 추진이 무산됐던 지역에서는 관심을 보이겠지만, 민간주도로도 충분히 사업성이 있는 서울 핵심지역에서는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역세권 등에 건물을 보유하고 있는 토지소유주들의 동의를 얻는 것은 더 어려워 보인다. 부동산 카페의 한 누리꾼은 “공공주도 사업에 참여할 건물주들이 몇이나 될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지난 7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한 변 장관은 주택 공급 목표가 지나치게 높은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공공 직접시행 재건축·재개발의 경우 참여율을 25%로 잡았는데, 지난 8·4 대책에서 제시된 공공 재개발 참여율이 25%를 넘는다”고 긍정적으로 분석했다.
이어 “역세권과 저층주거지, 준공업지역 참여율을 5~10% 정도로 계산했고 소규모 필지는 3%만 참여하는 것으로 봤다”며 32만 가구 공급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 국민들은 실효적인 주택공급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당장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있고,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는 등 정치권 상황도 변수로 남아있기에 2·4대책의 효력이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번 부동산 대책에 대한 차가운 여론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8일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5일 전국 만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4 부동산 대책 도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3.1%로 집계됐다.
‘도움 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1.7%는, ‘잘 모르겠다’는 5.2%였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대책이 성공할 리 없다”며 “부동산시장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와 분석, 준비 없이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오만의 결과가 지난 4년간 24번의 대책 남발로 이어졌다. 이번 2·4대책도 우리가 하면 쉽게 공급도 늘릴 수 있다는 오만의 향기가 여전히 묻어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