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공매도 거래비중 60% 현실 대응책 미비해 부작용 우려
당국·증권유관기관과 정치권 엇박자로 정책 효과 기대감 낮아
오는 5월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 종목에 대한 공매도 부분 재개를 앞두고 정치권과 금융당국, 증권유관기관이 발벗고 나서서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지만 정작 효과적인 처방전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매도에 대한 대책을 놓고 여러 기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대응하다보니 사공만 많고 본질적인 문제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무차입 공매도로 인한 피해를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한국예탁결제원은 '대차거래계약 확정시스템'을 내달 8일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대차거래 계약 확정시스템은 주식 대여자와 차입자가 대차거래 계약을 맺은 후 계약 확정 일시를 포함한 대차거래 정보를 보관하는 시스템이다. 차입자와 대여자의 대차거래계약을 메신저, 전화, 이메일 등을 통해 수기입력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생겨 발생하는 무차입 공매도를 미리 차단한다는 측면에서 예방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탁원은 보고 있다.
국회와 금융위원회도 자본시장법에 '차입공매도를 위한 대차거래 정보 보관 및 보고의무'를 신설해, 오는 4월 6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탁원의 보관 시스템이 공매도 주문을 할 때 고의나 착오 등으로 생길 수 있는 무차입 공매도를 방지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외국인이 공매도 거래 비중의 60%를 차지하는데 예탁원 시스템 상으로는 외국인의 무차입 공매도를 차단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다. 국회에서 공매도와 관련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잇따라 나왔지만 현재 시장과는 동떨어진 선거용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공매도 거래 비중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미비하다는 점을 들어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가들은 해외에서 대차거래를 하고 국내에서 공매도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시스템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상 외국인 투자가들이 자발적으로 대차계약들을 표준화시키고 연산화해서 실시간으로 국내 시스템에 정보를 제공하도록 해야하는데 쉽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대차거래계약 확정시스템은 외국인에게 자기 나라의 금융거래 관행들을 우리나라 방식으로 모두 바꾸라는 식의 방식"이라며 "국내 공매도 규제를 적용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자에게 우리 방식대로 하라고 강요하는 셈인데 과연 이를 따르는 외국인이 얼마나 되겠나"라고 꼬집었다.
이달 초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매도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공매도 주문을 수탁하는 증권사가 공매도전산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는 것과 공매도 주식잔고 매매 수량 모니터링 시스템을 감독하고 관리해야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이같은 내용에 대해 업계에서는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에 대해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은 실시간 모니터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그럼에도 이 법안에는 증권사들이 공매도 주문 수탁과정에서 공매도 전산시스템 사용 의무화를 하지 않을 경우 처벌이 가능하다는 조항도 담고 있어 논란이 제기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은 비용도 많이 들고 사실상 가능하지 않은 시스템"이라며 "미국에서도 적발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심지어 미국은 시장조성자들에게 유동성 공급 차원에서 무차입공매도를 허용하고 있는데도 실시간 모니터링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불법 공매도를 사전적으로 방지하려는 접근 방식보다는 해외처럼 사후 규제 강화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전적 모니터링 시스템보다 형사처벌이나 벌금형을 통한 사후 규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는 "미국 시장도 사전적으로 걸러내는 시스템이 전무해 무차입공매도로 인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미국은 불법행위를 했을때 징역이나 과징금을 크게 높여서 대응하는 방식인데 우리도 사후적 규제를 통한 사전 예방에 나서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