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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美, 절대적 손실" LG "번복 안돼" 바이든 개입할까


입력 2021.03.02 11:27 수정 2021.03.02 11:35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바이든 美 대통령 거부권 행사 놓고 양사 대립 '팽팽'

4월 11일 이전 합의 나설 듯…금액·납입방식 '관건'

SK그룹(왼쪽)과 LG그룹 로고.ⓒ각사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SK이노베이션이 조 바이든 행정부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결을 뒤집어줄 것을 요청하면서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에 조 단위 투자와 수 천명의 인력 채용을 근거로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고 있다. 소송에서 승리한 LG에너지솔루션은 ITC 판결이 끝까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으로, 거부권 행사 여부에 따라 양측의 운명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주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2월 ITC의 패소 판결 결정을 번복해줄 것을 요청했다.


앞서 ITC는 지난달 10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배터리 셀과 모듈, 팩 및 관련 부품·소재에 대해 10년 동안 미국 내 수입 금지를 명령했다.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중인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뼈 아픈 판결이다. 기존 고객을 잃는 것은 물론, 사업지속성 측면에서도 타격을 입게 됐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패소를 뒤집을 카드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기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60일 이내에 승인 또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4월 11일(현지시간) 내에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통상 ITC 판결 이후 ITC 상급기관인 USTR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따지기 위한 리뷰 기간을 갖는다. 이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의견을 듣고 60일 이내에 승인 또는 거부 여부를 결정한다.


USTR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ITC 결정은 그대로 효력을 갖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이 연방항소법원에 항소를 하더라도 수입 금지 처분은 유지된다.


남은 카드가 많지 않은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판결로 미국 조지아주 공장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는 점을 USTR측에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3조원을 투자해 배터리셀 1·2공장을 건설중이다. 1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내년부터 폭스바겐 ID.4에 탑재되며 2공장에선 2023년부터 포드 F-150 전기트럭에 장착된다.


두 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연간 43만대(21.5GWh, 기가와트아워) 규모로 여기에 필요한 신규 인력은 약 2600명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5년까지 24억달러를 추가 투입해 공장 프로젝트를 확대하고 3400명의 일자리를 새로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USTR에 전달했다.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018년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SK하이닉스 워싱턴 사무소 개소식에서 "조지아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 16억달러를 투자해 1400명을 고용할 계획이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를 50억달러까지 확대하고 채용도 6000명까지 늘릴 것"이라고 밝힌 내용이다.


결과적으로 총 5조6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와 약 6000명의 채용 계획이 순식간에 무너지게 생겼으니 바이든 대통령이 나서 해결해달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ITC의 결정이 번복되면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배터리 분쟁이 '2라운드'에 돌입했지만 이번에도 LG에너지솔루션이 유리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ITC가 최종 판결을 내릴 당시 포드·폭스바겐에 공급되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에 대해 한시적으로 유예 조치를 내림으로써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이 약해졌다는 이유다.


ITC는 2월 판결 당시 미국 고객사들의 피해를 고려해 포드와 폭스바겐 일부 차종엔 각각 4년과 2년의 유예기간을 허용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평소 불공정 무역관행 개선, 지식재산권 보호 등을 강조해온데다 자국 기업이 아닌 외국 기업간 분쟁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다만 미국 정치권 움직임과 여론이 변수가 될 수 있다. ITC 판결 이후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성명을 내고 "ITC 결정 때문에 조지아에서 진행되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공장 건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여러 상황과 가능성을 따져봤을 때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결국 LG에너지솔루션과 합의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는 별개로 특허침해 소송 등 국내외 10건의 소송이 잇따라 진행중이다. 소송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 누적과 수 백억원 단위의 소송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합의에 나서는 것이 낫다.


관건은 합의금 액수와 납입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ITC 판결 직후 "SK이노베이션에서 ITC의 최종 결정을 존중하고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는 차원에서 진정성 있는 합리적인 제안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의견 등을 종합하면 LG측이 원하는 배상액은 3조원 이상인 반면 SK는 이에 훨씬 못미치는 수 천억원대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측은 미국 영업비밀보호법 판례에 따라 경쟁사의 부당이득, 미래가치 등을 근거로 합의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합의금에 대한 편차가 큰 만큼 막판 합의를 두고 양사간 진통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최근 정세균 총리가 공개적으로 화해를 촉구한 데다 대규모 투자 등 시장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양사가 끝내 합의를 도모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납입 방식에 있어서도 다양한 예상이 나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수 조원대의 합의금을 한 번에 감당하는 것은 부담이다. 일시금 지급 대신 SK그룹 자회사 지분 및 로열티 제공 등이 대안으로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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