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부터 그룹 이끌어...동일인 지정시 경영 행보 강화
계열사 실적 개선에 상법·공정거래법 등 규제 극복 과제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취임 5년차를 맞아 체제 공고화를 통해 주요 계열사들의 재도약을 꾀한다. 최근 신청한 동일인 변경이 이뤄지면 공식적으로 총수 지위를 확보하는 만큼 책임 경영 강화를 통해 그룹의 성장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말 회장으로 승진한 조현준 회장은 오는 5월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되면 3세 경영 체제를 한층 공고히하면서 본격 성장에 가속페달을 밟을 예정이다.
효성그룹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동일인을 조석래 명예회장에서 조현준 회장으로 변경하는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동일인은 기업집단의 지정 자료와 관련한 모든 책임을 지므로 공정위가 동일인 누구로 지정하느냐에 따라 특수관계인, 총수 일가 사익편취 제재대상 회사의 범위가 달라진다.
공정위는 수용 여부를 결정해 매년 해온 것처럼 오는 5월 1일 대기업집단의 동일인 지정을 발표한다. 공정위는 매해 공시대상 및 순환출자 제한 기업집단을 선정하고 기업을 실질적인 지배하는 사람을 꼽아 동일인으로 지정한다.
조 명예회장은 이미 지난 2017년 경영 일선에서 퇴진했으며 그의 장남인 조 회장이 3세로 실질적인 경영을 이끌고 있다.
동일인 변경 신청 사유가 고령인 조 명예회장의 담낭암 재발 등 건강 악화로 병원 진단서가 함께 제출됐고 조 명예회장의 지주회사 ㈜효성의 주식의결권(9.43%) 일부를 조현준 회장에게 위임하겠다는 내용의 서류도 첨부하면서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지난해 9월말 기준 ㈜효성의 지분 21.94%를 확보하고 있는데 의결권 일부를 위임받으면 지주회사를 통한 지배구조 체제가 더욱 공고화 될 수 있다.
조 명예회장의 삼남이자 조 회장의 동생으로 함께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조현상 부회장이 21.42%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형제가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보유지분은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게 된다. 조 부회장이 지난달 4일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효성의 3세 경영은 한층 강화되는 모습이다.
공정위가 동일인 지정시 실질적인 지배력 외에 동일인의 건강상태도 고려하는 만큼 조 회장으로의 동일인 변경은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공정위는 앞서 지난 2018년 고(故) 이건희 회장의 와병 기간이 만 4년을 넘기는 등 길어지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동일인을 변경한 바 있다.
조 회장이 올해 동일일 변경으로 공식적인 총수 지위에 오르게 되면 재도약을 적극적으로 꾀할 것으로 보인다.
효성그룹은 조 회장 체제 출범 직전인 지난 2016년 매출 11조9291억원, 영업이익 1조163억원을 달성하며 사상 첫 연간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이후 이를 이어가지 못하다 지난 2019년 지주사 체제 출범 첫 해 ㈜효성·효성티앤씨㈜·효성중공업㈜·효성첨단소재㈜·효성화학㈜ 등 주력 5개사의 총 매출 18조119억원, 영업이익 총 1조102억원을 달성하며 3년만에 1조를 회복했다. 지주사 체제가 출범하기 전까지 이들 5개사는 모두 ㈜효성에 합쳐져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 영향으로 실적이 부진했다.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톱 브랜드로 자리잡은 효성티앤씨의 의류소재인 스판덱스와 효성첨단소재의 고강도 섬유 타이어코드도 악화된 글로벌 시장 환경을 피해 갈수는 없었다.
지주회사로 계열사들의 실적이 반영되는 ㈜효성은 지난해 실적이 매출 2조7826억원과 영업이익 1388억원으로 전년(매출 3조1756억원·영업이익 2021억원) 대비 각각 12.4%와 31.3% 감소했다.
하반기 코로나19 완화와 효성티앤씨 등 자회사 실적이 개선됐지만 역부족이었다. 올해도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미·중 무역 갈등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이어서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내느냐가 조 회장에게 과제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상법 개정으로 인한 총수 일가의 의결권 축소와 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른 일감 몰아주기 해소와 같은 이슈들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개정 상법에 따라 감사위원 선임시 대주주의 의결권 행사가 3%로 제한되는 ‘3%룰’이 적용되는데 외부 세력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이달 열리는 주총을 포함, 향후 주총을 대비해 우호 지분 확보가 더욱 절실해진 상황이다.
또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사익편취 감시대상기업의 지분 기준이 상장사의 경우, 오너일가의 보유지분율 3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강화되면서 효성티앤씨(23.6%)·효성첨단소재(23.2%)·효성중공업(21.74%)·효성화학(23.6%) 등 주력 계열사들이 모두 규제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에 이 문제도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현준 회장이 올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공식적으로 총수 지위를 인정받는 것이어서 경영행보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면서도 “코로나19 장기화와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변수가 많아 경영환경이 개선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