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美 금리 상승에 최근 한달 간 1175P 급락
국내 투자자, '상승 3배 추종' ETF 394억원 순매수
"인플레·통화정책 우려 지속…하락 손실 유의해야"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나스닥 증시 상승 전망에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부양책으로 인한 미 국채 금리 상승으로 나스닥을 비롯한 미 증시가 조정장에 접어든 것과 대조되는 모양새다. 증권가에서는 지속된 인플레이션 우려로 미 증시가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갈 전망인 만큼 근거 없는 상승장에 대한 베팅이 대규모 투자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6일부터 이번 달 5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미 증시에 상장된 '인베스코(INVSC) QQQ S1' 지수연계펀드(ETF)를 3404만4317달러(384억3603만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인베스코 QQQ는 나스닥 100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주로 상승장에 베팅하기 위해 활용된다. 나스닥 100지수는 애플, 아마존, 구글(알파벳) 등 대형 기술주로 구성된 지표다.
같은 기간 국내 투자자들은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ProShares UltraPro) QQQ' ETF를 3493만7578달러(394억4452만원) 어치 순매수했다. 이 ETF는 나스닥 100지수 상승세를 3배로 추종하는 곱버스 상품이다. 미 증시 상승 전망에 베팅하는 대표적인 상품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최근 나스닥은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1만4095.47p로 마감한 나스닥 지수는 이번 달 5일 1만2920.15p로 한 달여 만에 8.3%(1175.32p) 하락했다.
최근 나스닥 지수 약세 요인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 우려가 꼽힌다. 코로나19 백신 등장으로 각국 경기회복 기대가 확산되면서 금리가 상승하는 흐름을 나타내자 위험자산인 주식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아울러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이 코로나19 대처를 위한 1조9000억 달러(약 2100조원) 규모의 부양책을 통과시키면서,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물가가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도 증시 약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국내 투자자들이 나스닥 상승 전망에 베팅해 큰 손실을 입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프로셰어즈 QQQ'는 지난달 12일 110.11달러에서 이번 달 5일 83.76달러로 떨어지면서 -23.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상품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상품 구조에 따라 크게는 60%가 넘는 손해를 입은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미 증시 약세가 조금 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5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1.613%까지 치솟으면서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금리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나스닥 지수 흐름을 좌우하는 대형 테크종목의 약세도 증시 하락을 이끌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 5일 나스닥시장에서 테슬라는 전장 대비 3.78% 하락한 597.95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해 12월 4일 이후 3개월 만에 60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제롬 파월 의장의 시장 달래기에도 불구하고 미 국채금리는 안정되지 못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는 데다 통화정책 관련 미지수도 여전한 만큼 미 증시 조정국면은 당분간 계속돼 곱버스 투자자의 손실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