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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원의 백미러] 개미들아, 리딩방 누굴 탓할건가


입력 2021.03.10 07:00 수정 2021.03.09 20:57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카톡 무료체험방 통해 유료가입 유도...시세조종 행태도

투자자들 무법지대 방치...본인 투자책임 원칙 기억해야

개인의 주식투자 열풍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 시민들이 주식 관련 서적을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지금 수익 실현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평일 오후 4시. 단체 주식 채팅방의 ‘전문가’라는 리더가 일일 시황을 마친 뒤 ‘유료방’ 홍보에 나섰다. 이날 오전 중 리더가 추천한 코스닥 종목 3개 중 1개는 급등 마감했다. 일부 회원은 수익을 냈다며 기뻐했고 인증 사진을 올렸다. 리더는 “능력의 10%도 보여주지 않은 것”이라며 “유료방으로 오면 진짜 대박주를 추천해주겠다”고 밝혔다. 그가 올린 홍보 사진에는 ‘최고 수익을 향한 지름길’, ‘종목 적중률 ○○%’라는 투자자들이 혹할만한 문구가 담겨있었다.


주식 리딩방은 소위 ‘주식 전문가’가 실시간으로 특정 종목의 주식을 매매하도록 추천하는 단체 대화방이다. 지난해 주식 투자 열풍을 타고 개인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리딩방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은 무료 체험방을 미끼로 리딩비를 내야 하는 유료 가입을 유인한다. 대대수가 금융 전문성을 검증받지 않았다. 기자는 유료 회원 가입 유도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카카오톡 주식 리딩방에 들어가봤다.


이곳에서 추천한 종목들을 살펴본 결과 대부분은 이미 시장에서 호재로 인식된 이슈에 따라 관심을 받는 종목들이었다. 특별한 분석이 아닌 상승이 예상되는 테마주 몇 개를 집어준 것에 불과했다. 한 투자자가 “며칠 전에 추천받은 종목은 매수한 뒤 오히려 많이 떨어졌는데 언제쯤 오르냐”고 상담하자 리더는 “저를 믿고 따라오면 큰 돈 벌게 돼있다. 못 참겠으면 본인 판단대로 하시라”고 호통을 쳤다.


주식 리딩방 정보는 최악의 경우 ‘작전’ 세력의 피해자를 만들기도 한다. 리딩방 리더가 주식을 미리 사놓은 뒤 리딩방을 통해 매수 타이밍을 주고 시세조종을 꾀하는 것이다. 리딩방을 4개월 이용하고 빠져나왔다는 한 투자자는 “유료방을 거쳐 무료 리딩방까지 매수를 권하고 투자자들이 매수 주문을 해 주가가 올라가면, 리더는 이때 앞서 사놨던 주식을 팔아 시세차익을 얻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초보 개미들을 노린 유사투자자문업자, 혹은 등록조차 하지 않은 업체들의 리딩방은 업계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게다가 유사투자자문업은 소비자피해가 발생해도 구제받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이들은 유료 회원이 서비스 해지를 요구해도 남은 이용료를 돌려주지 않거나 위약금을 청구하기 일쑤다. 투자자들은 사실상 무법지대에 방치돼 있다.


관련 감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은 2016년 ‘청담동 주식 부자 사건’ 이후다. 무려 5년이나 지났지만 업체 수와 피해자 수는 오히려 매년 늘어나는 추세라는 것이 안타깝다. 맹목적으로 고수익만을 좇아 위험한 매매에 나서는 개인투자자들의 행태도 달라져야 할 때다. 불법 금융행위는 철저한 처벌이 필요하지만 투자자도 투자 판단과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진다는 원칙을 기억해야 한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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