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선 결과 지켜보며 정국 관망할 듯
결국 제1야당행이냐, 제3지대행이냐가 관건
행선지 결정에 재보선 결과도 고려할 수밖에
정중동하더라도 존재만으로 야권에 힘될 듯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7 재·보궐선거 전까지는 특별한 외부 활동을 잡지 않은 채 정국을 관망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이 향후 자신의 정치적 행선지를 숙고하는 과정에서 재보선의 결과도 고려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전 총장은 4·7 재보선 전까지는 특별한 활동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연 등 외부 활동도 재보선 전까지는 예정이 없으며, 저술은 가능하겠지만 그 결과물 또한 빠른 시일 내에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윤석열 전 총장은 재보선까지 정국을 관망하며 인연이 있는 정치권 인사들을 개별접촉해 향후 야권 재편의 전망과 제3지대의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여당으로는 못 간다고 보면 야당이냐, 제3지대냐의 선택만 남는다"며 "이 자체가 야권 후보 단일화와 재보선의 결과에 크게 좌우될 수 있기 때문에, 이처럼 정국이 유동적인 상황에서는 관망하는 게 윤 전 총장 입장에서도 최선책"이라고 바라봤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의 입장에서는 제3지대에서 출마해야 보수·중도·민주당 지지자를 아우를 수 있다"면서도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는 경우라면 국민의힘이 지난 몇 년간 연전연패하며 잃었던 자신감을 회복하고 야권 재편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제3지대'의 가능성이란 기본적으로 대선에서의 다자대결을 전제로 한다. 이같은 다자대결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양대 정당 후보 외의 인물이 승리하거나, 집권여당 후보의 당선으로 기존 야당이 다시금 '심판'이 실패해 붕괴하는 상황이 와야 촉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제1야당 오세훈 후보가 당선된다면 내년 3·9 대선에서도 양자대결이 펼쳐질 개연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제3지대'의 여지는 좁아진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권교체가 이뤄진 대선의 다음 대선은 하나같이 양당 간의 진영 대결이었다"며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의 정권교체가 된 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회창 후보의 총력전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의 정권교체가 된 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후보의 총력전을 예로 들었다.
이 관계자는 "한 세력이 10년을 집권해 피로감이 높아지는 1997년이나 2007년·2017년 대선 같은 경우에는 이인제·이회창·문국현·안철수·유승민 후보 등이 등장하는 다자 구도가 가능하다"면서도 "5년째 대선에서는 정권을 재창출하려는 세력과 교체하려는 세력 간의 구심력이 강해 양 진영의 정면대결 가능성이 높고 다자 구도는 형성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날 윤석열 전 총장이 대선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할 경우와 '제3지대' 후보로 출마할 경우를 가정한 여론조사가 실시되기도 했지만, 그 자체로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는 상대가 있는 게임인데 '윤석열 전 총장이 국민의힘·제3지대 후보로 출마할 경우 찍겠느냐, 안 찍겠느냐는 질문은 의미가 모호하다"며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해도 호남에서 '찍겠다'는 응답자가 28.1%가 나왔다는데, 호남 후보인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상대가 된다면 도달할 수 없는 수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3지대도 윤 전 총장이 누구와 손잡고 어디를 지지 기반으로 삼아 제3지대를 꾸리느냐가 중요한데, 그런 게 전혀 없이 '제3지대 후보로 나오면 찍겠느냐, 안 찍겠느냐'는 것은 해석하기 어려운 지점"이라며 "현 시점에서 이 질문 자체로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제1야당행이냐, 제3지대냐를 놓고 관망하다보면 4·7 재보선에 관여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은 단점이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중앙선대위 상임부위원장을 맡았으며, 김태호 의원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전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황교안 전 대표마저 재보선을 앞두고 '역할을 하겠다'고 나섰다.
본격적으로 선거 국면이 펼쳐지면 국민들의 이목이 그리로 쏠릴텐데 '정중동' 하고 있다보면 여론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하지만 정치권 관계자는 "정중동 하는 동안 차기 대권 지지율이 다소 조정 국면을 거치겠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이번 검찰총장 사퇴 직후 지지율이 큰 폭으로 오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정중동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나서는 순간 재상승할 동력이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4·7 재보선 과정에 '정중동' 하더라도 그 존재만으로도 야권 후보에게 힘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는 모두 윤석열 전 총장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나섰다.
오세훈 후보는 이날 대방초·신길중 학부모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석열 전 총장과) 직접은 아니지만 모종의 의사소통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도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이) 검사 생활 중 가장 어려웠을 때 서울에서 만났다"며 "여러 고민들을 나누고 서로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말했다.
한편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