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넷째 주 1067개사 주총 예정…26일에만 484개사 개최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도 첫 도입…소액주주 표대결 나설 듯
상장사 정기 주주총회가 특정일에 몰리는 '슈퍼 주총데이'가 본격화 될 예정인 가운데 소액 투자자 입김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도입된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도로 소액 주주에게 힘이 실릴 것으로 예측돼서다. 이에 일부 상장사는 소액 주주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경영권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1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번 주에 12월 결산 150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가 주총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어 다음 주(22~27일)에는 1067개사가 주총을 연다. 특히 주총은 이달 말에 집중적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오는 24일, 25일, 26일, 29일, 30일, 31일에는 하루에 100곳이 넘는 상장사가 주총을 연다.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 주총은 17일로 예정됐다. 현대차와 LG전자는 24일에 개최한다. 25일에는 SK텔레콤, 녹십자 등 상장사 304곳이 정기 주총을 연다. 주총이 가장 많이 열리는 날은 26일로 셀트리온, 카카오게임즈, KB금융, SK이노베이션 등 484개 기업이 주총 개최를 앞두고 있다. 29일 월요일에도 주총을 앞둔 기업은 카카오, 두산퓨얼셀 등 312개다.
올해 주총에서 달라진 점은 처음으로 도입되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도다. 지난해 12월 29일 상법이 개정되면서 이번달부터 1명의 감사위원을 기존 이사들과 분리해 독립적으로 선임하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도가 시행됐다. 지난해까지 감사위원은 대주주가 선임한 이사들 중에서 일괄적으로 선출됐다.
이사 선임은 주총 보통 결의로 결정되는 만큼 지분율이 높은 대주주 영향력이 압도적이어서 사실상 감사위원회가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이처럼 일괄 선출 방식이 감사위원회 독립성을 훼손시킨다는 비판 때문에 최소 1명의 감사위원을 독립적으로 선출해야 하는 법안이 통과된 셈이다.
개정된 상법에 따르면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대주주 의결권은 특수관계인 합산 3%로 제한된다. 이처럼 분리 선출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 대주주 의결권이 대폭 제한되면서 지난해부터 불어 닥친 개인 주식 투자 열풍으로 대거 유입된 소액주주 위상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개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된 지난해 3월부터 이달까지 1년 간 코스피에서만 68조8868억원 규모 주식을 순매수했다. 특히 개인은 지난 한해 삼성전자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면서 보유 지분을 2019년 말 3.6%에서 지난해 7.0%까지 끌어올렸다.
개인 투자자 위상 확대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사조그룹은 지난 8일 캐슬렉스CC 서울과 캐슬렉스CC 제주의 합병을 철회했다. 소액주주들이 합병 시 오너가 소유인 캐슬렉스 제주 측 손실이 사조산업으로 전가된다는 이유로 반발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가 법무법인과 법률 자문 계약을 체결하고 주총에서 3~4명의 감사를 선임해 이 문제를 쟁점화할 것이라고 밝히자 회사 측이 한발 물러났다.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이나 한국앤컴퍼니 등에서도 개인 입김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3%룰이 도입되면서 소액주주 권리가 강화된 점은 긍정적이나 이를 악용하는 일부 사모펀드들이 기업 경영권에 문제를 끼칠 우려가 있다"며 "상법 개정안으로 주총을 4월까지 미룬 기업이 나오는 등 벌써부터 부작용이 나타나는 만큼 혼란을 줄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