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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타는 보수층…야권 단일화 실패하나


입력 2021.03.15 10:14 수정 2021.03.15 10:19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중도사퇴' '양보'에 트라우마…'결단' 어렵다

100% 여론조사 "내가 양보" "당연한 일" 인식차

'적합도' '경쟁력' 질문에 실제로 수치 달라져

야권에 중재할만한 '공정한 어른'도 없는 현실

국민의힘 성일종 비상대책위원·정양석 사무총장과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 등 양당 실무협상단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실무협상과 관련해 상견례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 간의 야권 단일화 협상이 늘어지면서, 4·7 보궐선거에서 정권심판을 바라는 국민들의 애가 타들어가고 있다.


15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야권 단일화 실무협상단은 4차 회의에 돌입했다. 지난 9일 1차 회의를 가진지 일주일이 다 돼가지만 딱히 성과를 낸 것은 없다. 이러다가는 야권 단일화가 '시너지 효과'를 못 낼 수도 있다며 '누구로든 단일화를 하라'는 국민들의 요구와는 달리, 오세훈·안철수 후보 당사자들에게 있어서는 단일화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일단 어느 한 후보가 '통큰 정치적 결단'을 해서 후보에서 '중도사퇴'를 하고 다른 후보에게 야권 단일후보 자리를 '양보'하는 모양새는 기대하기 어렵다. 두 후보 모두 '중도사퇴'와 '양보'에 '트라우마'가 있어, 자칫 정치생명이 끝장날 수 있는 탓이다.


오세훈 후보는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불성립'으로 서울시장에서 '중도사퇴' 했다. 이 '중도사퇴'는 10년간 원죄(原罪)로 남아 오 후보를 괴롭히다가 최근에야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겨우 용서를 받았다. 이런 오 후보가 다시 후보직에서 '중도사퇴'를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주변의 시각이다.


안철수 후보도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에게 후보를 '양보' 했다. 이 '양보'가 희화화되면서 안 후보는 이후 10년간의 정치역정 내내 '또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들어야만 했다. 안 후보가 줄곧 일관되게 "이번만은 '양보' 하는 일은 결코 없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적 결단'이 불가능하다면 경선을 통해 단일후보를 정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경선을 둘러싸고 시작 단계에서부터 두 후보 사이의 인식차가 작지 않다.


오세훈 후보는 국민의힘 실무협상단에 "시민참여경선을 요구하지 말고 100% 시민여론조사를 받으라"고 직접 요청했다. 시민참여경선은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이고 100% 시민여론조사는 안철수 후보가 요구해온 방식이기 때문에, 오 후보는 이를 자신이 협상 단계에서 '양보' 한 것으로 인식한다. 오 후보는 "우리 팀에 '100% 시민여론조사를 받으라'고 한 것이 안 후보에게는 가장 큰 양보 아니었겠느냐"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의 인식은 전혀 다르다. 국민의힘 경선도, 자신과 금태섭 무소속 전 의원 간의 '제3지대 단일화 경선'도 모두 100% 시민여론조사로 진행했다. 오세훈 후보가 시민참여경선 제안을 철회하고 100% 시민여론조사를 수용한 것은 '양보'가 아니라, 애초부터 그렇게 됐어야 할 '당연한 일'이라는 인식이다. 안 후보는 단일화 방식이 100% 시민여론조사로 결정된 것과 관련해 "처음부터 당연한 것 아니었느냐"고 반문했다.


오 후보는 자신이 한 번 '양보'를 하고 들어갔다고 생각하는 반면 안 후보는 '양보' 받은 적이 없다고 생각하다보니 '정치적 채권·채무 의식'에 괴리가 생겨버렸다. 100% 시민여론조사 설문 문항과 관련해 오 후보는 '이번에는 안 후보가 양보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안 후보에게는 그러한 생각이 있을 턱이 없다는 관측이다.


'누구를 야권 단일후보로 지지하느냐'는 '적합도 설문'과 '민주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야권 단일후보는 누구냐'는 '경쟁력 설문' 사이에서 실제로 수치 상의 차이가 나타나는 점도 단일화 협상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치권에 꽤 오래 몸담은 관계자들조차 '적합도 설문'과 '경쟁력 설문'에 대해 "그게 그 말 아니냐"며 "도대체 무슨 차이냐"고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로 여론조사를 돌려본 결과, 같은 응답자에게 '적합도'로 물어보고 '경쟁력'으로 물어보면 답변이 달라지는 유의미한 차이가 보이고 있다.


뉴스1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7~8일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적합도 설문'을 던졌을 경우 '경쟁력 설문'에 비해 안철수 후보는 2.2%p 떨어지는 반면 오세훈 후보는 0.7%p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박빙 양상을 보이는 '단일화 정국'에서 ±2.9%p는 작은 수치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조선일보·TV조선이 칸타코리아에 의뢰해 지난 13일 설문한 결과에서도 '적합도 설문'은 오세훈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의 격차가 5.5%p에 달하는 반면 '경쟁력 설문'의 격차는 4.0%p로 줄어들었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실무협상단은 자신들이 잘못 양보를 했다가는 후보가 경선에서 떨어질 수 있다는 부담감에, 후보들 본인은 정치생명을 의식하는 탓에 합의점에 쉽게 도달하기 어렵다고 한다면 '제3의 중재자'가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런데 오세훈 후보와 안철수 후보 사이에서 공정하게 단일화를 '중재' 할만한 인사가 마땅치 않다는 게 야권의 현주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른바 '야권의 큰 어른'이라 할만한 분들이 보궐선거 극초반 단계에서부터 이런저런 후보들에게 힘을 싣는 모습을 보여, 누구에게나 중립적이라고 인정받을만한 '어른'이 없어져버렸다"며 "이렇게 야권 단일화 협상이 교착 단계에 봉착한 상황에서도 이를 공정하게 중재할만한 '어른' 한 명 찾기 어려워진 게 야권의 현주소"라고 개탄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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