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 분위기 속 무난한 진행…일부 주주 이재용 부회장 관련 질의
많은 인파에 방역 고삐 바싹…지정좌석제·QR체크인 등 만전 기해
온‧오프라인 질문 별도 정리해 질의응답…상정안건 문제없이 통과
삼성전자 주주총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200만 동학개미의 뜨거운 관심에 북새통을 이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한산했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17일 오전 9시 제53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 시작이 임박한 시간에도 총회가 열린 수원컨벤션센터 로비에는 주총장 입장을 기다리는 주주들로 가득했다. 이는 액면분할 이후 처음 개최된 지난 2018년 주총장을 연상케 했다. 당시 주총이 열렸던 삼성 서초사옥 앞에는 1000명가량의 주주들이 몰리며 긴 줄을 형성했다.
이처럼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삼성전자는 코로나19 방역의 고삐를 더욱 죄었다. 컨벤션센터 정문과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QR체크인과 손 소독제를 필수 사용하게 했고 입장 시에도 주주들에게 마스크와 소독제를 별도 지급했다.
또 열화상 카메라를 비치하고 정확한 체온 측정을 위해 비접촉 체온계로 주주들의 체온을 쟀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응급차 역시 주총장 입구에서 대기했다. 지정좌석제도 도입했다. 주주들은 입장할 때 주주확인표를 받고 표에 적힌 좌석대로 좌석 안내를 받았다.
삼성전자의 방역 강화 의지는 주총장 내부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수원컨벤션센터는 약 2000명에 달하는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이지만 2m 거리두기 방역을 지키며 약 1200명석을 마련했다.
특히 질의응답 과정에서 비말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마이크도 안내요원이 질문자에 직접 건네지 않았다. 안내요원이 별도의 파이프에 연결한 마이크를 질문자에게 근접시켜 질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주주총회는 전반적으로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무난하게 진행됐다. 이날 주총에 상정된 재무제표 승인, 사내·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역시 무난하게 통과됐다.
특히 김기남 부회장, 김현석 생활가전(CE)부문 사장, 고동진 IT·모바일(IM)사장 등 사내이사 재선임 건 통과 때는 총회장 한 쪽에서 박수가 쏟아지기도 했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총회장에서의 질문과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온 질문을 별도로 취합해 질의응답을 진행한 점이다. 이날 주총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병행으로 진행됐다. 올해 처음으로 주주총회를 온라인으로 생중계(신청한 주주만 시청 가능)했고, 작년부터 전자투표 제도를 도입했다.
총회장에서 나온 질문은 김기남 부회장을 비롯한 각 사업별 대표 이사들이 주주들에게 질문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고 온라인 질문은 사회자가 따로 정리해 발표자에게 전달했다.
이날 질의응답에서는 이 부회장의 임원직 유지 여부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았다. 일부 주주들은 이와 관련 언성을 높이며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하기도 했지만 물리적 마찰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와 관련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미래 사업 결정 등 이 부회장의 역할을 고려하고 회사의 상황과 법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하겠다”며 신중한 답변을 내놨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 삼성전자는 의안 상정에 앞서 김기남 부회장,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이 나와 각 사업부문별 경영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5G,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보안 등 미래 역량을 준비하고 자율적인 준법문화의 정착을 통해 신뢰받는 100년 기업의 기틀을 마련할 것”이라고 발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