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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이상" 극언까지 오간 김종인·안철수 '악연'의 시작은


입력 2021.03.19 00:23 수정 2021.03.19 05:02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2011년 보선·이듬해 총선 출마 견해차가 원인?

"그분들이 나의 멘토라면 내 멘토는 300명쯤"

안철수의 이 발언이 김종인 자존심에 흠집?

공동목표 있어도 충돌 이어가…지독한 '악연'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제1야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사실상 제2야당의 당대표이자 서울시장 후보에게 "그 사람은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이라고까지 하는 사태가 터졌다. 야권 단일화가 국민적인 초미의 관심사인 상황에서 이러한 '막말'까지 나오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 간의 '악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18일 안철수 후보가 전날 한국기자협회 초청토론회에서 김 위원장의 배우자 김미경 이화여대 명예교수의 정치적 입김을 거론한 것에 대한 반응을 질문받자 "그 사람은 내가 보기에는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는 전날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기협 초청토론회에서 오세훈 캠프의 이준석 뉴미디어본부장이 안 후보의 배우자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의 정치적 의사결정 개입설을 제기한 것을 놓고, 동명이인인 김 위원장의 배우자 김 명예교수를 거론하며 "정치적인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가 여의도에 많이 퍼져있는 그분과 착각한 것 아니냐"고 돌려쳤다.


동명이인인 각자의 배우자까지 소환돼 '두 미경의 전쟁'이라 불릴 정도로 김종인 위원장과 안철수 후보 사이가 편치 않지만, 사실 두 사람은 연령대나 활동 영역이 안 후보의 정계 입문 전까지는 전혀 달라 서로 얽힐 일이 없었다.


두 사람은 10년 전인 2011년 무렵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무릎팍도사' 출연 이후 안 후보의 대중적 인기가 급등하며 이른바 '별의 순간'을 맞이할 조짐이 보이자, 여러 사람들을 사이에 두고 정계의 대표적인 '킹메이커'인 김 위원장과 안 후보가 연결되게 됐다.


이해 8월 26일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개함 불발로 시장직을 내려놓게 되면서 보궐선거가 열리게 되자, 안 후보에게 보선 출마를 권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 때 김 위원장은 안 후보에게 단체장 선거 대신 이듬해 총선을 통해 정계에 입문할 것을 권유했으나, 안 후보가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둘 사이가 어긋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한 두 사람의 기억에도 괴리가 있다. 김 위원장은 "'정치를 하고 싶으면 국회로 들어가 제대로 배우라'고 했더니 '국회의원은 아무 것도 하는 일이 없는 사람들 아니냐'고 하더라"며 "이 양반이 정치를 아는가 싶어 자리를 떴다"고 회상했다.


안 후보도 "김 위원장이 나더러 총선에 나가라고 하더라"고 한 점까지는 기억이 같다. 그러나 안 후보는 "나는 그 때 카이스트 교수였다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로 옮긴지 두 달밖에 안됐을 때"라고 항변했다. 선거에 나설 시점이 아니라서 권유를 사양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이 일화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유일 뿐, 사실은 '킹 메이커'를 대하는 안 후보의 당시 태도가 김 위원장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지적도 많다. 당시 안 후보의 '정치 멘토'로 김종인 위원장과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이 거론되자, 안 후보는 "그 분들이 내 멘토라면 내 멘토는 300명쯤 된다"고 했다. 윤 전 장관은 1939년생, 김 위원장은 1940년생으로 1962년생인 안 후보보다 훨씬 연배가 높은데, 이런 자세가 김 위원장의 자존심을 자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6년 총선 때에는 김 위원장과 안 후보가 서로 다른 정당의 선거전을 진두지휘하며 설전을 벌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으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맡았던 김종인 위원장은, 호남 지역구 중진의원들과 함께 민주당을 분당(分黨)하고 국민의당을 창당해 '다당제 정치실험'에 나선 안철수 후보를 향해 "정치를 잘못 배웠다"고 맹비난했다. "그 사람(안철수 후보)이 정상적인 사고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도 일찌감치 이 시절부터 나왔다.


호남 28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등을 놓고 민주당과 사투를 벌이는 국민의당을 이끌던 안철수 후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안 후보는 당시 민주당에서 보여준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꼬집어 '차르'라 지칭하며 "낡은 생각, 낡은 리더십, 낡은 방법에서 빠져나오지를 못한다"고 반격했다.


이처럼 맹렬히 충돌하던 두 사람은 2016년 총선 이후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결별하고 이듬해 5·9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당선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가 생기자 잠시 충돌을 멈췄다. 그러나 이 때에도 공동의 목표가 있었던 것 치고는 두 사람의 관계가 일정 거리 이상으로 끝내 가까워지지는 못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안 후보가 2018년 지방선거 실패 이후 출국하고 김 위원장도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면서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던 두 사람의 충돌은 지난해 총선 이후 김 위원장이 제1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안 후보가 사실상의 제2야당 대표를 맡으면서 재발해, 안 후보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뒤에는 격화된 상황이다.


안 후보의 서울시장 출마 이전부터 "야권이 어디 있느냐. 국민의힘 밖에 없다"고 국민의당과 안철수 후보의 존재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던 김 위원장은 최근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도 "작은 정당이 떼를 쓴다"고 평가절하를 하는 태도를 이어갔다.


단일화 이후를 염두에 두고 김 위원장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던 안 후보도 최근에는 "(오세훈 후보) 뒤에 상왕이 있다"고 김 위원장을 겨냥한데 이어, 자신의 배우자 김미경 서울대 교수가 '여상황제'라고 공격받자 다시 이를 김종인 위원장의 배우자 김미경 이화여대 명예교수에게로 되돌려치는 등 난타전을 피하지 않는 모양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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