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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中에 줄섰다"…김정은·시진핑, 美 아시아 순방 끝나자 친서교환 (종합)


입력 2021.03.23 10:19 수정 2021.03.23 21:08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적대세력 압박 속에서도 사회주의 수호"

시진핑, 대북지원 의사도 피력

"北, 中에 줄 서겠다는 확실한 의사표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자료사진) ⓒ신화/뉴시스

미국이 아시아 순방을 끝내자마자 북한과 중국이 밀월관계를 과시하고 나섰다.


미국이 동맹협력에 기초해 아시아 및 전 세계에 관여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북중이 연대 의지를 재확인한 모양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23일 "김정은 동지께서 두터운 동지적 관계에 기초해 두 당 사이의 전략적 의사소통을 강화해야 할 시대적 요구에 따라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습근평(시진핑) 동지에게 구두 친서를 보내 노동당 제8차 대회 정형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친서를 통해 "조선반도 정세와 국제관계 상황을 진지하게 연구·분석한 데 기초해 국방력 강화 및 북남·조미(북미)관계와 관련한 정책적 입장을 토의 결정"한 내용을 중국 측에 통보했다.


북한은 올 초 개최한 제8차 노동당대회에서 미국을 '주적'으로 규정하며 전술핵 개발, 핵잠수함 도입 등 국방력 강화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적대 세력들의 전방위적 도전과 방해 책동에 대처해 조중(북중) 두 당, 두 나라 단결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며 "적대 세력들의 광란적인 비방 중상과 압박 속에서도 사회주의를 굳건히 수호하면서 초보적으로 부유한 사회를 전면적으로 건설하기 위한 투쟁에서 괄목할 성과들을 이룩하고 있는데 대해 자기 일처럼 기쁘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북한이 '적대 세력'이 아닌 '적대 세력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동맹협력에 기반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구상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은 '국제사회 질서'를 강조하며 민주적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중국과 북한에 관여하겠다고 천명한 상태다.


김 위원장은 "친선과 단결의 위력으로 사회주의 위업을 활력 있게 전진 시켜 나가려는 것은 당과 인민의 확고부동한 의지"라며 "중국공산당 창건 100돌과 조중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대한 조약체결 60돌을 맞이하는 올해 두 당 사이 협동이 잘 돼 나가며 조중친선 관계가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게 승화·발전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자료사진) ⓒ신화/뉴시스
시진핑 "보다 훌륭한 생활 마련해줄 용의 있어"


시 주석은 김 위원장에게 보낸 구두 친서를 통해 한반도 관여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친서에서 "국제 및 지역 정세가 심각히 변화되고 있다"며 "조선반도의 평화·안정을 수호하며 지역의 평화·안정, 발전·번영을 위해 새롭게 적극적인 공헌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형세 하에서 조선 동지들과 손잡고 노력함으로써 중조(북중)관계를 훌륭히 수호하고 공고히 하며 발전시키고, 두 나라 사회주의 위업이 새 성과를 거두도록 추동하겠다"며 "두 나라 인민에게 보다 훌륭한 생활을 마련해 줄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국경을 봉쇄한 이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향후 대북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중국이 식량·비료 등을 조만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자료사진) ⓒ신화/뉴시스
"北, 中 의존도 더욱 깊어질 것"


북중 정상의 구두 친서 내용은 미국이 한중일 고위급 접촉을 마친 직후 공개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5∼18일 한국·일본을 순방을 통해 외교·국방장관 회담(2+2회담)을 열고 북한과 중국을 '위협'으로 규정한 바 있다.


이어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18일(현지시각)부터 이틀간 개최된 미중 고위급 회담에선 양국이 공동성명조차 내지 못하고 회담을 마쳤다.


미국이 해외 첫 순방지로 아시아를 택하며 세를 과시하자 북한·중국·러시아가 접촉면을 넓히며 '대립전선'을 구축하는 양상이다. 중국은 전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박 2일의 일정으로 중국을 찾는다고 밝힌 바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은 8차 당대회 '대외사업 부문'에서 사회주의 나라들과의 관계를 확대·발전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말레이시아와의 단교 등으로 국제사회 고립이 가중된 만큼,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패권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중국 측에 줄을 서겠다는 확실한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지린성 투먼시의 난간에 부착된 북한 인공기와 중국 중공기 너머로 보이는 북한 마을(자료사진) ⓒAP/뉴시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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