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3차전 IBK기업은행전 23득점...붕대 투혼 불살라
통증 속에도 코트 안팎에서 정상급 리더 면모 과시
손에 붕대를 칭칭 감고 뛴 김연경(33)이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를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었다.
흥국생명은 2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펼쳐진 ‘도드람 2020-21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IBK기업은행을 세트스코어 3-0(25-12, 25-14, 25-18) 완파,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했다.
경기 개시 2시간이 채 되기 전 경기를 끝냈다.
V리그 원년부터 이어져온 여자 프로배구 플레이오프(PO) 1차전 승리팀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은 이번에도 이어졌다. IBK기업은행을 누른 흥국생명은 정규시즌 막판 1위 자리를 앗아간 ‘라이벌’ GS칼텍스와 26일부터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을 치른다.
김연경은 지난 22일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오른손 통증을 호소했다. 급하게 손목에 파스를 뿌린 후 다시 코트에 섰지만 1차전과 달리 팀의 완패를 막지 못했다. 어쩌면 자신의 마지막 ‘봄배구’가 될 수 있는 경기에서 투혼을 불사르며 원했던 결과를 가져왔다.
선수들 사이에서 불거진 불화설과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이 촉발한 학교 폭력 파문으로 팀 분위기가 깨진 상황에서도 후배들을 다독이고 격려한 선수가 김연경이다. 불화설과 학폭 파문 이후 경험해보지 못한 혼란 속에 박미희 감독 못지않게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고, 시즌 막판에는 허벅지 부상으로 투혼을 불살랐다.
이날 역시 그랬다. 김연경은 붕대를 감고 코트에 섰다. 완전한 몸 상태는 아니지만 23득점을 올리며 위기에 몰린 흥국생명을 건져 올렸다.
1세트 오픈 공격으로 첫 득점을 올린 김연경은 2차전에서 맹위를 떨친 안나 라자레바의 백어택을 막으며 분위기를 가져왔다. 김연경의 연타 공격이 터지면서 흥국생명은 크게 앞서갔고, 1세트를 쉽게 끝냈다. 김연경의 공격성공률은 무려 88%에 달했다.
2차전 1세트 ‘6득점’ 굴욕을 되갚은 흥국생명은 표승주-김주향-라자레바 공격에 2세트 중반까지 끌려갔다. 9-10 뒤진 가운데 김연경은 대각 공격으로 분위기를 가져왔다. 오픈 공격까지 터지며 역전에 성공하자 외국인선수 브루나가 득점을 지원했다. 세트 스코어 2-0 리드를 잡은 흥국생명은 3세트에서도 김연경의 맹공이 이어지면서 예상 밖의 셧아웃 승리를 따냈다.
경기 내내 브루나를 비롯해 후배들을 끌어안고 파이팅을 외쳤던 김연경은 경기 후에도 가장 주목을 받았다. 오른손에 붕대를 감고 출전한 김연경은 코트에서 출전 선수 중 최다인 23득점(공격성공률 59%)을 올리는 MVP급 활약을 펼쳤다.
경기 뒤 후배 선수들과 포옹을 나누며 격려한 김연경은 코트 밖에서도 ‘월드클래스 리더’의 면모를 보여줬다.
‘붕대 투혼’을 불사른 김연경은 손가락 통증을 묻는 질문에 “나만 아픈 것 아니다. 모든 선수들이 좋지 않은 곳이 있다”며 “코트 안에 있는 선수들이나 밖에(웜업존) 있는 선수들이나 모두 한마음이 됐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다솔을 칭찬하고 싶다. 좋은 토스들이 많았다. 큰 경기라 많이 긴장했을 텐데 자기 역할을 잘해줬다”며 챙겼다.
챔피언결정전 상대 GS칼텍스에 대해서는 “GS칼텍스는 특정 선수가 아닌 모든 선수들이 역할을 잘 하는 팀이다. 안에서 뛰는 선수나 밖에서 지켜보는 선수나 모두 한마음으로 경기를 치르는 만큼 우리도 그것에 대비해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흥국생명의 단합을 강조했다. 코트 안팎에서 빛난 김연경은 이날도 월드클래스 리더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