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세 지병으로 타계
1965년 농심 전신인 롯데공업 창업
신라면으로 라면업계 1위 대기록
‘신라면’ ‘새우깡’ 등 농심의 대표작을 탄생시킨 창업주 신춘호 회장이 27일 향년 92세로 영면에 들었다.
농심은 신 회장이 이날 오전 3시 38분 지병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최근 병세가 악화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5일 농심 주주총회를 통해 56년 만의 은퇴 소식을 전한 지 이틀 만이다. 신동원 부회장은 “아버님(신 회장)이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날 주총에서는 신 회장의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이 새롭게 사내이사에 선임되면서 신 회장의 뒤를 잇게 됐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낙양씨와 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 신동원 부회장,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 차녀인 신윤경씨가 있다 신 회장의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에 차려질 예정이며 발인은 오는 30일 오전 5시다.
1930년생인 신 회장은 롯데그룹 창업주인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둘째 동생으로 일본롯데 부사장과 일본롯데 이사로 근무하던 중 라면사업 진출을 결심했다.
1965년 서울 대방동에 지금 농심의 전신인 롯데공업을 설립하고 라면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1978년 농심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그동안의 연구개발 성과를 발판 삼아 시장에 히트작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출시된 지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온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농심의 스테디셀러 제품들은 대부분 신 회장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특히 1986년 탄생한 신라면은 1991년 라면판매 순위 1위에 오른 이후 현재까지 1위를 유지하며 농심을 국내 라면업계 1위, 세계 라면업계 5위 기업 반열에 올려놓은 1등 공신이다.
신라면은 신 회장이 개발 단계부터 제품명, 광고문구까지 전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제품이다.
‘깊은맛과 매운맛이 조화를 이룬 얼큰한 라면’이라는 콘셉트를 주문한 그는 매운 라면이라는 의미와 본인의 성을 담아 ‘신라면’으로 제품명을 정했다. TV광고에서 유행했던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라는 광고문구도 신 회장이 직접 만들었다.
국내 최초 스낵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새우깡도 신 회장의 작품이다. ‘새우깡’이란 이름도 신 회장이 직접 지었다. 신 회장의 막내딸이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부인인 신윤경씨가 어릴 때 ‘아리랑’을 ‘아리깡’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힌트를 얻어 '새우깡'이란 이름을 붙이게 됐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라면, 스낵 등 판매량 증가와 더불어 영화 '기생충' 효과로 짜파게티, 너구리 등 라면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농심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19년 대비 12.6% 증가한 2조6398억원, 영업이익은 103.4% 늘어난 1603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