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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반부패정책협의 긴급 점검] 불법자금 차단한다는데…전문가 "투기와 투자 구분 어렵다"


입력 2021.03.30 15:00 수정 2021.03.30 14:49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배근미 기자

금융위 '투기대응대책반' 실효성에 의문 "사후뒷수습 대책 불과"

"대출창구 혼선에 금융시장 위축 우려…성급한 보여주기식 방안"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반부패정책협의회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정부가 29일 불법자금의 부동산 시장 유입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전문가들은 투기 행태를 막겠다는 정권의 의지는 이해하지만 자칫 정상적인 시장 기능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투기대응 특별금융대책반'을 꾸려 불법자금의 부동산 시장 유입을 원천 차단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실제 자금 이동경위는 물론 불법 여부를 가리지도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번 대책에 따라 금융위는 가계의 비주택 담보 대출에 대해선 전 금융권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신설하기로 했고, 투기의심 거래로 판단되는 토지 담보 대출에 대해서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부동산거래분석원(신설 예정)에 통보할 예정이다.


현재 금융권에선 "은행 대출창구에서 투기와 투자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LTV규제를 어겼는지 여부를 판단할 순 있지만, 대출받은 돈의 목적지까지 판단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문제의 핵심은 국회의원이나 청와대 등 특권층이 내부정보를 이용해서 투기를 하는 것인데, 대상을 전체로 확대해서 규제하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며 "규제 위주의 대책으로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금융위가 '투기대응반'을 통해 불법자금의 부동산 시장 유입을 차단하겠다는 것도 실효성이 부족한 보여주기식 대책"이라며 "금융당국이 LTV 규제를 넘었는지 여부를 밝힐 수 있지만, 투기인지 투자인지 밝혀내긴 어렵다. 심증으로 의심할 수만 있을 뿐"이라고 했다.


"왜 문제를 금융으로 해결하려하나…대출창구 엉망 될 것"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정책은 감성이 아니라 이성이어야 하고, 명분보다 성과여야 하는데, 4.7보궐선거를 앞두고 진정성 없는 대책을 내놨다"면서 "이번 대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대출창구 마저 엉망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정부의 대책이 '공급은 토건족, 수요는 투기꾼'이란 인식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잘못된 접근을 하게 된다"면서 "보궐선거가 끝나면 규제 등을 완화시키는 형태의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이런 식의 접근은 부동산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된다"고 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공직자들도 차명 거래 등으로 부동산 투기에 피하는 상황에서 감시대상을 넓히고, 금융시장을 옥죄는 방식으로는 투기 차단에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LTV의 경우 투기과열지구에서 대출을 무리하게 받아 투자하는 이들의 자금 공급을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비주택대출에 대한 LTV도입은 결국 농지에 투기세력이 있을 거라는 가정을 밑바탕으로 깐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정부가 투자와 투기를 혼동한 듯 하다"며 "투기에 대한 제한은 내부정보를 악용하는 공직자에 한해서여야지 일반 국민들이 '전망이 좋다'고 판단해 투자하는 것까지 LTV규제를 적용해 일률적으로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서 교수는 금융규제가 부동산투기 근절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에 문제가 LH사태를 보면 신도시 개발 관련 사전정보를 이용한 것이 문제였다"면서 "무슨 부작용만 생기면 전부 금융규제를 통해서만 해결하려는 것도 본질을 제대로 짚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철저한 투기행위 조사를 위해서는 FIU(금융정보분석원)를 통한 1000만원 이상 계좌이체 내역 뿐 아니라 농협 토지평가시스템 데이터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현행 자본시장법상 내부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행위, 이해충돌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부동산에 대해서도 이를 준용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여론이 이처럼 들끓는 것은 지난 2017년 임대사업자 활성화제도 이후 지속된 집값 급등에 LH투기 사태까지 겹쳐졌기 때문"이라며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무조건 LH나 공직사회쪽으로 몰아가기보다는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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