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체인지 아닌 단종 후 대체모델 출시 개념
K7·스타렉스 단종 아쉬워하는 막바지 수요 몰려
할인 프로모션 없이도 재고소진 원활
올해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볼륨 업’을 책임져 줄 스타리아와 K8이 사전계약에 돌입하며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전작(前作)인 스타렉스와 K7이 높은 판매실적을 막판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신차 출시를 앞두고 구형 모델이 별다른 프로모션도 없이 높은 판매량을 올리는 일은 이례적이다.
5일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지난 3월 현대차 스타렉스 판매량은 1891대로 전월 대비 38.2% 증가했다. 기아 K7도 의외의 실적을 올렸다. 2월 1528대에 불과했던 판매량이 3월 2474대로 61.9%나 올랐다.
이들 두 차종의 판매실적은 전년 동월 대비로는 각각 34.7%, 51.0% 감소했지만 생애주기가 다한 차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년도 보다 판매량이 늘어나긴 힘든 일이다.
통상 신모델이 나오거나 모델체인지가 이뤄지면 기존 구형 모델의 판매량은 감소하게 마련이다. ‘신상’에 열광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특성상 조금만 기다리면 신형을 살 수 있는데 굳이 구형을 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혹여 신차 출시를 앞두고 구형이 잘 팔리게 된다면 그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신차가 ‘망작(亡作)’이거나 회사측이 재고소진 차원에서 구형에 대해 큰 폭의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스타렉스와 K7은 이 두 가지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스타렉스를 대체할 스타리아는 사전계약 첫 날인 지난달 25일 1만1003대의 실적으로, 볼륨 차종(시장 수요가 큰 차종)인 아반떼(1만58대)나 투싼(1만842대)의 사전계약 기록을 넘어셨다.
K7의 후속 모델인 K8 역시 사전계약 첫 날인 지난달 23일 1만8015대의 계약이 몰리며 역대 기아 K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높은 실적을 올렸다.
현대차와 기아가 구형이 된 스타렉스와 K7에 대해 강력한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다른 차종 대비 판매조건이 더 좋지 않았다. 카드할인 등 통상적으로 전 차종에 대해 제공되는 혜택만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렉스와 K7이 쏠쏠한 판매실적을 올린 데는 스타리아와 K8이 이들의 모델체인지 개념이 아닌 ‘대체모델’ 개념이라는 점이 주요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스타리아는 스타렉스의 빈 자리를 채우긴 하지만 스타렉스와는 전혀 다른 차다. 스타렉스가 1t 트럭 포터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상용차’인 반면, 스타리아는 기아 카니발과 같은 플랫폼을 쓰는 ‘미니밴’이다. 단순히 많은 짐을 싣거나 많은 사람을 태우는 용도가 아닌 ‘프리미엄 이동수단’을 지향하는 차다.
차종 자체가 달라진 만큼 가격도 큰 차이가 난다. 시작 가격이 카고 모델은 2209만원, 승용(왜건) 모델은 2365만원이던 스타렉스와 비교하면 카고모델 2726만원, 승용(투어러) 모델은 2932만원부터 시작하는 스타리아의 진입 장벽은 한층 높아졌다.
승차감이나 편의사양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저렴하고 튼튼한 짐차나 승합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스타렉스의 단종이 아쉬운 일이다. 3월 판매량 증가는 단종을 앞두고 마지막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GM의 경상용차 다마스와 라보가 단종을 앞두고 소상공인들의 막바지 수요가 몰린 데 힘입어 높은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K7 역시 마찬가지다. 후속 모델인 K8은 K7과 같은 준대형 차종에 속해 있지만 차체 크기나 동력성능, 편의사양 면에서 한 차급 업그레이드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차종으로 변신했다.
스타렉스-스타리아와 마찬가지로 K7과 K8도 모델체인지가 아닌 대체모델 개념인 셈이다. 가격 측면에서도 시작 가격이 2000만원대 후반인 K7과 달리 K8은 3220만원부터 시작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스타리아와 K8은 기존 라인업을 대체하는 완전히 새로운 차종인 만큼 스타렉스와 K7 특유의 장점을 선호하고 단종을 아쉬워하는 고객들의 막판 수요가 몰리며 좋은 판매량을 올리고 있다”면서 “굳이 손실을 감수하고 프로모션까지 해가며 재고 소진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판매가 원활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