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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란도 역사속으로?…쌍용차, 새 투자자 찾아도 명맥 유지 힘들 듯


입력 2021.04.05 11:41 수정 2021.04.05 11:50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해외물량 배정, 신차개발 지원 등 후광효과 기대 못해

인력·생산규모 축소, 사업구조 변화 불가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조립 3라인에서 근로자들이 렉스턴스포츠 차체와 프레임을 조립하고 있다.ⓒ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가 법원이 정한 기한 내 새 주인 찾기에 실패하면서 법정관리행이 유력해졌다. 사측은 우선협상권을 가진 HAAH오토모티브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고, 쌍용차에 대한 투자 의향을 가진 국내 업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어떤 결론이 나건 과거 5대 완성차 업체로서의 명맥을 유지하긴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에 대한 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결정은 이르면 8일, 늦어도 다음 주쯤 내려질 예정이다.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서울회생법원은 지난달 31일까지 HAAH의 투자의향서 제출이 없자 회생절차 개시를 위한 수순에 돌입한 상황이다.


쌍용차는 HAAH가 아직 투자 의사를 철회하지 않은 만큼 법원의 최종 결정 전까지 기다려본다는 입침이지만 지난 수 개월간 시간을 끌다 법원의 최종 기한까지 어긴 HAAH가 이번주 내에 결론을 내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쌍용차는 존속과 청산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법원은 우선 쌍용차의 자산 및 재무상황을 평가해 존속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면 재무구조 개선과 구조조정 방안을 담은 ‘회생계획안’을 바탕으로 쌍용차 정상화 방안을 추진한다. 청산 가지가 높다고 판단되면 청산 절차를 밟는다.


쌍용차의 청산을 결정하면 임직원과 협력업체 등 2만여명의 실직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법원은 구조조정 후 매각하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회생계획안에 대한 채권단 동의를 거쳐 회생 절차에 돌입할 경우 부실을 정리하기 위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쌍용차는 이미 지난해부터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영업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자산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처분한 상태라 회생계획안에 담을 내용이 마땅치 않다. 결국 인력 구조조정이 회생계획안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2009년 쌍용차 법정관리 당시 2600여명의 정리해고로 불거졌던 ‘쌍용차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쌍용차가 법정관리를 거쳐 몸집을 줄이면 HAAH의 투자 결정에 속도가 날 수 있다. 그동안 HAAH는 쌍용차 인수시 떠안아야 하는 3700억원 규모의 채권에 대한 부담으로 투자 결정을 미뤄온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관리 이후에도 HAAH가 끝내 투자 결정을 철회할 경우 국내 전기버스 업체 ‘에디슨모터스’ 등 2~3개 업체가 쌍용차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전경. ⓒ쌍용자동차

하지만 어떤 경우건 쌍용차가 기존 수천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수백 곳의 협력사를 거느리며 연간 10만대 이상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완성차 업체로 기능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애초에 HAAH의 투자가 조기에 원활하게 이뤄졌더라도 쌍용차의 중장기적 미래를 보장하진 못했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초기 투자 외에는 대주주로서 해줄 일이 없다는 한계 때문이다.


HAAH는 연 매출이 250억원에 불과한 미국 딜러 회사다. 자금력은 둘째 치고라도 기업 구조상 쌍용차에 사업적 도움을 주기 힘들다.


같은 외국계 중견 완성차 업체라도 한국GM이나 르노삼성자동차와 쌍용차는 상황이 다르다. 한국GM·르노삼성은 내수 판매보다 모기업 제너럴모터스(GM)와 르노그룹으로부터 배정받은 수출 물량에 의존해 공장을 돌려왔다. 최근 르노삼성이 어려움에 빠진 것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차원에서 르노삼성에 배정한 미국 수출용 닛산 로그 수탁생산 계약이 중단된 데 따른 것이다.


한국GM·르노삼성은 내수 판매에서도 GM과 르노의 차종을 들여와 판매하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 자회사로서의 후광효과를 누리고 있다. 신차 개발에 있어서도 모기업 연구개발 부문과 협업을 하거나 모기업의 기존 차종을 들여와 개조하는 방식으로 비용 부담을 줄이고 있다.


반면 쌍용차는 생산량의 대부분이 내수 판매고, 수출 시장도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기존 대주주 마힌드라는 브랜드파워와 글로벌 네트워크의 한계로 일부 CKD(반조립) 물량을 가져가는 것 외에 쌍용차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


쌍용차와 같은 구조에서는 매년 최소 한 종의 완전변경 신차를 출시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둬 기존 노후모델의 물량 감소를 보완하는 식으로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


단 한 번이라도 신차 사이클이 어긋나면 타격이 크다. 쌍용차는 2015년 티볼리를 시작으로 렉스턴, 렉스턴스포츠 등이 잇달아 성공을 거뒀으나 2019년 내놓은 신차 코란도가 충분한 신차 효과를 내지 못하며 위기가 본격화됐다.


신차 개발에는 3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그러고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그나마 마힌드라는 초기 투자 외에 유상증자 등 추가적인 자금지원으로 쌍용차의 생존을 지원해줬었다.


하지만 HAAH와 같은 소규모 기업이 다른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쌍용차를 인수하는 방식이라면 영속성을 보장하기 힘들다.


HAAH의 투자가 무산되고 쌍용차가 법정관리 이후 국내 다른 업체들에 인수된다면 미래는 더 불투명해진다. 현재 원매자로 거론되고 있는 ‘에디슨모터스’나 사모펀드 등은 인수 자금은 어찌어찌 마련한다 해도 매년 수천억원의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완성차 업체를 거느리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결국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거나 자동차 산업 신규 진출 의지를 가진 대기업이 아니라면 쌍용차는 새 주인을 찾더라도 기존의 대량 인원 투입을 통한 대량생산 방식의 사업구조를 지켜내긴 힘들 공산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시장 상황에 더해 전동화·자율주행화 등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까지 감안하면 쌍용차 정도 규모의 완성차 기업이 독자 생존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새 투자자를 찾더라도 인력 및 생산 규모가 크게 축소되거나 기업 형태 자체가 위탁생산전문업체 등으로 바뀌는 식의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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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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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갱이사냥꾼 2021.04.05  04:27
    쓰레기 참 오래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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