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사정 의혹 수사 청와대 '정조준'…법무부 등에 '대통령 보고 자료' 제출 요청
청와대 "사실과 다른 내용이 검찰발 기사로 여과 없이 보도돼 유감"
박범계 "피의사실 공표라고 볼 만한 보도 나와…묵과하기 어려운 상황"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입금지 의혹 사건과 관련한 '청와대발 기획 사정'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관련 의혹이 연일 특정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청와대와 법무부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가운데, 검찰은 이르면 7일 재보궐 선거 직후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소환해 조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변필건 부장검사)는 최근 법무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에 2019년 3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시 정권에 악재였던 '버닝썬' 사건을 덮고 '김학의 사건'을 부각하기 위해 청와대의 기획 사정이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김학의 사건 재조사의 단초가 된 '윤중천 면담보고서'가 허위로 작성됐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규원 검사가 과거사 진상조사단에서 활동했을 당시 통화했던 기록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이 검사는 김 전 차관에게 성접대한 혐의를 받은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조사할 때마다 이광철 비서관과 수시로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이 검사가 윤씨를 조사한 뒤 작성한 면담보고서의 최종본과 녹취록을 비교한 결과 일부 내용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포착했다. 이에 검찰은 이 검사가 보고서 작성 당시 이 비서관과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보고서를 수정했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검사는 허위 내용이 담긴 '윤중천 면담보고서'를 작성해 이를 특정 언론에 의도적으로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평검사 신분인 이 검사가 이 같은 과정을 홀로 결정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 비서관은 이 검사와 사법연수원 동기에 같은 법무법인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다. 2019년 3월 김 전 차관을 긴급 출국금지하는 과정에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게 이 검사를 연결해 준 사람도 이 비서관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수사에 속도가 붙으면서 법조계 안팎에선 조만간 이 비서관 등 관련자들의 검찰 소환 조사가 이뤄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상황에 따라 조국 당시 민정수석 등 윗선으로까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편 청와대는 기획사정 관련 의혹들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6일 오후 춘추관에서 취재진을 만나 "법무부와 행안부의 보고 내용은 '김학의 사건'등에 대한 과거사진상조사단의 활동 상황을 대략 기술한 것"이라며 "윤중천 면담과 관련한 보고 내용은 일절 포함돼 있지 않았고, 보고 과정에서 이 비서관은 전혀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보고 과정에 이광철 당시 선임 행정관은 전혀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그동안 수사 중인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을 해 오지 않았는데, 당시 대통령의 업무지시에 흠집이 날 수 있기 때문에 입장을 밝힌다. 사실과 다른 내용이 검찰발 기사로 여과 없이 보도가 되어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또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같은 날 정부과천청사로 들어오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특정 언론에 특정 사건과 관련해 피의사실 공표라고 볼 만한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매우 엄중히 보고 있고 묵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박 장관은 또 "보도와 관련해 대검찰청이 보도 경위를 알고 있었는지, 서울중앙지검이 이런 사정을 알고 있었는지 물어보려 한다"며 "과연 이러한 보도경위를 알고 있었는지 거기에 대한 자체 조사가 되고 있는지 또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보고 장관으로서의 후속조치를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