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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대이동] "여론조사 장난질"이라더니…'샤이진보' 없었다


입력 2021.04.08 03:40 수정 2021.04.08 05:58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기대했던 '샤이진보' 결국 나타나지 않아

개표결과는 오히려 여론조사 결과와 비슷

전문가들 "여론 불리하니 민심 호도한 것"

與 내에서도 "샤이 진보 운운 패착" 지적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앞 상상마당 집중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4·7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기대했던 이른바 '샤이 진보'는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민주당 주요 인사들은 숨어 있는 진보 지지층이 대거 투표장에 나서 민주당을 찍을 것이란 기대였지만 결과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안 나타난 게 아니라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는다.


'샤이 진보'라는 말을 처음 꺼낸 것은 박영선 후보 캠프 전략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던 진성준 의원이었다. 진 의원은 "부동산 투기의혹 사건이 터지는 상황에서 민주당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기 어렵다"며 "여론조사 상으로는 잡히지 않는 샤이 진보가 있다"고 했었다.


박영선 후보도 "명함을 나눠드리는데 '1번을 찍었다'고 조그맣게 이야기하시는 분이 있었다"며 "(이런 분들은) 여론조사상에서 전화를 받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고 했다. "샤이 진보는 분명히 있다"고도 했다.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은 "여론조사에서 말하지 않던 우리 지지자들이 표현하고 있다"며 "3% 내외의 박빙 승부로 이길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결과적으로 '샤이 진보'에 기댄 민주당의 전망은 완전히 틀린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여론조사가 투표 결과에 그대로 반영되는 흐름이었다. 여론조사 공표금지 직전인 지난달 30~31일 입소스가 중앙일보 의뢰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오세훈 후보와 박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50.4%와 35.4%로 격차는 15%p였다. 8일 오전 2시 30분 기준 두 후보 간 실제 득표율 격차(18.3%p)와 비슷한 수치다.


여론조사 전문가들 중에는 '샤이 진보'가 나타나지 않은 게 아니라 처음부터 없었다고 보는 이가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업체 관계자는 "3월 초 조사와 비교해 시간이 지날수록 정권심판 여론이 더 강해지는 분위기였다"며 "여야를 떠나 조사 결과가 불리하게 나왔다고 샤이 지지층을 들먹이며 민심을 호도하려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사실 민주당 내에서도 선거 기간 '샤이 진보'를 언급하는 것에 부정적인 기류가 없지 않았다. '샤이 지지층' 현상이 국내에서 확인된 전례가 없고, 괜히 언급하는 것이 지지층의 반감만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지난 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샤이 보수가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틀린 분석이었다.


박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샤이 진보라는 말을 쓰는 순간 문재인 정부가 실패했고 부끄럽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인데 지지층은 절망한다"며 "여론조사 결과에 낙담해 지지자들이 투표를 포기하는 경우를 막겠다는 취지는 알지만, 샤이 진보는 언급하는 것은 좋은 방안이 아니다"고 했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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