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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은 왜 후쿠시마 오염수 '조건부 허용'을 거론했나


입력 2021.04.20 11:43 수정 2021.04.20 12:24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법 대로 하면 방류 못 막아"

'예방외교 실패' 지적도 제기돼

정의용 외교부 장관(자료사진) ⓒ사진공동취재단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과 관련해 '조건부 허용' 입장을 밝혔다.


기존 반대 입장에서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정 장관의 관련 발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정 장관은 20일 진행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일본의 투명한 정보공개나 우리와의 충분한 협의가 미진하다고 판단되면 우리는 UN해양법협약에 따른 분쟁 해결 절차를 밟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정부 입장이 기존보다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정부가 피해 입증이나 제소가 어렵다는 입장을 발표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외통위에 제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 현황 보고' 자료에서 일본의 오염수 처분 결정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문가팀에 한국 측 전문가를 파견하는 것과 일본-IAEA 상호비교실험 프로그램에 한국 측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외교부는 국제분쟁 해결 절차 회부 등 사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카드를 염두에 둔 방안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 장관은 전날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3가지를 일본 정부에 줄기차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충분한 과학적 정보 제시 △우리 정부와의 충분한 사전 협의 △IAEA 검증 과정에 한국 전문가·연구소 대표 참여 보장 등 '3가지 여건'이 마련되고 "우리가 볼 때 IAEA 기준에 맞는 적합성, 절차에 따라 (방류) 된다면 굳이 우리가 반대할 건 없다"고도 했다.


이는 과학적 검증에 따라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될 경우 오염수 방류 반대 명분이 사실상 사라진다는 점을 시인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IAEA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입김'이 워낙 세 한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검증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일본은 IAEA에 가장 많은 재정적 지원을 하는 국가들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국제원자력기구를 '미일원자력기구'에 비유하며 "일본은 꾸준히 준비했을 것이다. 법을 따지면 속된 표현으로 딴지를 걸 게 없다. 이 문제는 과학을 넘어선 정치·외교"라고 말했다.


실제로 외교부 1차관 출신인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일본의 일방적 오염수 방류 결정을 "예방 외교의 총체적 실패"로 규정했다.


조 의원은 "작년 초 IAEA 사무총장이 일본을 방문하고, 올해는 IAEA 사무총장과 일본 주무장관이 화상회의를 가졌다"며 "기록을 찾아보니 해당 기간 대한민국에선 IAEA 측과 만난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오염수 처리에 대해 '감사하다'는 입장을 밝힌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입장과 방한 당시 사실상 일본 결정을 두둔한 존 케리 미 대통령 기후특사 발언을 언급하며 "미국에 대해서도 아무런 예방 외교가 없었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일본 결정을 용납할 수 없다'던 정부가 사실상 '조건부 허용' 입장을 밝혀 방류 저지가 실질적 목표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점도 비판했다.


정 장관은 "현재의 상황에서 일본이 방류하는 것에 대해 우리가 단호하게 반대하고 있다"며 "그것은 다시 한번 분명히 강조하겠다"고 말했다.


'현재의 상황'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만큼, 향후 과학적 검증을 통해 문제가 없다는 점이 확인되면 오염수 방류를 반대할 수 없다는 조건부 허용 가능성을 재확인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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