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 대북정책 주도해 나갈 것"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행정부 유산인 '싱가포르 선언' 계승을 바이든 행정부에 주문한 가운데 미국 국무부는 "미국이 대북정책을 주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21일(현지시각) 싱가포르 선언 계승, 북미협상 조기 재개 등을 촉구한 문 대통령 인터뷰와 관련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 등 다양한 목소리를 통합한 체계적인 대북정책을 계속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싱가포르 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거둔 성과의 토대 위에서 (북미협상을) 더욱 진전시켜 나간다면 그 결실을 바이든 정부가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재검토를 사실상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지만, 문 정부는 '싱가포르 선언 살리기'에 외교력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이는 대북정책 재검토를 지속하고 있다는 미 국무부의 공식적 입장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무부는 이날에도 대북정책 재검토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국무부는 "북한이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위협을 가중하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옵션을 평가하는 등 대북정책 관련 철저한 부처 간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역시 22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대행이 대북정책과 관련한 유선협의를 가졌다고 전했다.
문 정부는 오는 5월 하순 개최가 유력한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싱가포르 선언 계승을 최종 설득한다는 복안이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정상회담 이전에 큰 틀의 대북노선을 공개할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전날 관훈토론회에서 "문 대통령 방미 전에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가 종결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美 대화 제의 거부한 건 北"
한편 미국 내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북미대화 조기 재개 촉구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미국의 꾸준한 대화 제의를 북한이 거부해온 만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대화를 촉구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이다.
로버트 매닝 애틀란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겸 국무부 부장관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과 고위급 실무협상을 통해 대화를 재개하려 많은 시간을 들였지만, 북한이 호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올리비아 쉬버 미국기업연구소(AEI) 외교·국방 정책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미국의 이른바 대북 적대시 정책이 없어질 때까지 미국과 관여(협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며 "적대시 정책에는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뿐만 아니라 인권 침해에 대한 비판, 주한미군, 한미동맹 등이 포함된다. 대화의 장벽은 이러한 이유로 대화를 거부하는 북한"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