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가 시즌 초반부터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한 이닝 최다 투구'라는 불명예 기록 속에 야수가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는 모습을 이제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한화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있다.
수베로 감독은 지난 10일 두산과 홈경기서 1-14로 크게 뒤진 9회 내야수 강경학과 외야수 정진호를 마운드에 올려 경기를 마무리했다. 강경학과 정진호는 이날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투수로 출전했다.
이 때만 해도 논란은 크지 않았다. 야수의 투수 등판은 메이저리그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으로 팬들에게는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큰 문제로 여겨지지 않았다.
오히려 당시 중계를 맡았던 안경현 SBS 스포츠 해설위원의 “과연 입장료를 내고 이런 경기를 봐야 되나라는 생각이 든다. 나라면 안 본다”는 발언이 도마에 오르면서 불펜 소모를 아끼려는 수베로 감독의 합리적인 운영이 더욱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야수의 투수 등판이 너무 잦아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4월 17일 경기에서는 서로 다른 2개 구장에서 야수의 투수 등판이 이뤄졌다.
수베로 감독은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 원정 경기서 4-14로 뒤진 8회말 정진호를 마운드에 올려 아웃카운트 하나를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불문율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정진호가 나성범을 상대로 볼 3개를 내리 던진 뒤,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한가운데로 던진 공을 나성범이 풀스윙하자 더그아웃에 있던 수베로 감독이 격분했다.
이번에는 여론이 수베로 감독에게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렀다. 메이저리그 기준의 불문율을 KBO리그서 지키지 않았다고 흥분한다면 이는 명백히 문화적 차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사직구장에서는 롯데 외국인 선발투수 프랑코 1회부터 한 이닝 역대 최다인 61구를 기록하는 난조를 보인 끝에 KBO리그 최초로 야수 3명이 연속 등판하는 진기록을 썼다.
롯데는 0-12로 크게 뒤진 7회 1사 1, 2루 상황부터 추재현, 배성근, 오윤석 등 야수 3명을 차례로 등판시켜 경기를 끝냈다. 이 때부터 리그 경기력과 수준에 대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심지어 롯데는 지난 22일 경기에서도 9회 포수 강태율을 올려 이닝을 마감하게 했다.
모든 원인은 야수의 잦은 마운드 등판에 있다. 한두 번 정도, 이따금식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흔히들 그렇게 한다고 하니까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선진 야구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KBO리그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류현진(토론토), 김광현(세인트루이스), 김하성(샌디에이고)의 영향으로 수준 높은 경기를 자주 접하게 되면서 야구팬들의 눈높이도 제법 높아진지 오래다.
야수의 투수 등판은 처음 몇 번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렇게 한다’고 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너무 빈번하다면 또 다른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라 해서 KBO리그에서 유행처럼 반드시 따라갈 필요는 없다.
눈높이가 한층 높아진 팬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눈을 정화시키는 메이저리그급 플레이지 야수의 마운드 등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