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고용 한파 속에서도 고용 확대 '눈길'
중소기업 금융지원 등 공적 역할 확대 '존재감'
IBK기업은행이 지난해 국내 은행들 가운데 임직원을 가장 많이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식구 줄이기에 나서는 와중에도 일자리 확대에 공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뿐 아니라 고용 시장에서도 기업은행이 국책 금융기관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모습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19개 은행 전체의 임직원 수는 총 11만8425명으로 전년 말보다 1186명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들의 조직 축소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장기적 추세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한 비대면 금융이 활성화로 현장 점포의 필요성이 예전만 못해지면서, 은행원의 설 자리도 함께 좁아지는 흐름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신규 채용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고용이 더욱 위축됐다.
특히 대형 시중은행들의 일자리 감소세가 가팔랐다. 조사 대상 기간 하나은행의 임직원 수는 1만2725명으로 574명 줄었다. 신한은행 역시 1만4501명으로, 우리은행은 1만4837명으로 각각 157명과 534명씩 임직원이 감소했다. KB국민은행의 임직원도 213명 줄어든 1만7810명을 기록했다.
눈길을 끄는 곳은 기업은행이다. 기업은행의 임직원 수는 1만3930명으로 1년 새 231명이나 늘었다. 은행들 가운데 지난해 임직원을 200명 이상 늘린 유일한 사례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 속에서도 이전과 비슷한 연간 400명 대의 신규 채용을 지속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기업은행은 앞으로도 같은 기조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올해 상반기 100여명 규모의 신입 행원 공개 채용 일정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은행권의 공개 채용이 계속해 줄어들고 있지만, 기업은행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상·하반기 각각 신입 공채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권에서는 기업은행이 국책은행이기에 가능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고용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국책은행인 기업은행마저 채용을 줄이면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불안을 더 키울 수 있어서다. 이번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일자리 창출을 정책적으로 강조해 온 점도 기업은행 입장에서는 남다른 부담이었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기업은행 채용은 금융권 취업준비생들에게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은행이 채용 업무를 대행할 용역업체를 구한다는 공고가 이번 달 초 조달청 전자 조달 시스템인 나라장터에 올라오자, 금융권 취준생들이 해당 소식을 빠르게 공유하며 공채에 본격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일 정도였다.
일자리뿐 아니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국책은행이란 기업은행의 본연의 책임도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한층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86조401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23조8693억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폭이 각각 10조원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금융의 공적 역할을 주문하는 사회적 요구가 확대되면서,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금융권 내 존재감이 어느 때보다 커진 분위기"리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