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이성윤 유임 가능성 높다…눈치 안보고 정권에서 임명하면 그만인 자리"
"만약 조남관이 총장되면 견제하기 위해 이성윤을 대검 차장검사 보낼 수도"
"수심위 권고 상관없이 검찰은 이성윤 기소할 것…조남관 말 바꾸면 신망 잃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군에서 탈락하면서 그보다 높은 기수가 총장직에 앉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경우 이 지검장이 유임될 것으로 보이는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에 연루된 이 지검장에게 기소 권고 판단을 내릴 지 주목된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추천위)는 지난 29일 이 지검장을 제외한 4명의 총장 후보군을 발표했다.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구본선 광주고검장, 배성범 법무연수원장,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 등이다. 당시 회의에선 이 지검장이 과도한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내 검찰 조직 내부 신망을 잃었고 피의자 신분을 최종 후보군에 올리기는 부담스럽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 지검장의 탈락으로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을 거스르지 않는 구색이 갖춰진 만큼, 정부가 이 지검장을 유임시켜 임기 말까지 친정부 검사를 지근거리에 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추천위가 선발한 4명 중에서 누가 검찰총장 임기를 시작하건 이 검장은 조직의 수장을 직접 견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발언권도 높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남부지검장 출신 고영주 변호사는 "인선 물망에 오른 인사가 낙마하면 대개 사표를 내지만 현 정부 입장에선 그동안 충성해온 이 지검장을 쳐내긴 아까울 것"이라며 "복잡한 절차 없이 자신들이 임명하면 그만인 지검장에 놔두는 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서울고검 검사 출신인 임무영 변호사는 "최근 들어 정부와 각을 세운 조남관 차장검사가 총장직에 앉는다면 그를 견제하기 위해 이 지검장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보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지검장의 거취 전망과 함께 오는 10일 개최될 예정인 수심위의 이 지검장 기소 권고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지검장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검찰에 기소를 당해도 법무부 장관이 직무배제 명령을 내리지 않는 이상 역할을 수행하는 데 문제는 없다. 다만 최초로 '재판에 넘겨진 지검장' 전례를 만드는 것에는 여권도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수심위의 권고와는 무관하게 검찰이 이 지검장 기소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임무영 변호사는 "애초에 의무사항도 아니고 강제력도 없는 수심위 결정을 검찰이 고려할 이유는 없다"면서 "수심위는 검찰총장 인선 논란과 시기가 겹치면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일 뿐, 검찰은 이 지검장을 기소한다는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도 "이 지검장이 총장 후보에서 탈락하면서 김학의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게 드러났다"며 "이 점을 수심위도 충분히 고려할 것이고 무엇보다 기소 방침을 굳힌 조남관 차장이 갑자기 말을 바꾸면 지금까지 쌓아온 내부 신망을 다 잃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