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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주의보①] 한국경제 4%대 경제성장 기대 속 숨은 ‘암초’


입력 2021.05.25 07:00 수정 2021.05.24 16:33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정부, 올해 고성장 예상…V자 반등 기대에 부푼 꿈

‘기저효과’ 깔고 가는 경제지표 …왜곡·착시는 외면

경제 성장 기대만큼 부작용 가능성 함께 살펴야

2021년 4월 소비자물가동향 인포그래픽. ⓒ통계청

정부가 최근 경제성장률 전망을 4%로 상향 수정하는 등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가운데 경기 회복에 따르는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우리 경제가 4%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정부 역량을 총동원하고 민간 활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4%대 성장률은 2010년(6.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당초 정부 전망치 3.2%를 크게 웃돌기도 한다. 정부는 2008년 국제 금융위기에서 빠져나올 당시 기록했던 높은 성장률을 올해도 기대하는 눈치다.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을 한 만큼 올해 경기가 바닥을 치고 급성장하는 ‘V자 반등’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최근 정부를 비롯한 각종 연구기관 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 회복 조짐은 분명하다. 내수와 고용 등 개선돼야 할 지표들이 남았지만 세계 경제와 함께 우리 경제도 우상향하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재정으로 끌어올린 경제는 ‘양날의 검’


문제는 지금과 같은 경제 회복은 여러 불안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경제 지표에는 ‘기저효과’가 분명하게 작용하고 있다.


기저효과는 기준시점과 비교시점 상대적 수치에 따라 그 결과에 차이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 경제 회복은 실제보다 더 크고 빠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시장 상황을 왜곡하거나 착시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의미다.


나아지는 경제 상황 밑바탕에 정부가 풀어놓은 막대한 정책자금이 깔려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할 요소다.


정부는 지난해 4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당초예산 외 약 62조원을 시장에 풀었다. 올해도 지난 3월 15조원 규모 제1회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정부가 재난지원금 등을 통해 풀어낸 재정은 경제 회복에 ‘양날의 검’이 되고 있다. 정부 재정은 경기 침체 때 저소득층 경제를 버티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늘어난 통화량은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기저효과를 바탕으로 한 V자형 경기 반등도 인플레이션 위험을 동반한다.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지속 상승해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현상이다. 대체로 실물 흐름에 비해 통화가 과다하게 팽창했거나 총수요가 총공급보다 많을 경우 발생한다. 광복 전후와 6.25 전쟁 직후, 1970~80년대 경제가 급성장하던 시기 우리나라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은 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과 궤적을 같이했다.


소비자물가지수 주요 등락률 추이 표. ⓒ통계청

한국 2.3%·미국4.2%…정부 예측 넘어선 물가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2.3% 상승했다. 이는 2017년 8월(2.5%) 이후 최대 폭 상승이자 정부 물가관리 목표치인 2%를 웃도는 수치다.


정부는 현재 물가 상승 폭으로는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말한다. 이억원 기재부 차관은 4월 소비자물가 발표 당시 “기저효과를 감안할 때 앞으로 물가 안정 목표인 2%를 상회할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정부와 달리 민간 경제전문가들은 기저효과와 V자 반등, 확장 재정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기저효과까지 가세하는 향후 몇 달 동안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은 미국을 중심으로 급등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논쟁이 본격화될 시점”이라고 경고했다.


미국발 인플레이션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대비 4.2% 상승했다. 전문가들이 예상한 3.6%를 웃돌았고 상승 폭으로는 2008년 9월 이후 13년 만에 최대다.


한국은행은 최근 내놓은 ‘국제금융시장 동향 및 주요 이슈’ 보고서를 통해 “시장에서는 미국의 주택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물가지수(CPI) 구성 요소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 심화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기획재정부 장관도 17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와 외국인 자금 흐름 변동 등 잠재적 대외리스크 요인들을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인플레이션 발생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낮다’던 정부도 미국 상황은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우리 경제는 현재 안팎으로 인플레이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경제 회복 기대를 높이는 만큼 보이지 않는 ‘암초’에 대한 경계수위도 높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LG경제연구원은 “수십 년 만에 가장 높은 세계 경제 성장세가 수요 측면에서 가격상승을 견인하는 가운데 통화 완화 기조가 유지되면서 올해 글로벌 인플레 압력이 확대될 것”이라며 “공급 측면에서는 예상보다 빠르게 높아지는 수요 증가에 기업들이 대응하는 과정에서 생산 차질과 물류 부하가 발생하면서 물가 압력을 높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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