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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백신주권③] 전문성 빠진 정부 투자…“깨진 독에 물”


입력 2021.05.29 06:00 수정 2021.05.29 00:26        최다은 기자 (danddi@dailian.co.kr)

제약·바이오 업계 코로나19 백신 개발…임상 1·2상 수준 '난항'

업계 "정부의 백신 투자…예산 금액 늘리는 것에만 초점"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어르신. ⓒ연합뉴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면서 '백신주권'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 국가의 백신주권은 국가의 경제력 및 국가안보능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가 '엔데믹(주기적 발병)'으로 진화할 우려가 커지면서 백신 물량 확보는 각국 정부의 가장 시급한 현안이 됐다. 실제 의약품에 대한 자국 우선주의가 팽배해지면 이를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들의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외국산 백신에만 의존하지 말고 백신주권을 추진할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편집자 주>


깨진 독. 우리나라의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과 연구를 일각에서 비꼬는 말이다.


정부가 단순히 예산 투자 금액을 늘리는 것에만 몰두하고 연구 성과는 고려하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유력 백신 개발업체 선정부터 진행, 평가·관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빨간불이 켜졌다는 말이기도 하다.


정부, 제약기업에 R&D 예산 지원…보여주기식 투자 '급급'
바이오의약품 개발 정부 R&D 투자 현황.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전문가들은 단기 실적 쌓기에 내몰린 정부가 백신 개발의 성공 여부와 관련 없이 연구 개발 자금을 시장에 뿌리기에 바빴다고 지적한다. 전문성이 배제된 보여주기식 투자로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됐다는 지적이다.


미국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투입한 자금이 약 2조원이 넘는데 687억원을 5개 기업에 배분하는 지원 정책으로 백신이 탄생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올해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지원에 627억원, 백신 임상지원에 687억원 등 코로나19 대응에 2627억원을 지출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김정기 고려대 약학대학 교수는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 중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 연구들이 정말 많다. 기업 선정을 할 때 전문가가 투입돼 과학적 근거로 지원 기업을 선별해야 하는데 보여주기식으로 투자 금액을 높이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말했다.


그러면서 “백신 개발에 정부의 돈만 많이 들어갔지, 하루 이틀 사이에 백신이 개발되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코로나19가 사태가 터지니 수백억의 예산을 제약업계에 투자했는데 유효성이 있나 싶다. 손익계산이 맞지 않는 곳에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도별 신약의 화학·생물·한약(생약)제제 허가 현황(2010~2020년). ⓒ식약처

실제 지난 3월 발간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바이오의약품 산업 분석 및 정책 연구’ 보고서도 국내 바이오의약품 산업의 경쟁력 미흡 원인으로 1차 조사와 2차 조사에서 모두 ‘정부의 전략적인 연구개발(R&D) 투자 부재’가 1위로 꼽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바이오의약품 분야 R&D 투자는 2011년 338억원에서 2019년 1566억원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그중에서도 백신 분야 R&D 투자는 2011년 46억9000만원에서 2019년 607억4000만원으로 가장 크게 상승했다.


장기적 안목 없는 백신 개발 투자계획…"보건정책 전문성 수준 이하"


국내 바이오의약품 산업의 경쟁력 미흡 원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그러나 2019년과 2020년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화학의약품은 0건이었고, 생물의약품은 지난 10년 동안 한 건에 불과했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시작했으나 아직 임상 1·2상에 머물러 있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이에 대해 "이번에 백신 개발 기업 다섯 곳에 680억 가량을 투자했는데 개발에 성공할 가능성이 가장 큰 한 곳을 선별해 집중투자를 하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며 "특히 정치인들은 본인의 임기 내에 성과를 올려야 하다 보니 개발 가능한 기업에 장기적인 투자를 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자 국산 백신 조기 개발을 자신하던 정부의 전망도 계속 달라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 중으로 완성될 것이라던 애초의 기대와 달리, 내년 중반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국민들의 불안감도 커졌다.


권준욱 방대본 제2부본부장이 최근 브리핑에서 "당장 백신의 임상 3상 시험만을 위해서도 2000억원 이상이 소요된다고 한다"며 "저희가 연구개발 전문가와 개발회사에 그런 지원과 여건을 만들어주었는지 계속해서 반성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있어 기대 이상의 속도를 내지 못하는 점을 사과한 것이다.


결국 실속 없는 정부의 지원과 행정편의주의가 백신주권 확보에 걸림돌이 된 셈이다.

최다은 기자 (dandd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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