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술·혼술 문화와 고물가 영향 지속 탓
주류 특화 매장으로 거듭나려는 전략
편의점 안주 시장이 연일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홈술·혼술 문화와 함께 고물가 영향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은 이런 음주 문화를 겨냥해 저렴하고도 다양한 안주를 선보이면서 주류 매장을 늘리는 걸 넘어 ‘주류 특화’ 매장으로 거듭나려는 전략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4사(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의 지난 4~5월 안주 상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는 각각 16.8%, 27.3%, 20%, 28% 늘었다.
고물가 때문에 외식보다는 집에서 저렴하게 술을 즐기는 문화가 확산된 영향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 1분기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동기 대비 4.7% 상승했다.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3% 늘며 여전히 5%대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직장인들의 집단 음주가 사실상 줄어든 탓도 크다. MZ세대의 등장으로 직장 내 회식 자리가 눈에 띄게 적어졌고,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서 택시요금 할증시간이 대폭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1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혼술이 일상화됐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인해 집콕문화가 형성되면서 가정에서 술을 즐기는 이른바 ‘홈술족’들이 계속 늘고 있는 추세”라며 “홈술 시장이 하나의 문화로 정착했기 때문에 향후에도 홈술 시장은 지속적으로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주요 편의점들은 ‘스마트오더’ 서비스를 도입하고 전용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주류 상품의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성장세가 가파른 와인 카테고리 강화에 힘을 주고 있다.
특히 홈술 시장이 메인 시장으로 부상함에 따라 다양한 안주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면서 집콕족을 겨냥한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술을 구매하러 왔다가 안주류 등 다른 상품을 구매해 가는 연계 매출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코로나 기간 대표적인 주류 구매 플랫폼으로 거듭났다”며 “이는 맥주, 소주 중심의 음용 문화가 와인, 위스키, 하이볼 등으로 대폭 확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편의점 주류 이용 고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류를 구매할 수 있다는 인식 보편화도 주효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홈술=편의점’이라는 공식이 자리잡으면서 편의점 주류가 지속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전용 안주 브랜드도 등장했다. 홈술 문화를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닌 하나의 뉴노멀로 보고 이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홈텐딩(home+bartending) 등 술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잡으며 업계는 이에 걸맞은 맞춤형 안주 시리즈가 성장세를 이끌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지난해 4월, 편의점 와인 성장 기조에 발맞춰 와인 전용 안주 브랜드 ‘와인&플레이트’를 론칭하고 와인과 궁합이 좋은 안주 상품을 다양하게 선보이며 카테고리 구색 강화에 나섰다.
세븐일레븐 관계자에 따르면 ‘와인&플레이트’는 와인과 어울리는 페어링푸드를 제안해 고객에게 원스톱 쇼핑 편의를 제공하고, 편의점의 종합 와인샵 인식을 높여 시장의 지속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달 들어서는 집에서 안주로 간편히 즐길 수 있는 냉장 숙성회(연어, 광어, 홍어, 문어) 4종을 선보이기도 했다. 소비자들에게 인기 있는 어종을 선별해 혼자서도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70∼100g 단위로 소포장한 것이 특징이다. 간장과 와사비, 초고추장 등 어종별로 적합한 소스도 함께 담았다.
경쟁사 이마트24도 냉장안주 PB ‘요즘돼세’를 출시했다. 양념막곱창, 훈제 삼겹살, 통마늘닭근위, 순살족발 등 대표적인 안주 메뉴로 구성됐다. 하반기에도 포장마차 인기 안주 메뉴 상품을 출시 할 계획이다. 모든 상품은 종이패키지만 벗긴 뒤 전자레인지로 2분 가량 데우면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마트24가 자체적으로 술 안주를 겨냥해 PB 상품을 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이마트24엔 이마트 PB인 ‘피코크’ 상품들이 입점해있었지만 술 안주만을 겨냥한 자체 PB는 없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주류를 구입하면서 안주를 동반구매하는 고객이 늘어났다”며 “앞으로 전국 이마트24 매장이 주류창고의 역할은 물론 동네 포장마차의 역할도 수행해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