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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탄소국경세 본격…‘저탄소 전환’이 수출 경쟁력 [尹정부 민생현안]


입력 2023.11.14 07:00 수정 2023.11.14 07:0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U, 10월부터 CBAM 전환기 시행

2026년부터 탄소세 직접 부과 예정

한국, 철강·알루미늄 수출에 부담

중기 73% “CBAM 내용 잘 몰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2021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탄소국경제 도입 등을 포함한 탄소배출 감축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적인 기후위기로 선진국들이 탄소중립 정책을 강화하는 가운데 유럽연합(EU)에서는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지난달 본격 시행했다.


EU는 지난달 1일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했다. 2025년 말까지 전환기(준비기간)를 거쳐 2026년 본격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EU는 역외에서 철강, 알루미늄 등을 수입할 때 탄소배출량에 따라 탄소 비용을 내도록 했다. 이른바 탄소세다.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 55% 감축을 목표로 하는 EU는 환경규제 강화로 역내 저탄소 제품 생산 기업들이 값싼 역외국 수입제품과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진다는 지적에 따라 CABM을 고안했다.


전환 기간에는 제3국에서 생산한 시멘트, 전기, 비료, 철 및 철강 제품, 알루미늄, 수소 등 6개 제품군을 EU에 수출하려면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산출해 EU에 분기별로 보고해야 한다. 올해 10∼12월 배출량 보고 마감 시기는 내년 1월 말까지다.


기한을 지키지 않거나 보고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t당 10∼50유로 벌금 등 벌칙이 부과된다.


참고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CBAM 대상 품목 가운데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89.3%(45억 달러)로 가장 크다.


전환기에는 보고 의무만 부여되는 만큼 당장 한국 기업에 큰 부담은 없다는 평가다. EU는 전환기 초반인 내년 말까지는 EU 산정방식 외에 제3국의 기존 탄소가격제 혹은 별도 검증된 자체 산정체계를 인정하기로 했다.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종의 유연성을 부과한 것이다.


또 EU는 해초 전 생산공정을 하나로 묶어 가중 평균을 내는 방식으로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도록 할 계획이었지만, 생산공정별 탄소 배출량을 각각 산정해 제출하도록 시행령을 완화했다. 생산공정별 산정 방식은 기업 입장에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의무 보고 규정은 다소 까다롭다. EU는 탄소 배출량 보고서를 제3국 수출기업이 아닌, 해당 기업 제품을 사들여 판매하려는 ‘EU 역내 수입업자’만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 등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EU 수입업체에 관련 정보를 세세하게 알려야 하는 등 행정적 번거로움이 뒤따른다. 민감한 기업 정보가 과도하게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CBAM을 본격 시행하는 2026년 1월부터는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 이때부터는 전년도에 수출한 상품의 탄소 배출량에 상응하는 CBAM 인증서를 구매해 제출해야 한다. 매입 가격은 EU 탄소배출권거래제(ETS)를 가이드라인 삼아 책정된다.


국내 중소기업 준비 미흡 CBAM 내용도 몰라


원산지국에서 이미 지급한 탄소 가격이 있다면 일부 차감받을 수 있다. 한국도 자체 탄소 배출 거래제인 K-ETS를 시행 중이어서 일부 차감이 가능하다.


EU는 CBAM 대상 품목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최근 발간한 ‘EU 탄소국경조정제 Q&A북’에서 “향후 EU는 유기화학품, 폴리머 등 탄소누출 위험이 있는 기타 제품으로 CBAM 적용 범위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라며 “품목 확대 관련 현지의 논의 동향을 주시하고 적용 유망 품목을 제조하는 기업은 탄소발자국 정보 확보 등 선제 대응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국내 기업이 CBAM 대응 준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특히 중소기업 경우 CBAM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CABM 시행에 앞서 지난 9월 국내 제조 중소기업 300개 사를 조사한 결과 78.3%가 EU 탄소국경조정제도의 내용을 ‘잘 모른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36%는 관련 내용을 ‘전혀 모른다’고 응답했다. EU에 수출실적이 있거나 진출 계획이 있는 응답기업 142개 사 중 54.9%는 ‘특별한 대응 계획이 없다’고 했다.


CBAM의 직접영향권인 EU 수출실적이 있거나 진출계획이 있는 기업(142개사)은 CBAM 대응방안으로 54.9%가 ‘특별한 대응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대응 방법에 관한 질문에도 ‘원청 및 협력사 대응계획 모니터링(24.6%)’, ‘정부‧언론보도 등 통한 정보탐색(19%)’ 등에 그쳤다. ‘탄소배출량 측정, 보고 및 검증체계(MRV)’를 파악하고 있는 기업은 21.1%에 머물렀다. 탄소중립 추가비용에 대해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은 73.4%로 높았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EU CBAM 시범도입으로 시작된 탄소중립 청구서는 개별기업이 아닌 공급망 전체에 발행된 것”이라며 “민간은 대·중기 상생사업을 통해 공급망 전반의 탄소중립 역량을 제고해야 하고, 정부는 CBAM 진행경과를 면밀히 살펴 기업의 피해가 없도록 제도 본도입 이전까지 EU당국과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탄소국경세나 프랑스 IRA 등 시행이 얼마 안 남았는데 대기업을 포함해 국내 중견·중소기업은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잘 모르고 있는 상태”라며 “향후 수출국이 많은 유럽 전역에 적용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모든 제도와 법의 조항을 정부에서 분석하고, 이를 제대로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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