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후 러시아 기술진 방문 정황
전문가들 "기술 검증 차원의 지원 추정"
북한이 군사 정찰위성 발사 성공을 발표한 가운데, 러시아 관여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찰 위성 발사에 러시아의 역할이 핵심적이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전날 밤 쏘아 올린 정찰위성이 궤도에 안착했다고 22일 발표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11월 21일 22시 42분 28초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천리마 1형'은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정상비행해 발사후 705초 만인 22시 54분 13초에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켰다"라고 밝혔다.
신문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도 현지에서 발사를 참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면과 2면을 할애해 정찰위성 발사 장면, 김 총비서의 참관 모습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같은 북한의 발사 성공 배경에는 러시아의 기술적 지원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북한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전에서 사용할 포탄 등을 수출하면서 그 대가로 정찰위성 발사나 운용에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실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19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정찰위성을 발사하려면 엔진을 제대로 갖춰야 하고 엔진 시험을 해야 한다"며 "러시아 도움을 받아서 엔진 문제점을 거의 해소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군 관계자도 전날 기자들을 만나 "(지난 9월 13일) 북러 정상회담 이전에도 '백두산 계열'(80t급 액체연료) 엔진 기반이 러시아로부터 (해킹 등을 통해 북한에) 들어왔다"며 "정상회담 후에는 러시아 기술진이 들어온 정황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정보원도 지난 1일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정찰위성과 관련, "러시아에서 기술자문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도 이번 정찰 위성 발사에서 러시아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발사 성공 이유에 대해 "러시아의 기술자문이 핵심적 이유"라며 "조악하다고 평가된 정찰위성 만리경 1호의 해상도도 러시아의 도움으로 상당부분 개선이 추정된다"고 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러시아와의 회담 후 러시아 엔지니어가 북한에 들어가 지금까지의 북한에 의한 발사실패 분석 결과를 협의하고 당시 받은 텔레메트리 데이터를 논의해 러시아가 이를 확인 및 검증하는 차원의 지원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만일 하드웨어 변경이나 설계 변경 등과 같은 심각한 오류가 있었다면 11월 재발사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주로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기술 자문을 받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차 연구위원은 "북한이 지난 9월 북러 정상회담 이전부터 사전 준비작업을 했더라도 정찰위성 발사 전까지 2개월의 시간이 있었을 뿐"이라며 "하드웨어(발사체와 위성 본체 부품 등)가 전달되고 북한이 이를 반영할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