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20대 여성 성폭행 시도하고 말리는 남친 흉기로 찔러…1심, 징역 50년 선고
법조계 "미수 그쳤으나 사안 중대성 고려해 유기형 최대치까지 가중해 최장기형 내린 것"
"구형량 약 두 배 선고, 이례적 케이스…악질 범죄 좌시하지 않고 중하게 다루겠다는 뜻"
"'50년'이라는 큰 숫자, 무기징역 보다 강렬한 의미…무관용원칙 취하겠다는 입장 천명한 것"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뒤따라가 성폭행을 시도하고 그의 연인까지 살해하려 한 이른바 '대구판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에게 징역 50년이 선고됐다. 법조계에선 범행이 미수에 그쳤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유기형 상한선까지 가중해 선고를 내린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특히 강력 범죄에 대해 법원이 무관용 원칙을 취하겠다는 입장을 상징적으로 천명한 것이라며 '50년'이라는 큰 숫자가 갖는 상징성이 무기징역 보다 더 강렬한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형사11부(이종길 부장판사)는 지난 1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등살인, 강간등상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A(28)씨에게 징역 50년을 선고했다. 앞서 A씨는 지난 5월13일 대구 북구 한 원룸에 귀가 중이던 B(23·여)씨를 뒤따라 들어가 흉기를 휘두르고 성폭행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때마침 들어온 B씨의 남자친구 C(23)씨에게 제지당했고 이 과정에 C씨 얼굴, 목 등을 찔러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 등도 받았다.
A씨 범행으로 C씨는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렀고 수술받아 의식을 회복했으나 영구 장해를 입었다.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검찰은 징역 30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그보다 훨씬 무겁게 살인죄에서도 보기 드문 수준으로 선고형을 내렸다. 대구지법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이 대담하고 위험하며 중하다. 피해자들은 피고인으로부터 참혹하고 끔찍한 피해를 입었고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고통 속에 살게 됐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와 그 가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 회복을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징역 50년을 선고했다.
김희란 변호사(법무법인 리더스)는 "형법 제42조에 따르면 강간 등 중대범죄에 대해 징역은 무기 또는 유기로 하고 유기의 경우 1개월 이상 30년 이하로 하며 이때 형을 가중 할 때는 50년까지 내릴 수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미수에 그쳤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유기형 상한선까지 최대치로 가중해 50년의 형량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구형량인 30년의 두배에 가까운 형량을 선고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케이스다"고 분석했다.
이어 "악질적인 흉악범죄를 법원에서 좌시하지 않고 중하게 다루겠다는 뜻이자 다수에게 경각심을 안기는 의미의 판결로 보인다. 나아가 죄질의 중대성에 따라 법이 정해진 최대 한도까지 법관이 언제든 판결 내릴 수 있다는 메시지도 담긴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 이승혜 변호사(변호사 이승혜 법률사무소)는 "'50년'이라는 큰 숫자가 갖는 상징성이 오히려 무기징역 보다 더 강렬한 의미로 다가올 수 있고 일종의 심리적인 충격 요법이 될 수도 있다"며 "강력 범죄에 대해서 법원이 무관용 원칙을 취하겠다는 입장을 상징적으로 천명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성폭력 범죄, 특히 묻지마 범죄에 대해 법원에서 적극적으로 소송 지휘권을 행사해 형량을 높이는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에서도 항소심 재판부에서 성폭력 혐의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심리를 진행해 검찰 구형보다 높은 징역형을 선고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김성훈 변호사(법무법인 현림)는 "성폭행 과정에서 살인까지 이뤄질 것으로 예상을 하고 행위를 했다면 결과적으로 사망에 이르지 않았다고 해도 살인 미수가 인정될 수 있다. 이때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게 되는데 미수에 그친 부분이 감경 돼 유기징역 최장치인 50년이 선고된 것으로 보인다"며 "법원에서 이러한 유형의 범죄에 대해서 경종을 가하고 국민의 법 감정에 맞는 판결을 선고하기 위해 중형을 내렸다는 해석이 가능할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