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난해 '공작기계' 생산량
2020년에 비해 5.1배 늘어"
대러 무기 수출 실적 반영했나
올해 군수품 수출 주력할 듯
북한산 살상무기가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장은 물론, 중동 및 동남아 분쟁 지역에서도 '흔적'이 포착된 가운데 무기 생산 확대를 공언한 북한이 불량국가들의 병참기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4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최근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제공받은 탄도미사일 중 일부를 지난달 30일과 지난 2일 각각 우크라이나를 향해 발사했다고 밝혔다.
앞서 우리 군도 지난해 11월 북한 탄도미사일이 러시아에 제공된 정황이 있다고 전한 바 있지만, 실제 사용 여부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발사된 북한 탄도미사일 사정거리는 900㎞로 파악됐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에서 신형전술유도탄으로 불리는 KN-23일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살상무기는 중동 지역에서도 꾸준히 발견되고 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31일 예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했다 요격된 미사일에서 한글 표기가 발견됐다. 미사일 잔해물에 '1025나'라는, 손으로 적은 듯한 글씨가 선명하다는 설명이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사용하는 무기에서도 '북한 꼬리표'가 거듭 확인되고 있다. VOA는 확보한 사진을 토대로, 북한의 대인살상용 유탄발사기 F-7에 '비저-7류' '시8-80-53' 등의 한글 표기가 확인됐다고 전했다. 전 세계에서 F-7과 같은 인명 살상용 유탄발사기를 만드는 나라는 북한이 유일한 만큼, 하마스와 북한 사이의 무기거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군부 쿠데타로 내전이 진행 중인 미얀마에서도 북한제 무기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기도 하다. 실제로 탄두 관련 잔해물 사진을 살펴보면, 음각으로 'F-57'이라 새겨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이 통상 수출용 탄두에 F가 들어가는 표기법을 사용해 왔다는 점에서 해당 탄두가 북한에서 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세계 각지에서 잇따라 분쟁이 발생함에 따라 북한산 무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북한이 무기 수출로 경제적·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무엇보다 북한이 최근 개최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올해 무장장비 개발·생산 성과를 확충하겠다'고 밝힌 만큼, 군수품 수출에 주력할 수 있다는 평가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이 전원회의를 통해 공개한 '지난해 부문별 경제 성과'를 살펴보면, 군수용으로 해석될 수 있는 품목들의 생산성 증대가 유독 가파르다는 분석이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전원회의 관련 보도에서 "2023년도 경제 부문의 총적인 장성 규모는 2020년에 비해 삼화철은 3.5배, 선철은 2.7배, 압연강재는 1.9배, 공작기계는 5.1배, 세멘트는 1.4배, 질소비료는 1.3배로 중요지표 생산량이 크게 장성했다"고 전한 바 있다.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북한 통계가 틀렸다'고 (단정해서) 얘기하면 더 할 말이 없다"면서도 "(전원회의에서) 2020년 대비 성장률을 공개했는데 공작기계는 5.1배였다. 러시아에 대한 무기 수출을 공작기계로 분류한 것 아니냐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김영희 남북하나재단 대외협력실장은 공작기계를 '엄마기계'에 비유하며 "구체적으로 확인하긴 어렵지만 (대러시아 무기 수출을 공작기계로 분류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무기 생산 능력 확대를 공언한 북한이 관련 사업에 투입될 각종 기계를 대량 생산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민주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전원회의 결과를 보면 기계공업에 대해 굉장히 강조하고 있다"며 "인민경제와 관련한 기계보다는 군수품을 생산해 수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