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 국민의힘 중·성동을 예비후보
IT기업 창업가로 20년간 현장 경험
21대 총선 앞두고 영입돼 국회의원
윤석열정부 초대 중기부 장관 역임
서울 약수역 인근은 오래됨과 새로움이 얽혀있다. 터줏대감이 즐비했던 약수역에 '변화'가 찾아온 것은 2014년께였다. 당시 고가차도 철거로 '하늘'을 되찾은 약수역엔 젊은이들이 모여들었다.
에스프레소 대중화에 기여한 카페는 늘 성업 중이고,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이 콕 집어 찾은 삼겹살집도 연일 문전성시다. 조금 걷다보면 만나는 신당동 떡볶이 거리엔 여전히 사람들이 복작인다. 발품을 더 팔면 신당시장을 가득 메운 MZ들의 발그레한 얼굴도 마주할 수 있다.
사람이 모이는 지역이지만, 정작 거주자는 줄고 있다. 약수역을 품은 중구는 서울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자치구다. 2022년 기준으로 하루 54.6명이 전입할 때 57.9명이 전출을 갔다. 인근 성동구도 지난 2018년까지 소폭 상승하던 인구수가 최근 들어 계속 줄고 있다.
오는 4월 총선에서 중·성동을 지역에 출마키로 한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미래 산업과 명품 주거지가 함께 공존하는 새로운 미래 도시모델'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역사성과 창의성을 엮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새로운 개념의 랜드마크를 마련해 보겠다는 구상이다.
1969년 6월 6일 서울에서 출생한 이 전 장관은 서문여중·여고를 나와 광운대 수학과를 졸업했다. 카이스트(KAIST)로 진학해 암호학 석사, 수리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에 IT 보안 전문기업 '테르텐'을 설립해 2020년까지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미래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례대표로 당선돼 여의도에 입성했다. 벤처기업가로서 관련 지원방안을 마련할 적임자란 평가를 받으며 윤석열 정부 초대 중기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14년간 국회 문턱을 맴돌던 납품대금 연동제를 8개월 만에 도입하는 등 추진력을 증명해 '일 잘하는 장관'으로 자리매김했다. 당 요청에 따라, 지난해 12월 총선 출마를 위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Q. 20개월간 윤석열 정부 초대 중기부 장관으로 일했다. 만족스러운 성과 하나만 꼽는다면.
"내가 만족하는 부분과 정책고객이 만족하는 부분이 다르다. 정책고객은 남품대금 연동제를 가장 만족해하신다. 14년 동안 끊임없이 시도했던 건데 (장관 취임) 8개월 만에 입법화에 성공했다.
법제화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작년에 남품대금 연동제 동행기업에 6000개 사를 참여시키겠다고 했다. 그런데 만개 기업을 넘겨버렸다. 자율권이 많은 법이었지만, 만개 넘는 기업의 참여로 제도가 정착되면서 '기업인 출신 장관은 역시 다르구나'하는 인정을 많이 받은 것 같다."
Q. 중기부 장관에서 물러난 지 한 달 조금 넘었는데, 어떻게 지냈는지.
"지난해 12월, 당에서 호출이 있었다. 사실 (장관직 수행) 20개월로 개각에 대한 내부 분위기도 있었다. (당과) 의논·협의·상담을 해서 출마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그런데 (출마) 지역구 관련해 소란스러운 일이 12월에 있었다.
와전된 게, 당시 페이스북에 '국무위원으로 500일 동안 집중했는데 몇 주를 흔들려서야 되겠는가. (장관으로서)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 출마를 시작한다'고 적었다. 나는 한마디도 안 했는데 서초을·분당을 얘기가 많이 나와서 그걸 빗대 '서초을, 분당을 또 다른 곳으로 갈지 모르겠지만 정해진 것은 없고 그 또한 (장관) 임기를 끝내면 시작하려 한다'고 밝혔다.
제 의도와 무관하게 ('지역구 쇼핑' 논란이) 방송·유튜브 등에 오르내리는 걸 보면서 그것에 대한 불편함과 '안 해주셨으면 한다'는 글을 썼다가 더한 후폭풍을 겪었다.
1월부터는 당과 (지역구 출마 관련)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는데, 생각이 많으신지 기다려달라는 얘기를 제법 많이 하셨다. 사실 굉장히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Q. 기다림 끝에 중·성동을 선택하게 된 배경은. 연고가 있나.
"초·중·고를 사당역 근처에서 나왔다. 서초을 지역구로 분류돼 있지만, 중2 때 사당역 2호선이 들어왔다. 남태령으로 가는 길은 흙길이었다. 정치권에서 보는 서초는 소위 '나가면 (당선)되는 곳'이다 보니 '애정 어린 동네'로 갈 수 없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중기부 장관을 하며 경험한 중소기업·소상공업·스타트업 쪽에 가고 싶다는 얘기를 (당에) 드렸다. 관련 지역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눴지만 결론이 안 났다. (염두에 둔) 후보 지역들이 다른 후보로 채워지는 걸 보면서 '시장이 있는 쪽으로 가겠다'는 말씀을 강력하게 드렸다.
중구에는 41개 시장이 있다. 작은 시장까지 더하면 50개가 조금 넘을 것이다. 성동구을 지역은 테크 중심의 창업도 계속 커가고 있지만, 문화·콘텐츠·라이프 크리에이터 등 생활 속 창업이 늘고 있다. 성수동을 포함해 오래된 건물들을 중기부와 민간이 같이 리모델링 하면서 새로운 창업 전진기지를 만들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중구와 성동구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Q. 지역구 주민들과 직접 접촉한 지 5일 정도 됐다고 들었다. 분위기는 어떤가.
"굉장히 따뜻하시다. 이유를 고민해 봤는데 오래 사신 분들이 많더라. 시장을 돌면 30년 이상 된 가게를 만나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틀까지는 그런 일이 없었는데, 3일 지나니 '누구한테 들었어요'하는 이야기가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다. 어제는 금남시장을 갔는데, 어느 상인 분이 중부시장 아무개한테 '장관님 잘해드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하셨다. 감동이었다.
대개 아파트 살면 위아래에 누가 사는지 모르지 않나. 중구·성동구을은 그런 마을은 아닌 거 같다."
Q. 지역구를 발전시킬 복안이 있다면.
"중구는 600년이 넘은 도시다. '중구에 전통시장이 있다'는 것은 현상적으로 보이는 걸 얘기하는 것일 뿐이다. 600년 넘은 중구에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스토리가 있다. 물론 시장 현대화 등 많은 프로젝트를 해야겠지만, 스토리가 있는 곳에서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대한민국 도시에 대한 새로운 랜드마크, 복합문화도시 모델을 만들어보고 싶다. 일반 유권자분들이 어려워하실 수도 있기 때문에 미래도시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되, 단계적으로 어떻게 상권을 회복할지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성동구을은 중구와 또 다르다. 근대 들어 달동네라고 불렸던 곳이다. 산적한 재개발 문제를 기존 방식대로 하면 시대에 뒤처질 수 있다. 낡았다고 하지만 여기도 굉장히 다양한 가치들이 숨어 있다. 그런 것들을 보존하면서 창업 전진기지를 참신하게 만들어 보고 싶다.
지역주민들이 '정부 예산 많이 끌어올 수 있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나는 '정부와만 일하면 잘 안된다'고 말씀드린다. 정부의 힘으로 시작하더라도 민간이 매력적 모델을 제안했을 때 방향성이 생기고 속도감이 붙는다. 정부의 종잣돈·모델링·네트워크에 더해 민간 혁신이 들어와야 한다."
Q. 1차 관문은 당내 경선이다. 하태경 의원, 이혜훈 전 의원 모두 쟁쟁한 선배들인데 이길 수 있는 본인만의 경쟁력이 있다면.
"경선은 마라톤이 아니라 100m 달리기라고 생각한다. 100m 달리기를 가장 잘하는 방법은 결승선만 보고 뛰는 것이다. 얼만큼 왔지 (둘러)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엇을 해야될 지 결정하는 것은 학자들이 더 잘할 수 있지만, 하기로 한 것을 반드시 실현시키는 사람은 현장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돈 벌어서 급여주고 유지하는 일을 20년 했다. 현장에서 여러 가지를 겪었다. 선배들보다 짧았지만 몰입해서 국회 생활을 했고, 행정부에서 2년가량 정부 부처·산하기관·공공기관·공무원들이 어떤 식으로 정책 하나를 밀고 당기고, 돕고 견제하며 만드는지 봤다.
도시를 바꾸는 데 있어서도 민간·행정부·입법부를 모두 경험했기 때문에 뭐가 가능한지, 뭐가 말하기는 쉽지만 생각보다 어려운지 잘 안다. 그 여정들을 다 겪었기에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한다."
Q. 22대 국회 입성 시 가장 먼저 발의하고 싶은 법안은?
"21대 국회 때와 똑같다. 국회에 처음 들어가서 보니, 생각한 것보다 국회가 법을 굉장히 쉽고 빠르게 만들고 있었다. 비슷한 경제 규모나 사회 시스템을 가진 다른 국가에 비해 우리가 법을 많이 만든다. 그렇게 만든 법들이 규제가 돼서 발목을 잡는 것이다.
대한민국 경쟁력을 위해선 규제와 관련한 특단의, 극단의 결정과 추진력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고민을 국회에서도 중기부 장관으로서도 했다. 현장 아우성을 들으니 더 강해지고 있다.
우리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제거하는 방법이 뭘까. 국회에 들어가면 제일 하고 싶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