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선거제가 이재명 '2~3일 숙고'에 결정
'위성정당'에 던진 표, 또 거대 양당 수렴 돼
사표될 것…'국민 위한 것'인지 되돌아봐야
오는 4·10 총선에서 국민들은 다시 한 번 위성정당을 마주하게 됐다.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달 31일 '국민의미래'라는 위성정당 창당발기인 대회를 마쳤고, 더불어민주당은 통합비례정당을 투표용지에 실을 것으로 보인다. 4년 전 48.1㎝에 달하는 역대 최장의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받았던 국민들은 다시 한 번 길다란 투표용지를 받게 될 것이다. 이번엔 무려 50㎝가 넘는 투표용지를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제는 이 결정이 오로지 단 한 사람에 의해 결정됐다는 것이다. 그 사람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광주광역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겠다고 결정했다. 민주당이 지난 2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3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결론을 내지 못하고 이 대표에게 선거제와 관련한 당론 결정을 '포괄적 위임'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유지를 발표하면서 "같이 칼을 들 수는 없지만 방패라도 들어야 하는 불가피함을 조금이나마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깨어 행동하는 국민들께서 '멋지게 이기는 길'을 제시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얘기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이 요구하는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에 합의하지 않아 이런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항변이었다.
이어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준연동형으로 결정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었고 생각을 확정하기 힘든 사안이기에 2~3일 전쯤 결정했다"고 답했다. 한 나라의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제가 한 정당의 최고위원들에게서 3시간여 밖에 논의되지 않았고, 이를 위임받은 한 사람이 2~3일 만에 고민해서 답을 낸 것이 이 나라를 사는 국민으로서 참담할 따름이다.
또 다른 문제는 국민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준연동형 비례제는 지역구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보다 적을 때 모자란 의석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얼핏 봐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쉽지 않다. 명분은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지만 지난 21대 총선에서 35개에 달하는 정당이 난립하며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렸을 뿐, 지금 성공적으로 안착한 소수 정당은 없다.
준연동형 도입이 재차 결정된 지금 정치권은 두 가지를 돌아봐야 한다. 과연 준연동형이 진짜 소수정당을 위한 방식인가. 그리고 국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될 것인가. 국회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는 국민이 다수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찾는 건 더 이상 어렵지 않다. 지금 국민들이 바라는 건 비례대표 축소를 통한 의원 정수 감축이지, 자신이 표를 던진 위성정당이 거대 양당에 흡수되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준연동형 유지를 결정하면서 소수 정당을 배려했다는 명분과 접전 지역에서의 승리 가능성을 높이는 실리를 챙겼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건 어디까지나 민주당과 범야권 즉, 정치인들을 향한 명분과 실리이지 국민을 향한 명분과 실리는 아니다.
민주당과 이 대표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명분과 실리를 살리고 싶다면 "국민들은 그 산식(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을 알 필요가 없다. 국민들이 산식을 알고 투표하는가"(허영 민주당 의원)와 "상대의 위성정당 꼼수에 대응해 같은 꼼수를 쓴다면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이재명 대표)는 말을 시금석 삼아 스스로를 먼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