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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욱의 야단법석(野壇法席)] 한동훈, 슬릭백 춤이라도 춰야 한다


입력 2024.03.23 00:01 수정 2024.03.28 09:10        양창욱 기자 (wook1410@dailian.co.kr)

보수, 2012년 선거의 여왕 박근혜의 개인기로 마지막 총선 승리…2016년 '저주의 악령' 잉태

20대, 21대 흑역사에 이어 올해 4·10 22대 총선도 위태로워…120~130석 전망, 민주당 제1당 유지

대통령, 영부인과 함께 신문 1면에서 완전히 사라져야…당장 물가부터 실질적으로 챙겨 민심 잡아야

승기 잡았다 확신하는 민주당, 남은 기간 사고칠 것…한동훈, 수도권 떠나지 말고 서울서 승부 봐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충남 보령 중앙시장에서 장동혁 후보와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충남 보령 중앙시장에서 장동혁 후보와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저주의 악령은 8년 전에 잉태됐다. 선거의 여왕 박근혜의 개인기로 보수가 마지막 총선 승리를 거둔 해가 2012년이었고, 이로부터 4년 후 20대 총선도 처음에는 기세등등했다. 야권을 파죽지세로 갈라먹었던 안철수 신당 덕분에 여당은 과반 의석 확보가 유력했지만 친박계에 의한 유승민 전 의원의 탈당과 친박계와 대립한 김무성 대표의 옥쇄파동으로 122석을 겨우 얻고 제2당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씨앗이 뿌려졌고 국정동력은 상실되기 시작됐다. 2020년 21대 총선은 더욱 참혹했다. 공천 잡음과 막말 논란으로 103석이라는 악몽 같은 성적표를 거뒀다. 특히 수도권(서울·경기·인천) 121석 가운데 16석만을 가져왔다. 뭘 해도 잘 안 되는, 아니 그게 뭐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보수의 흑역사가 계속됐다.


보수 재건의 조짐은 그래도 2021년 6월 이준석 대표의 당선 때 제법 두드러졌다. 지금이야 ‘버릇없는 아이’로 몰락해 조국 바람 속에 어디로 사라졌는지도 모르겠지만 한때 당 대표로 대통령을 만들고 지방선거 압승을 일궈냈다. 무엇보다 2030 지지세를 더불어민주당과 대등하게 끌어올려 국민의힘을 젊게 만들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힘은 서울시 25개 구청장 중 17개를 차지하고, 경기도 31개 시·군 기초단체장 가운데 22개를 가져오는 기염을 토했다. 웃을 일이 없어도 사흘을 웃고 다니던 봄날이었다. 그러나 여권은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 울린 강한 경고음을 애써 무시했다. 달아난 줄 알았던 악령은 실상 숨어 있었고 22대 총선을 노리고 있었다.


4·10 총선을 앞둔 여당은 또다시 위태롭다. 작년 연말 메시아처럼 등장한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아이돌급 인기를 바탕으로 승승장구하는 듯 했지만 지난 1월 ‘디올백 파문’으로 주춤하며 윤석열 대통령과 1차 갈등까지 겪었다. 2월 민주당의 ‘친문 도륙공천’에 따른 비명횡사 분위기에 업혀 이달 초까지만 해도 여당의 과반 의석 확보 전망이 횡행했지만 이후 이종섭·황상무 논란 등 용산발 리스크가 이어지면서 20~30석이 우습게 날라갔다. 각종 여론조사와 여의도의 체감은 이대로 가면 여당이 120~130석 정도이고 민주당이 제1당을 유지하면서 조국혁신당과 합산할 경우 능히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2차 갈등의 뇌관이었던 이종섭·황상무 논란은 용산의 후퇴로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비례 공천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대충돌은 잔탄 처리가 덜 돼 여진이 남아있다. 일단 공동의 적 앞에서 봉합부터 했지만 결국 이번 총선의 주도권을 누가 쥐었고 누가 주연인가의 문제와 근본적으로 닿아 있다. 까놓고 말해 한 위원장이 미래권력이 되려면 4월 총선에서 누가 봐도 인정할 만한 성과를 내야 한다. 물론 그 이후에도 검찰을 손에 쥐고 3년이나 남은 윤 대통령과의 일전이 불가피하겠지만 총선 마치고 미국을 가든 당권을 쥐든 일단은 총선의 파고부터 넘어야 한다. 아니면 여당의 1인 스피커로 원톱 강행군을 펼쳤으나 황교안급 패장이 되었다, 이 한 줄만 남게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거행된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을 마친 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거행된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을 마친 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하여, 천형(天刑)도 마다않고 투사가 되려는 한동훈인데 그 앞에 실로 막강한 상대들이 버티고 있다. 단군 이래 이렇게 잡스럽고 뻔뻔하고 강인한 맷집들이 또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멘탈갑이다. 특히 제1야당의 수장은 그 숱한 범법 행위에도 인간이 만들어 놓은 사법체계로는 여전히 단죄할 수 없다. 하늘이 돕는지 그 오랜 세월 검경의 칼날을 마음껏 조롱하며 이번에도 감옥 대신 국회에 입성할 판이다. 지금 이대로 선거가 끝나면 과거 이회창보다 더 강력한 야당 대표가 돼 자신의 주술에 홀린 광기의 지지층과 손잡고 대통령까지 야금야금 먹어 들어갈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끌어내릴 것인가? 판사님만 믿어야 하나?


이런 이재명이니 심지어 조국도 그 옆에 세워 놓으면 선녀처럼 보인다. 사실 조국이 뜨면서 이재명에 대한 여권의 집중포화와 공세도 절반으로 줄었다. 이재명도 때리고 조국도 때려야 하니 화력이 반토막 난 것이다. 또 1, 2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은 조국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전면에 등장하니 1심도 안 끝난 이재명은 아직 범죄자가 아닌가 하는 착시 효과마저 나타난다. '나는 내가 죽을 것을 안다, 그러나 혼자는 못 죽는다, 윤석열·한동훈과 같이 죽을 것이다'라는 조국의 선거 전략은 단순하고 강렬하다. 지지층을 쭉쭉 빨아들인다. 부인 매질하는 것은 참아도 내 딸래미 탄압만큼은 절대 참을 수 없다는 결기와 분노는 영화 테이큰의 실화를 보는 것 같다. '3년은 너무 길다' 슬로건도 손학규의 ‘저녁이 있는 삶’과 함께 한국정치사에 길이 남을 명구(名句)이다. 여당은 빨간색 잠바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슬로건도 핵심공약도 찾아봐야 한다. 인정하고 새겨들어야 한다.


창당 이후 지지율 30%를 넘어선 조국혁신당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심경도 복잡할 것이다. 단순히 비례 의석수에서 손해 본다는 측면 보다는 수도권과 호남에 이어 부산에서까지 조국 돌풍이 이어진다면 단숨에 이재명을 위협하는 대권주자가 되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 호남은 이재명이 좋아서가 아니라 대안부재로 어쩔 수 없이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조국이 부산 득표력만 입증하면 이재명을 능가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여당에게는 그다지 악재가 아니다. 조국은 올해 대법원 판결을 받고 감옥에 갈 것이다. 지금이야 한동훈 바람을 잠재웠다고 기고만장하겠지만 진영 최고의 광대로서 조국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아직 보름 넘게 남았다. 열흘 만에 20~30석이 날라 갔으면 남은 시간 동안에 다시 찾아오면 된다. 가장 시급한 것은 대통령이 신문 1면에서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 대파든 뭐든 아무것도 들어서는 안 된다. 스스로 도망가 영부인과 함께 계속 잠수를 타야한다. 불통과 무능은 차치하고서라도 ‘살아있는 권력 수사’로 대통령이 됐는데 그 대통령의 이율배반적인 태도가 20대부터 60대 초반까지 광범위한 반윤(反尹)정서를 만들어 냈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이 가지고 있는 증오의 깊이는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때 보다 지금이 더 심한 듯하다. 물가 얘기도 안 할 수 없다. 총선 앞두고 이따위로 물가 관리하는 정부를 기자는 본 적이 없다. 짜장면 한 그릇과 삽겹살 1인분 먹고 나면 3만원이 훌쩍 날라 가니 마트 가서 천혜향이라도 한 박스 사는 날이면 스스로 부자가 된 느낌이다. 1000원짜리 한 장에도 울고 웃는 게 민심이다. 아직 3개의 비단주머니는 남아 있다. 이념 공세는 철 지났을지 모르지만 잡놈의 반열에 오른 운동권 청산은 분명 시대정신이다. 승기를 잡았다고 확신하는 저 오만하고 거친 세 치 혀들이 남은 기간 반드시 사고를 칠 것이다. ‘이재명 교주당’이 돼간다는 견제심리도 야권 곳곳에서 서서히 작동될 것이다.


한동훈은 수도권을 절대 떠나지 말라. 지금 서울을 비롯해 경기, 인천이 다 시퍼렇다. 특히 경기도가 시퍼렇게 변하기 시작한 게 뼈아프다. 영남 전체의 의석수보다도 더 많은 곳인데 이걸 민주당이 독식하면 정말 답이 없다. 서울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호남 28석을 도대체 어디서 메울 것인가.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후보 개인기로도 어찌 할 수 없을 만큼 판세는 완전히 기울 것이다. 승부는 그래도 서울에서 걸어야 한다. 부동산 광풍으로 4050이 서울에서 경기, 인천으로 대거 이주한 만큼 그나마 해볼 만하다. 핵심 승부처인 한강벨트(동작·마포·영등포 등) 13개 선거구 가운데 여당이 3~4개 정도 얻으면 잘하는 것이라는 비관론이 엄습하지만 국민의힘이 대부분 오차범위 안팎에서 열세인 만큼 오히려 희망을 본다. 한동훈이 한강벨트 위에서 슬릭백 춤이라도 춰야 한다. 여기 서서 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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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욱 기자 (wook14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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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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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도지기 2024.03.25  02:51
    절대 공감합니다!!
    한동훈은 수도권을 절대 떠나지 말라. 지금 서울, 경기, 인천이 다 시퍼렇다. 경기도는 영남 전체의 의석수보다도 더 많은 곳인데 민주당이 독식하면 정말 답이 없다. 
    
    특히 TK의 경우 무소속 2석은 당선되면 당연히 복당하는데,거기 갈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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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ick 2024.04.03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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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ick 2024.04.03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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