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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로 인지 못했을 것"…사회초년생 보이스피싱 수거책의 무죄 이유 [디케의 눈물 221]


입력 2024.05.04 05:56 수정 2024.05.04 05:56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피고인,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2438만원 받아 조직에 전달…1·2심, 무죄 판단

1심 재판부 "피해자와 취득 금액 보다 훨씬 많은 돈으로 합의…범죄 인식과 의사 없다고 판단"

2심 재판부 "피고인의 연령, 사회경험 비춰볼 때 범죄수법 인식하지 못하고 지시 따랐을 것"

법조계 "개인 카드 사용해 택시 이용 등 피고 행동에 미필적 고의 없었다 증명…나이 적어 무죄"

ⓒgettyimagesBank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를 받고 현금 수거책 역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여대생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서는 피고인이 범행 과정에서 개인카드를 사용해 택시를 이용하는 등 범죄를 인지하지 않았다는 점이 입증돼 무죄를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보이스피싱 수거책의 유무죄를 판단할 때에는 피고인의 연령 및 사회경험 여부 또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며 만약 피고인이 사회초년생이 아니었다면 유죄가 선고됐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영아)는 최근 사기방조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A(24·여)씨에 대한 검사 측 항소를 기각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10월 8일 오후 2시께 전남 여수에서 피해자로부터 2438만원을 받은 뒤 보이스피싱 조직에 무통장 입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범죄조직은 대환대출 명목으로 피해자를 속였고 A씨에게는 'VIP고객 대상 환전 업무'라며 아르바이트를 맡겼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범죄 인식과 의사가 없었다고 봤다. 1심은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자신의 역할이 현금수거책이었음을 인지했고 곧바로 피해자에게 자신이 취득한 30만원보다 훨씬 많은 800만 원을 지급하고 합의했다”며 “범죄 인식과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2심 역시 "피고인의 연령, 사회경험에 비춰볼 때 피고인이 범죄 수법을 인식하지 못한 채 지시를 따랐을 가능성을 가능성이 있다"며 "피고인은 무통장입금 과정에서 ATM기계가 고장 나자 인터폰으로 금융기관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등 자신의 행위를 은폐하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항소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gettyimagesBank

판사 출신 문유진 변호사(판심 법무법인)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경우 유죄가 나오려면 자신이 미필적으로나마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그러나 이 사건의 피고인은 범행 과정에서 ATM 기계가 고장 나자 인터폰으로 금융기관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은행 이동 시 개인 카드를 사용해 택시를 이용했다는 점을 비춰 봤을 때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당했다는 인식을 가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행위가 무죄 판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구승 변호사(법무법인 일로)는 "최근 보이스피싱 관련 범죄는 강력하게 처벌하는 추세인 만큼 이례적인 판결로 보인다. 무죄가 입증되기 위해서는 피고인의 행동에 미필적 고의가 없었다는 게 증명 돼야한다"며 "보통의 고액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은 보통 불법인 것을 인지하기에 현금을 사용해 추적을 피한다. 그러나 피고인은 개인 카드를 사용해 택시를 이용하는 등 자신의 행동을 은폐하려 하지 않은 만큼 재판부도 범행에 고의가 없었다는 걸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이스피싱 범죄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현금수거책 등 아르바이트를 한 사람만 처벌할 게 아니라 공범에게도 강력한 처벌을 해야한다"며 "피고인과 같은 말단만 강력하게 처벌한다면 오히려 전과자만 양산하게 된다. 수사기관은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사람까지도 검거해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에게는 대부분 유죄가 선고되지만, 몇가지 조건이 충족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무죄가 선고된다"며 "피고인의 나이가 대학생이거나 사회초년생인 경우, 3회 미만으로 범행에 가담한 경우,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것을 몰랐다는 정황이 상세히 입증될 경우가 그렇다. 해당 판결은 이같은 조건이 모두 충족돼 무죄가 나온 사안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이스피싱 전달책의 경우 피고인의 사회경험 여부가 유무죄 판단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만약 피고인의 나이가 많았더라면 같은 조건이더라도 무죄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국민 법감정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도덕적인 비난과 별개로 재판부는 중립적 입장에서 피고인에게 반성할 기회를 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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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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