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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라일리의 행복 공식 [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입력 2024.06.21 14:45 수정 2024.06.21 14:45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인사이드 아웃2’

“인생은 고통과 권태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와 같다”라고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독일의 대표적 염세주의 철학자인 그는 욕망이 신속하게 충족되는 상태가 행복이고 늦게 충족되는 상태를 고통이라고 했다. 우리가 삶에 만족을 느끼는 것은 자신의 욕망이 실현되는 순간이지만 욕망은 충족되면 만족감과 즐거움이 점차 소멸되어 얼마 후 권태에 빠져들게 된다. 때문에 그는 인생은 채워지지 않는 욕망으로 인해 고통과 권태를 오가다가 죽음으로 끝난다고 말했다. 과연 어떻게 해야 행복한 감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 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2’는 행복의 실체를 찾고 있다.

중학교에 올라간 13세 소녀 라일리는 행복을 위해 매일 바쁘게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를 운영한다.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 어느 날 새롭게 등장한 불안, 당황, 따분, 부럽 감정들과 계속 충돌한다.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며 제멋대로인 불안이와 기존 감정들과의 충돌이 잦아지면서 결국 새로운 감정들에 의해 기존 감정들은 본부에서 쫓겨나고 그들은 다시 본부로 돌아가기 위해 위험천만한 모험을 시작한다.


인간의 감정을 의인화하여 만든 수작이다. 사실 영화업계에서는 전편만한 후편은 없다고 말한다. 변하는 관객의 취향과 빠르게 흐르는 트렌드 속에서 그만큼 흥행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2’는 전편이 개봉한 지 9년이 지났음에도 후속작을 세상에 선보였다. 전편에서의 주인공은 초등학생이었지만, 후속작에서는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중학생이다. 그리고 사춘기 기간에 진학과 우정 사이에서 생긴 감정적인 변화를 전작처럼 감정 본부에 사는 의인화된 감정에 빗대 표현했다. 기쁨, 소심, 슬픔, 까칠 버럭 등 5개 전작의 감정은 불안, 부럽, 따분, 당황이 더해져 9개로 증가했고 가족의 비중이 컸던 과거와 달리 친구의 비중이 커졌다.

존재하지 않는 관념적인 공간을 시각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영화는 추상적이고 공상적인 관념 속의 장소를 마치 현실에 존재하는 것처럼 표현한다. 뿐만 아니라 뇌 속에서 벌어지는 전기나 화학적인 과정들을 시각화해 보여준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신념 저장소’라는 곳이 등장한다. 사춘기 학생이 자아가 생겨나고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신념 때문일 것이라는 전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자아를 나무에 빗대어 유년기 자아는 초록색으로 사춘기 자아는 주황빛으로 표현했다. 또한 자아가 형성되는 과정을 구슬에 빗대어 구슬이 부딪치면서 생성되는 과정을 청각적으로 나타내는 등의 창의력이 감탄스럽다.

행복이 결국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도 의미 있다. 라일리는 사랑하는 부모님과 친한 친구들이 있고 좋아하는 하키를 즐길 줄 아는 행복한 소녀다. 그러던 어느 날 머릿속의 감정 컨트롤 본부에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이라는 새 감정이 등장하면서 변화가 생긴다. 아무것도 모르는 유년기와 달리 사춘기에는 자아가 발달하고 꿈과 희망, 목표, 미래를 생각하면서 욕망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2’의 핵심 감정은 미래와 불안이다. 이는 영화 속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기쁨이 줄어드는 것’이라는 대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영화는 전작과 같이 행복을 자신의 감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전한다.


우리 모두는 행복을 찾고 있다. 그러나 행복은 돈과 물질의 풍요함 속에만 있지 않고 우리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UN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 행복보고서에도 잘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높은 경제성장으로 물질적으로는 풍요해졌지만 행복지수는 세계 143개국 중에서 52위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2’는 사춘기 라일리의 감정적 변화를 통해 행복이 우리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지나치게 부정적인 감정으로 행복하지 못한 우리 젊은 세대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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